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대학 재학 시절, ‘치과의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은 무엇일까’하는 고민을 거듭하던 이성종 원장은 그 답으로 ‘장애인 치과진료’를 선택했다. 학과 수업과 별개로 장애인의 특성과 맞춤형 진료 방법을 연구하며 조금씩 이해의 폭을 넓혔고,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는 청각 장애인이나 언어 장애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짬짬이 수화도 배웠다. 치과를 개원할 때도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이 원장의 장애인 진료기를 들었다.
“장애인 위한 치과 만들고 싶었다”
장애인 치과진료는 치과의사의 주도적인 참여 없이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각 장애별 맞춤 진료를 제공한다는 것이, 단순한 진료비 지원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올바른 장애인 치과진료를 위해 학창 시절부터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곳곳을 찾아다니며 장애의 종류와 특징은 물론, 장애인 진료의 주의사항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던 시기에는 수화도 배웠다. 청각 및 언어 장애인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서였다. 공중보건의를 마치자 곳곳에서 개원 권유가 들려왔지만, 장애인 치과진료에 매진하고 싶다는 가슴 속 열망은 “조금 더, 조금만 더”하고 커져갔다. 이 원장은 “의지와 지식만으로는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며 “개원 전, 더 많은 장애인 환자를 만나며 한층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서울특별시립장애인치과병원에 들어갔다”고 했다.
오랜 ‘출격 준비’를 마치고 개원을 결심한 후에는 휠체어 동선이 확보되는 입지를 우선적으로 찾았다. 중증장애인 치료를 위해 전신마취 시설을 갖추고, 마취를 도울 마취과 전문의도 섭외했다.
하지만 진료를 거듭하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중증장애 환자를 위한 전신마취 비용이 진료비보다 더 많이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 발생한 것. 안전한 전신마취를 위해서는 마취과 전문의의 협진이 꼭 필요했지만,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을 안기는 모습에는 영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중증장애환자를 위해 마취과 전문의를 상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단국대학교 죽전치과병원 내에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개설돼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위탁 진료가 가능해지면서, 이 원장은 한시름을 덜게 됐다.
“매월 수익금 일부 장애인 위해 적립해요”
이성종 원장은 개원 이래 진료 수익의 일부를 치과를 찾는 어려운 이들을 위한 기금으로 꾸준히 적립해왔다. 장애인 환자뿐 아니라 생활보호대상자 등 조건에 부합하는 환자가 오면 미리 조성된 기금을 운용해 진료비를 지원한다는 것.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추다보면 지원액도 달라지고, 내 돈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아까운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월별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그 안에서 지원을 하다 보니, 대상자 수와는 관계없이 일정한 지원이 가능해지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죠.”
“봉사에만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봉사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재정적인 부담은 물론이요, 치과운영 시간과 개인시간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이다. 어려운 사람이라고 판단돼 도움을 주었는데, 알고 보니 진료비가 아까워 봉사자를 악의적으로 이용한 것임을 알게 되면 봉사 의지가 반감되기도 한다. 이성종 원장은 스마일재단과 같은 봉사단체와 함께 봉사에 나서는 것을 추천했다. 대상자 선정은 단체에 위임하고, 치료하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것.
“행정적인 절차는 단체에 위임하고, 그만큼 더 환자에게 집중하기를 권하고 싶어요. 과도한 진료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기도 한결 쉬워서, 여러모로 부담을 덜 수 있거든요. 모쪼록 더 많은 분이 장애인 치과진료에 참여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희수 기자 G@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