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를 지난 16일부터 40일간 행정예고했다. 2020년말 비급여 관리대책을 발표할 당시 ‘비급여 진료내역 등의 보고에 관한 고시’를 진료비 공개기준과 별도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둘을 병합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관리대책의 추진 목적이 문재인케어, 즉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한 기초자료 마련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케어(비급여의 급여화) 정책폐기를 선언했다.
이번 고시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집하려고 하는 비급여 진료내역 항목들은 소위 ‘데이터 3법’ 등을 통해 민간보험사로 전달될 경우 국민 개개인의 실손보험 이용내역을 추정할 수 있어 각종 권리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의견이다.
특히 보고자료는 ‘국세청장이 인터넷을 통하여 제공하는 소득공제 및 세액공제 증명서류에 관한 고시’에 근거해 보고하라고 되어있는데, 결제일시와 금액 등이 담긴 이 자료가 전 국민이 국세청에 제출하는 연말정산 자료에 더해지면 개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병의원에 강제하는 보고내역을 살펴보면 기가 막히다.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 약물유도 수면상 기도 내시경검사, 입체적 유방절제생검술, 유방초음파, 남성·여성 생식기 초음파, 이식형 결찰사를 이용한 전립선 결찰, 정자 및 난자 채취·처리, 유방 생검용 치료재료 등을 수집한다. 특히 이 내역은 언제든 추가될 수 있어 정신과 진료내역 등도 언제든 고시 개정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 식별번호, 일련번호, 생년, 성별, 내원 및 입·퇴원 일자, KDRG 번호와 단가, 비용 등이 포함되어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기관이 연말에 국세청에 제출하는 연말정산 자료와 병합하면 개개인이 특정되어 내밀한 비급여 진료내역이 모두 공개될 수 있다.
비급여 진료내역 보고제도의 항목은 이미 시행 중인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을 중심으로 모든 병의원으로 하여금 진료내역 보고를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2024년부터는 전체 비급여 규모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비급여 항목들로 2023년 대상 항목 672개에 더해 치료적 비급여 436개, 약제 100개, 영양주사·예방접종·치과교정술·첩약 등까지 확대하여 총 1,212개 항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행정예고안의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이 고시의 개정이 의료계 반발 속에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보류되었으나, 보류기간 동안 의료계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2회), 보건의료발전협의체(6회), 의정협의체(1회), 의료단체 간담회(6회), 자문회의(5회) 등 20회 이상 소통하여 보고내용을 조율하고, 행정부담 경감방안 마련(자료생성 프로그램 지원) 및 전담조직(공단 비급여관리실) 등 실행기반을 확충하였고 의료기관 부담 최소화를 위한 보고 시스템 구축·보완 등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 문서에는 보고내용 및 방식에 대해 의·병·치·한 협회와 6차례에 걸친 심층자문회의를 거쳐 주요 내용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1분이면 보고자료 업로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치과계 정서가 치협을 통해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달 되었는지도 의문이다.
그간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현황 파악과 비급여 관리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표본조사를 통해 실시하는 ‘진료비실태조사’를 활용해온 바 있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의 진료내역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전수조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올해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 보고에 관한 업무위탁이 발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비급여관리실’을 만들고 조직을 구성해 의료계의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대체 그 조직은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이 와중에 1년 동안 무슨 일을 한 것인가? 또한 지난 국감에서 심평원 등은 국민의 건강정보를 돈을 받고 팔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문재인 케어까지 중단되었는데도 이 제도를 시행하여 국민의 모든 건강정보를 알려고 하는 의도가 참으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