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2월은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강현구·이하 서울지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25개 구치과의사회의 정기총회 시즌이다. 한해의 사업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구회 임원을 제외하면 정기총회에 참여하는 일반회원들을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그 만큼 회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 더 나아가 일부 구회에서는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도 힘들다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저조한 참여율은 구회 재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신규입회는 정체되거나 줄고 있지만 반대로 미가입 치과의사는 늘고 있다. 여기에 연령에 따른 회비면제 회원의 증가는 구회의 재정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구회의 최우선 역할인 회원 결속과 유대 강화를 위한 친목행사조차도 축소해야 할 지경이다. 이 같은 위기감은 모든 구회의 공통된 사항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실천에 옮기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회비면제 폐지 및 면제연령 상향 구 상당수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고령회원에 대한 회비면제 조항 폐지나 면제연령 상향이다. 지난해 노원구회는 70세 이상 회원에게 적용했던 회비 면제조항을 ‘70세 이상은 반액, 80세 이상 면제’로 개정했다. 같은 해 강동구회는 70세 이상 면제 규정을 아예 폐지했다. 신규입회가 계속 줄어드는 현 상황이 향후 4년간 지속될 경우 회비 면제대상자가 전체의 15%를 넘어선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지난해까지 서울 25개 구치과의사회 중 회비면제 조항을 폐지한 구회는 강동구, 광진구, 금천구, 동작구, 마포구, 성동구, 은평구 등 7개, 회비면제 연령을 만70세에서 만80세로 상향한 구회는 노원구, 종로구, 중구 등 3개에 달한다.
회원 300명 이상 대형 구도 피할 수 없는 재정압박
올해에도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 됐다. 특히 올해는 서울지부에서 회원이 많은 구회로 꼽히는 서초구회가 회비면제 조항을 폐지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앞서 회비면제 조항을 폐지하거나 연령을 상향한 구회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금천구회를 비롯해 대부분이 회원 200명 미만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구회다. 하지만 서초구회의 경우 2024년 기준 302명의 회원을 보유, 서울 25개 구치과의사회 중 강남구회(496명)와 송파구회(31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회원을 두고 있다.
올해 정기총회에서 만70세 이상 회원의 회비면제 조항을 폐지한 서초구회의 경우를 살펴보면, 신입회원은 △2019년 29명 △2020년 26명 △2021년 12명 △2022년 10명 △2023년 8명 △2024년 11명으로 다소의 증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뚜렷한 감소추세를 띠고 있다. 반대로 미가입치과는 △2019년 44명 △2020년 11명 △2021년 25명 △2022년 40명 △2023년 53명 △2024년 63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탈회 회원까지 모두 포함시킨 결과 2019년 328명에 달하던 회원은 2024년 302명으로 7.9% 감소했다.
2024년 302명 중 회비면제 회원은 23명이다. 올해에는 이보다 4명이 더 증가해 27명에 이르고 향후에도 회비면제 회원이 계속 증가해 △2026년 38명 △2027년 45명 △2028년 53명 △2029년 61명 △2030년 65명 △2031년 70명 △2032년 78명 △2033년 83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회 강호덕 회장은 회비면제 조항 폐지 안건을 표결하기 전 “집행부의 부담이 큰 안건이라 해당 원로회원들에게 일일이 연락드려 양해도 구하고 반대의견도 수렴했다”며 “곧 회비면제 혜택을 받게 될 회원들의 거부감이 있었다. 그리고 폐지보다는 미가입치과의 입회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표결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정기총회 현장에 직접 참여한 원로회원은 “회비면제 조항으로 그간 회비를 내지 않았던 것이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회비면제 조항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표결결과 만70세 이상 회원에 대한 회비면제 조항 폐지는 찬성 27표, 반대 4표, 무효 1표로 가결됐다.
2024년 기준 496명으로 서울지부 중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강남구회도 회비면제 조항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재정상황이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 강남구회는 이미 지난해 재정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회비를 소폭 인상했으며, 올해에도 특별회계적립금의 이자를 일반회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부칙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구분회가 살아야 서울을 비롯한 전국 모든 지부, 더 나아가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유지될 수 있다. 구회 활성화를 유도하고 재정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