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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모친, 고령의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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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3년째인가, 올해 6자를 그린 필자는 김치, 굴비, 조개젓을 챙겨 구순 모친을 뵈러 한 달에 두어 번 치과 근처 요양병원에 들른다. 전형적인 老老 부양가구가 되었다. 어릴 때 소풍날, 생선을 말리고 가루를 내어 빨갛게 염색을 해서 오색 김밥을 만들어주던 모친의 뽀얀 손등은 이제는 정맥이 험하게 불거지고 마른 피부가 거칠다. 그동안 진통소염제는 달고 사셨고 간간이 동네의사에게 부탁해 안약과 피부약 등을 챙긴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내가 치의였기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번거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병원에 모시기까지도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장자가 끝까지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인 효도개념을 거슬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인, 누님, 형제와의 의논은 여러 산을 넘어야 했다. 전통적 가부장제에서 성장한지라 내 삶과 모친의 삶을 분리해 내는 것, 소위 정서적 자기경계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친은 5년간 척추 골절 및 협착증, 어깨골절, 고관절 골절로 투병 중이다. 집안에서 침대로 가다가 넘어지셨다. 두 다리 보행에서 지팡이, 워커 보행기를 거쳐 이젠 휠체어에 의지하신다. 한때는 설통을 호소하셨다. 직감적으로 분리불안과 화병, 우울증이 떠올랐다. 이론은 많지만 해드릴 게 별로 없는 병. 어느 날 작심하고 글로브와 설압자 등을 가지고 가서 꼼꼼히 촉진하고 암이나 염증이 아니라는 것을 나름 주지시켜 드렸다. 비타민B를 드리고 리도카인 연고도 발라드렸다. 찬 사과 주스도 사다 드렸다. 장애등급 판정을 받고 국가보조가 있으니 가내부양보다는 훨씬 사정이 낫다. 다행히 노인성 치매는 없어서 명절 때마다 간병인들 선물을 부탁하고, 문병 시는 꼭 간병 선생님께 인사하고 가라고 아직도 환갑아들을 코치하신다. 인간의 자존심과 수치심은 평생 간다.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대소변을 도와주는 간병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리라. 영화 ‘국제시장’에서 파독 간호사들이 노인들 돌보아주던 장면이 우리는 이제야 실현된 듯하다. 당신 젊으실 적 교사의 직업의식은 평생 가는듯 하다.

 

옆 침대에는 파킨슨병인 듯 불수의적으로 일정동작을 반복하는 분이 있다. 덜거덕거리는 틀니 소리가 신경 쓰이는데, 과거 시인이셨다는 지라 안색은 맑다. 또 다른 한분은 척추와 무릎 관절병으로 투병 중인데 후덕한 인상이다. 자녀가 돌아가며 매주 들른다고 자랑하신다. 치과에 내원하는 독거노인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은 눈물겹다. 내원 자체가 생존을 걸어야 하고 온갖 성인병과 영양부족으로 발치 하나가 조심스럽다. 건망증과 치매에 청각장애가 있으면 틀니제작 협조가 무척 어렵다. 수의사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곧 그들의 기본 인권과 존엄성을 생각한다. 나도 그리될 것이다. 그전에는 이들의 상태를 진정으로 이해 못 해 면박을 주기도 하고 반복설명도 하고 써주기도 하였는데, 이제는 모친을 겪으며 으레 그러려니 한다.

 

이들은 틀니 진료비 50% 부담도 과다하게 보인다. 기초연금 20만원, 6달치를 모아야 상하 틀니 비용이 된다. 사회공적부조인 1,2종 의료급여는 전 국민의 2% 정도인데 미국의 14%(medicade)에 비하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가족이나 요양보호사, 간병인을 동반하면 그래도 복 받은 인생이다. 그러나 이것도 두 다리 보행이 어느 정도 가능할 때이지 요양병원 신세가 되면 거의 불가하다. 그간 왕진을 요청받은 경우가 딱 두 번 있었다. 자녀나 간병인이 환자의 입안 사정을 알아채기도 어렵고, 소통 자체가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장기요양급여가 정착된 것은 큰 발전이다. 치과의사 출신 김춘진 의원이 관여한 것으로 아는데, 왜 초기부터 치과부분이 제외되었는지 의아스럽다. 아마도 예산문제일터인데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치과용 이동식 진료기구도 활성화되어 적극적으로 하면 할 수 있는 진료는 다양하다. 이는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로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다. 복지부와 협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큰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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