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잘못 청구했다 실사(현지조사)라도 받으면 어떡하지?”, “누구는 업무정지에 환수까지 당했다더라”, “다른 치과보다 지표가 높으면 위험하다더라”하는 이야기를 나눠봤을 것이다. 보험청구에 관심이 없을 땐 잘 몰라서 삭감당할까 전전긍긍하고, 보험청구에 눈을 뜨고 나서는 현지조사 대상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현지조사 방법과 관련법, 처분기준 등을 자세히 살펴보자. <편집자주> |
현지조사 3~6일 소요, 6개월치 조사가 기본
현지조사는 △정기조사 △기획조사 △긴급조사 △이행실태 점검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부당청구 혐의가 보이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을 하지 않는 기관, 민원다발생기관, 내부종사자 신고기관이 우선 대상이 되는 정기조사 대상이 된다. 또한 건강보험제도 운영상 문제가 되는 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기획조사(2014년 기획조사 항목 :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의심기관), 거짓·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으며 증거인멸이나 폐업의 우려가 있는 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긴급조사가 있다. 그리고 현지조사 결과 업무정지를 받은 기간 중에 편법을 쓰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이행실태 점검이 있다.
현지조사는 한 번 시작하면 3~6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필요한 경우 조사관들은 연장을 신청하기도 한다. 조사관들이 치과에 파견돼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타당한지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그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 환수나 행정처분이 따를 수 있다. 대체로 최근 6개월 진료분에 대한 청구자료가 조사대상이 되며, 고의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거짓청구를 한 정황이 포착되거나 2개 이상의 요양기관의 담합 또는 공모로 조직적으로 거짓·부당청구한 사실이 인정되면 3년치까지 소급해 조사할 수 있다. 한편, 현지조사 자체를 거부하거나 거짓서류를 제출할 경우 업무정지처분 1년 및 형사고발(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뒤따를 수 있다.
민원발생-내부고발에 의한 현지조사 빈도 높아
현지조사 대상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검·경찰-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 대외기관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보건복지부가 선정한다.
치과 현지조사를 맡고있는 심평원 실무자는 “원장이 직접 청구한 경우에는 내원하지 않은 친인척이나 가까운 동료의 정보를 입력하고 청구하는 허위청구가 많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모든 적은 내부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지조사를 나가는 사유 중 요즘 가장 흔한 것이 내부종사자의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청구행태를 가장 잘 아는 직원이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고발하거나 신고포상금을 노리고 고발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수진자조회 등을 거치게 되는데 이 경우 원장과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믿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실제로 내부종사자 공익신고기관 포상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진료비 부당청구에 대한 내부고발은 3년 새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고, 포상금 규모는 12배 급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내원일수 거짓청구 또는 증일청구(근관치료 2회를 3회로 늘려 청구) △비급여 진료 후 이중청구(광중합레진, 인레이, 임플란트 치료 후 급여항목으로 청구) △의료자원 착오신고 관련 부당청구(방사선장비 미신고) △본인부담금 과다 징수(매복치 발치, 콘빔CT 비급여 징수) △미실시 행위료 청구(근관세척 시 치근단 촬영, 미실시 러버댐장착료 등) 등의 부당청구 내역이 확인된 경우가 주로 대상이 된다.
민원에 따른 현지조사의 경우에는 요양기관의 거짓·부당청구에 대해 제보된 기관 중 실명의 제보자가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를 제시하며 신고한 경우만 해당된다.
자표연동자율개선 통보서에 위축되지 말아야
개원가에서는 자율시정통보서를 몇 번 이상 받으면 현지조사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기존의 자율시정통보제에서는 5회 이상 미개선 시 현지조사 검토기관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에서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선별해 조사에 나섰었다. 그러나 7월부터 지표연동자율개선제로 바뀌면서 치과에 대해서는 내원일수만을 기준으로 자율개선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미개선 횟수에 관계없이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토록 돼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지표’다. 내원일수가 평균치라 할 수 있는 1.0이상인 경우이면서 청구금액이 상위 15%인 경우에 해당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지표가 높아진다고 인위적으로 낮추려고 하는 치과들도 간혹 있다”면서 “그러나 제대로 진료하고 청구해 전체적으로 치과의 평균치를 높이는 것이 전체 치과계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축소청구보다는 당당한 청구로 평균을 끌어올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한해 현지조사를 받은 치과병·의원은 모두 29개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66개, 2012년 50개에 비해 다소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해 현지조사를 받은 전체 요양기관 770곳 가운데 부당기관은 660곳(부당적발률 85.7%)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