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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치과계를 빛낸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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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훈 논설위원

여성은 수 세기 전부터 치과 치료를 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는 문헌상의 언급은 빈약하지만 14~15세기 그림에서 여성 치과의사가 진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사 속에 특출한 여성 치과의사는 없을지 몰라도 묵묵히 치과의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여성들의 숫자는 밤하늘을 수놓는 이름 없는 별처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최초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한국인 최초의 여성 치과의사는 누구일까? 1925년 경성치과의학교를 졸업한 강흥숙과 김름이가 그 주인공이다. 1940년 만주에서 개원했다는 김름이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지만 부산에서 개업한 강흥숙은 여성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했음을 신문 지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25년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직업에 첫 거름’에서 두 분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시야를 넓혀 다른 나라를 살펴보자. 세계 최초의 여성 치과의사는 1865년 미국 Ohio Dental College를 졸업한 Dr. Lucy Hobbs(1833-1910)이다. 미국여자치과의사협회는 매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성 치과의사에게 Lucy Hobbs Taylor Award를 수여하면서 그녀를 되새기고 있다. 1895년 Edinburgh Dental School을 졸업한 영국 최초의 여성 치과의사 Lilian Lindsay(1871~1960)는 여성으로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1946년 영국치과 의사협회장으로 선출됐다. 두 사람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치과대학 입학이 불허됐던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치과계의 잔 다르크라 해도 손색이 없는 여성 두 명을 소개한다. 파리 치과대학을 졸업한 여성 치과의사 Danielle Casanova(1909-1943)는 레지스탕스 대원으로 맹활약 한 프랑스 애국자였다. 일제 강점기 여성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조선의 딸 최금봉(1896-1983)은 1920년 체포돼 옥고까지 치렀다. 출옥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1931년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해 평양, 안동, 부산과 서울에서 개원했다. 해방 후에는 여성운동과 사회사업에 전념했는데 그 공훈을 인정받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았다. 두 여성은 그들의 고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가만히 있지 않았고 용기 있게 맞서 싸웠다.        


필자는 올 봄 학회 참석차 일본 동경을 갔다가 뜻밖의 행운, 세린디피티(serendipity)를 경험했다. Toyo Gakuen Archives를 방문해 동양여자치과의학전문학교(1917~1945)를 졸업한 조선 여성이 21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담긴 자료를 갖게 됐다. 특히 1926년 1회 졸업생 명단에 적힌 박봉남(朴鳳南)을 보면서 한 번 놀랐고, 그녀가 진료하는 뒷모습이 촬영된 사진을 접하고 두 번째로 놀랐다. 사진에는 ‘중국 북평 박봉남 현 치과치료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치과의사학적으로 박봉남은 최초로 외국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한 여성이자 외국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한 최초의 조선 여성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의녀(醫女)중에서 가씨, 장덕, 옥매, 귀금과 효덕은 치과 진료를 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하고 있다. 고서 용재총화(1525년)에는 치과 치료가 실감나게 묘사됐다. “제주에서 온 여인이 하나 있었는데 의술은 알지 못했으며 오직 치충을 제거했다. (중략) 나도 역시 불러서 치통을 치료했다. 사람으로 하여금 얼굴을 들고 입을 열게 한 후 은비로 조그맣고 하얀 충을 잡아냈다. 은비가 치아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치아에서 피도 나지 않았다.” 이처럼 여러 선현들의 치과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는 고서적들은 앞으로 연구해야할 우리들의 숙제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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