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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피보다 진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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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혁 논설위원

믿을 수 없는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가족은 유일한 피난처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가치를 생각할 틈도 없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일생을 자식들에게 기꺼이 제물로 바치기도 한다. 아마 후손들에게 물려 줄 생존 외의 가치는 이런 세상에서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소위 고전적 가치들조차 삶과 멀어져 어느덧 현학과 표현을 위한 겉치레로 전락해 버렸다. 호연지기 정신으로 삶을 승화시킬 지침인 주역조차 점쟁이 노릇의 전유물처럼 오인된 지 오래다. 한 때 순교로 버텼던 종교 역시 자본을 숭배하는 현실에서는 신도의 숫자로 모든 것을 대변한다. 우리 옛 선비들의 지조와 절개는 오늘날 서점에서 고전과 인문학으로 팔리고 있고 여러 곳에서 수강료만 내면 쉽게 접할 수 있는 강의 이야기 정도가 되었다. 그 누구도 삶을 걸고 달려갈 사상은 간데없고 마지못한 생의 방편쯤으로 여기저기 걸려있는 셈이다.

 

사상이란 본래 피보다 진한 것으로 역사는 말한다. 물론 그 역시 가치의 승리를 위한 것이지만 명분이 있고 스스로 확신한다면 자신은 물론 가문의 멸망까지도 감수하고도 남을 최고의 덕목이었다. 세조 앞에서 자신과 가족의 죽음을 마다치 않고 절개를 지키며 어린 딸의 생존을 걱정하던 성삼문의 사육신 정신은 그래서 피보다 진한 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암흑의 시대에 자행되었던 극악한 반인륜적 행위 속에서뿐 아니라 근대와 현재의 전쟁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이같이 피보다 진한 사상은 점점 책 속으로 사라지고 다큐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전체적 인류의 생존은 이제껏 그 평균을 높여왔음에도 자연과 분리된 인간 문명의 독단성은 그 이득만큼이나 폐해를 키워왔다. 그래서 지금 남은 것은 사상이 아니라 그 스토리 인 것이고 피보다 진한 가치는 이미 멸종을 겪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피보다 진한 사상이 떠난 자리에서 야생의 생존경쟁 이상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족과 혈연만이 지고의 가치로 오늘날 남아있는 것인지 다시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혈족과 관련된 집착은 인간 존재의 핵심임에도 그 자체가 넘어설 대상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혈연은 하늘이 내린 선천의 관계이고 사상은 개인이 맞아야 할 스스로의 실존인 것이다. 그런데 이 혈연관계가 사상 노릇을 하고 있고 인간 실존의 깨우침을 이끌어야 할 사상은 액세서리처럼 곳곳에 팔려 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인간이 넘고 정리해야 할 한계상황을 누가 대신할 수도 없지만 이런 사상의 부재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를 두지 못하는 관계성에서 나타나는 가치 혼란일 것이다. 거리를 두지 못하고 올인하는 맹목성은 도리어 주어진 거리를 사랑하고 기다릴 줄 모르는 가치와 사상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탓에 피도 피가 아니요 사상도 본래 사상이 아닌 현실을 다시 질타할 수밖에 없다.

 

내년 치협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써 하루가 짧게 물밑 작업의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온다. 맥없이 대의원 선거만을 바라보던 일반 회원들도 이제는 천여 명에 이르게 될 선거인단에 참여하기 위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출마를 저울질하는 잠룡들도 새로운 선거인단제도의 공정한 룰과 시행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우려는 개별적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가 아니라 집단적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단체행동일 것이다. 혈연으로 뒤범벅된 복잡한 교집합 관계에 휘둘리게 될 선거라면 굳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새로운 제도는 이중과세인 셈이다. 현 집행부 역시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다. 피보다 진한 자존심을 건 사상으로 선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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