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장애인치과학을 처음 접한 시기는 본과 4학년 때였다. 당시에는 단순히 교과과정의 한 부분이라고만 생각했고, 봉사에 대한 생각도 거의 없었던 학생이었다.
국시 준비 중, 공중보건의 복무와 수련의 과정 선택의 기로에서 선배님의 조언을 통해 수련 과정을 택했고, 아이들을 좋아해 소아치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여기서 지금의 필자를 봉사의 길로 이끌어주신 이긍호 교수님을 뵙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에 장애인치과학을 처음 도입하시고 은퇴 이후에도 장애인 진료에 헌신하신 분이다.
인턴 때, 시설에서 지내는 무연고 장애인들의 구강보건 실태조사를 위해 2년차 선배님 한 분과 포터블 석션과 스케일링 기계를 가지고 방문하게 된 일이 있었다. 봉사 개념으로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본 장애인들의 구강 상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그 시간 이후에 ‘그들이 다시 치과의사를 볼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음 속으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봉사활동을 이어 가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공중보건의 시절에는 지역 동문 선배님들이 이어오신 자리에 참여해 보기도 했다. 그 후 여기저기 페이닥터를 오래 하면서 개원이 늦어져 봉사활동은 중단되었고, 잊혀졌다.
2009년 2월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긍호 교수님께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봉사진료를 해 볼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당연히 그리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곳은 필자가 대학 입학하기 전부터 교수님께서 봉사해오신 곳으로 선배님들이 매주 한 번씩 돌아가며 진료해왔다.
봉사 초기에는 papoose board를 찢거나, 방심하는 순간 미러를 물어 깨뜨리는 등 몸이 정말 힘든 진료를 많이 했었던 기억이 있지만, 오히려 걱정해주시는 보호자 분들 덕에 보람을 많이 느꼈다. 요즘 복지관 진료를 가보면, 장애인 전문 병원이 생기면서 행동 조절이 정말 힘든 환자들은 많이 줄고, 보호자들의 노력 덕분인지 구강 위생도 비교적 양호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한 자리에서 오랜 기간 봉사하다 보니 복지관 추천으로 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분들이 많은 걸 알기에 뿌듯하기도 하지만 부끄럽기도 한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함께 봉사해온 의국 선배님들, 현재 필자와 복지관 진료를 같이 하고 있는 최재영 원장님께 감사드리고, 마지막으로 봉사의 기쁨을 알게 해 주신 이긍호 교수님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