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8 (월)

  • 맑음동두천 21.8℃
  • 맑음강릉 27.5℃
  • 맑음서울 23.3℃
  • 맑음대전 23.3℃
  • 맑음대구 23.9℃
  • 맑음울산 24.7℃
  • 맑음광주 21.9℃
  • 맑음부산 23.7℃
  • 맑음고창 23.3℃
  • 맑음제주 23.4℃
  • 맑음강화 21.2℃
  • 맑음보은 20.9℃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1.7℃
  • 맑음경주시 23.5℃
  • 맑음거제 21.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법과 인정(人情)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52)

최근 카페 알바생이 커피 3잔을 마셨다는 이유로 고소된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고소는 취하됐다. 얼마 전 경비업체 직원이 초코파이 한 개를 먹었다는 이유로 고소된 사건이 무죄가 된 시점이라 더 주목되었다.

 

사건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추악하다. 시험을 끝낸 고3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 3잔을 마신 것을 CCTV롤 확인한 점주는 알바생을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다. 거기에 “대학을 갈 학생이 전과자가 되면 대학도 못가고 인생 망한다”고 협박하며 550만원을 합의금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경비업체 직원은 업체 직원들이 먹어도 된다고 해 통상적으로 먹던 것을 갑자기 절도로 내몰렸다. 1심 유죄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되었다. 1심에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는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법이 사람 위에 있는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일하는 알바생이 날짜가 지나서 폐기 처분될 커피콩으로 3잔을 마신 것을 횡령으로 고소를 하고, 심지어 이를 미끼로 550만원을 뜯어낼 일인가. 외부에서 서비스 직원이 오면 음료수나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일반적 상식이었다. 그런데 평소에 먹으라고 해놓고 절도로 고소할 일인가. 고소하기 전에 앞으로 먹지 말라고 공고문을 붙일 마음의 여유와 아량은 없었나. 그런데 법이 단순히 법리적으로만 1심에서 유죄를 내릴 일인가. 그 업주에 그 경찰에 그 검사에 그 재판장이 아닌가. 어쩌다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씁쓸하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사소한 실수나 배고픔조차 품어주지 못하는 인정(人情)이 사라진 사회가 되었을까. 커피 3잔 손해로 550만원을 합의금으로 받을 일인가. 초코파이 1,000원으로 소송할 일인가. 그런 소송을 받아주는 경찰과 검찰과 법원은 무슨 짓인가. 검사와 판사 같은 국가 공무원이 1,000원 초코파이로 재판을 여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 낭비가 아닌가. 그 1심 유죄판결이 사회에 도움이 되었는가.

 

우리 사회는 한국적 정서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소송 만능사회인 미국식 천민 자본주의가 대치되어 가고 있다. 우리 민족이 수 천 년을 이어온 심리적 관용과 공감 능력이 서서히 침식되고 있다. 이런 과잉 대응의 내면에는 개인이나 사회에서 심리적 여유의 고갈이 있다.

 

내면의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타인의 실수를 수용하고 관용을 베푼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과 경제적 불안 속에 놓이면, 자신의 권리가 조금만 침해받으면 극도로 반응한다.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공감 능력은 마비되고, 오로지 손해 본 사실만이 증폭되어 법으로 따지게 된다. 물론 농경 사회에서 공동체 유지에 필요했던 ‘인정(人情)’은 비합리적인 면도 있어서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공정과 충돌하기도 한다. 하지만 1심 유죄판결은 각박하게 변해가는 사회에 재판부조차 각박함을 보여 주었다.

 

법은 0과 1로만 정의되며 그 사이가 없다. 따라서 판단하는 판사가 그 사이를 읽어야 제대로 법이 살아있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 그런 사회가 공동체의 근간을 유지하는 사회적 자본이 튼튼하고 발전하고 미래가 있다. 같이 일하던 알바생이 1만원 커피 3잔을 마셨다고 고소하고, 500배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극단적 사건이 점차 만연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사회적 피로감과 불신의 만연으로 계산할 수 없을 큰 상처를 받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상식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이때 해결 방법은 사회적 포용이다. 타인의 작은 허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보다는 인정이라는 조금 성긴 그물로 각자의 사정을 걸러내 줄 수 있는 마음의 너비가 필요하다. 요즘은 디지털 환경의 심화로 몇 초도 참지 못하는 즉각적 반응하는 여유 없는 시대다. 타인에 대한 불신은 증가했고, 관용을 무능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관용은 전체적 시야에서 상황의 복잡성을 포용하고, 인간적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인간관계를 보존하는 고차원적 심리 능력이다.

 

인정(人情)의 공간으로 법이 침범해서는 안 된다. 법의 잣대도 인정과 포용을 기반으로 하여야 공정해진다. 알바생에게 커피 한잔을 선물로 허용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있는 사회가 창피하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소풍(逍風)을 현장체험학습이라 부르는 사회
요즘 초등학교에는 소풍이 없다. 1996년 교육개혁 때 소풍(逍風)을 학습의 연장선에 두어 현장체험학습이란 말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참 무지한 행위였다. 소풍(逍風)을 그저 놀고 구경이나 하는 놀이라 생각한 한심한 결정이었다. 소풍(逍風)에서 ‘소逍’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에서 유래하여 세속에 걸리지 않은 자유를 의미하며, ‘풍風’은 신라시대 화랑도의 원류인 풍류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처음 학교에 소풍을 도입한 교육자들은 이런 것을 모두 감안하여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한 위정자들이 단순한 생각에 소풍이란 단어를 현장체험학습이란 용어로 행정화시켰다. 용어는 내용을 바꾸는 힘이 있다. 소풍이 현장체험학습으로 바뀐 순간 즐거운 소풍은 일이 되고 짐이 되었다. 급기야 지금은 소풍이 사라졌다. 가장 큰 이유는 무능한 법원이다. 교육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2022년 강원도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후진하는 차에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 재판에서 담임교사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참 무능한 판결이다. 법원이 교육을 학살한 사건이다. 법적 잣대로 이대목동병원 소아전문의를 구속시킨 사건과 유사하다. 결국 소아전문의

재테크

더보기

AI 버블 장세,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국 증시가 강한 이유

최근 미국 증시는 경기 둔화 우려와 높은 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재차 신고가를 경신하며 과열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같으면 악재로 해석됐을 경제지표들에도 둔감해지며, 오직 가격 상승 자체가 새로운 상승 재료가 된 듯 조정 없이 가파른 상승세다. 물가 부담과 높은 장기금리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시장은 경기침체 가능성보다 유동성과 기대 심리에 더 크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전통적인 경기 사이클보다 AI 중심의 대형 기술주와 수급 구조에 가깝다. 특히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들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일부 종목의 상승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증시 전체가 강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수 종목이 지수를 견인하는 구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감마 스퀴징(Gamma Squeezing) 현상도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콜옵션 매수가 급증하면 시장 메이커들은 위험 회피를 위해 현물을 추가 매수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조는 지수 상승을 더욱 가속화한다. 여기에 ETF와 패시브 자금까지 결합되며 상승이 다시 상승을 부르는 구조가 형성되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