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과 맞물리며 각광받은 신소재 ‘지르코니아’에 특화된 CAD/CAM은 여전히 치기공계의 ‘대세’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는 큰 수익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만큼 높은 가격. 2억 원을 웃도는 초고가의 장비를 들이고도 기대 수익을 얻지 못해 경영 악화에 직면한 기공사들 사이에서는 ‘캐드캠 푸어’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오간다.
A 기공소장은 “캐드캠은 분명히 가능성이 있는 장비”라면서도 “2년 안에 장비값을 뽑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영업망을 확대하고, 밤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작업에 열중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치더라”고 털어놨다. 장비를 구입하며 그렸던 청사진도 들어맞지 않았다. 수가도, 수요도 예상에 못 미쳤다는 것.
A 소장은 “초기에 장비를 구입하고 마케팅에 주력한 기공소는 ‘재미’를 봤을지 모르나 확실한 수익모델 없이 막연한 자신감으로 뒤를 따른 기공소들은 경영난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치밀한 계획과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섣불리 구입하고 섣불리 포기해 손해를 입기도 한다”는 정황을 전했다.
B 기공소장은 “최신의 고급 장비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데,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라며 “여건과 장비가 좋아진 만큼 과거에 비해 기공물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꼬집었다. “고가의 장비가 고수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며 “장비를 갖춘 기공소에 외주를 주거나 몇 곳이 공동으로 장비를 구입·운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할부 개념의 ‘리스’에 솔깃해 고가의 장비를 들이기보다 ‘장인정신’을 일깨워 하향평준화된 기공물의 품질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값비싼 장비에 발목이 잡히는 것은 비단 기공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언제부터인가 ‘요즈음은 ○○레이저가 괜찮다던데 그 치과엔 없나요?’라는 문의 전화가 많아 큰 맘 먹고 해당 장비를 구입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했다. 물론 장비라는 것이 술자가 활용하기 나름이라고는 하지만 상술에 혹해 무작정 장비를 들이고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수요가 없어 장비를 놀리기를 몇 달,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중고 시장에 장비를 내놓으려던 그는 다시금 땅을 쳐야 했다. “누가 봐도 새것이나 다름없는데도 구입가의 1/3 정도밖에 챙기지 못했다”는 것.
막대한 자금 손실과 스트레스를 겪은 원장들은 “가격 고하를 막론하고 새 장비를 들일 때에는 해당 장비의 기능성과 활용성, 환자의 수요 및 치과계의 흐름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장비를 가진 주변 원장들의 리뷰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용감한 선택보다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