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일)

  • 구름많음동두천 -1.3℃
  • 맑음강릉 4.4℃
  • 구름많음서울 -0.1℃
  • 대전 1.3℃
  • 구름많음대구 4.4℃
  • 구름조금울산 5.0℃
  • 광주 3.8℃
  • 구름조금부산 6.3℃
  • 흐림고창 4.1℃
  • 흐림제주 8.0℃
  • 구름조금강화 0.2℃
  • 흐림보은 0.7℃
  • 흐림금산 2.2℃
  • 흐림강진군 5.8℃
  • 구름많음경주시 3.9℃
  • 맑음거제 6.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의료서비스? 신뢰!

URL복사

유창선 논설위원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서비스 질을 향상하자!” 몇 년 전 대형 병원에 있었던 캐치프레이즈다. 이 표현이 맞는 말인가? 혹시 ‘환자’를 고객으로, ‘의료서비스’를 서비스로 잘못 쓴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본 사람은 없었을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외래어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부터인지 궁금해진다.


서양의료 시스템이 정식으로 도입된 시기는 19세기 말부터인 일본의 식민통치 시대다. 그 당시인 1930년대 우리나라 상업계에 처음으로 각종 ‘서비스 걸’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라는 용어가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병원에서 서비스라는 용어가 사용된 기록은 없다). 이후 미군정 시에도 “서비스가 좋은 곳”이라든지, “그 다방의 아가씨는 서비스가 좋다”라는 상업적 이미지로 우리 국민에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서비스(service)라는 단어의 유래는 고 프랑스어인 service, 라틴어인 서르비띠움(servitium-slavery)으로 신에게 봉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던 것이 19세기에 이르러 종교적 의미보다는 남에게 베푼다는 의미로 서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현대는 주로 세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첫째, 종교적 의식으로의 서비스(service) 즉, 교회나 성당에서 하는 예배나 미사를 이르는 의미, 둘째, 의료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서비스라는 의미, 셋째, 소비자를 상대로 한 상업적인 서비스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태생부터 서비스라는 단어가 상업적인 의미로 사용됐기 때문에 다른 두 가지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생각해 보지도 않고 남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숭고한 의료서비스조차 무의식적으로 상업적인 개념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용어가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들 중 하나인 사회와 환자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의 한 요인이 된다고 본다. 즉 환자가 소비자인 고객이 되면서 의료행위가 상거래 행위처럼 여겨지게 됨으로써 내가 내 돈을 지불한 만큼 당연히 치료를 받는 것이고, 의료서비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상업적인 서비스 형태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 의식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를 비롯한 많은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인간적이고 철학적인 다소 형이상학적인 행위인데, 이것이 소비하는 물품으로 전락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긍정적인 인간관계는 서로간의 신뢰에서부터 출발한다. 하물며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치료와 치유가 이뤄질 수 있을까? 치료는 고객이 아닌 환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의사가 판단하기에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를 권유하는 경우조차 의사를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물론 외국의 병원에서도 서비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서 서비스라는 용어가 발달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병원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는 그들의 의식 속에는 의료서비스인 것이다.


대기업에서 세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의료의 상업화에서 환자가 고객이 되고, 의료서비스가 (상업적)서비스 상품으로 전락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시작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다. 누구나 평생 한 번은 환자가 될 수 있다. 환자는 가장 약한 존재로서 보호받고 인간적으로 존중받을 대상이지, 상품을 사는 고객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환자라고 볼 수 있다. 환자에게 환자라는 이름을 돌려주고, 의료서비스를 좀 더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의료도 얼마든지 훌륭한 문화가 될 수 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