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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추분단상(秋分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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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46)

마지막까지도 시끄럽게 존재감을 알리던 매미소리는 이제 조용해졌지만, 무던히도 덥던 여름의 더위는 아직까지 그 미련을 남기고 있다. 요즘 세상은 너무도 어수선하다. 대내외적으로 어느 것 하나 편안한 것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러하여도 시간이라는 흐름은 무심하게 흐른다.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1년 중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은 두 번 있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과 밤이 길어지는 추분이 있다. 추분이란 가을을 둘로 나누는 날이란 뜻이다. 즉 가을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날이다. 춘분은 서서히 해가 길어지면서 만물이 더 많은 햇살의 해택으로 모든 일을 준비하라는 의미이고 추분은 서서히 햇살이 줄어드니 모든 일을 마무리하기 시작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추분이 지나면 보름 뒤에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는 한로가 있고, 또 보름이 지나면 서리가 내리는 상강이 있다. 다시 보름 뒤에는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입동이다.

이런 일련의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추분은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기 시작하라는 의미이고 입동까지 한 달 반 정도 남았기 때문에 매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시간을 따라 흐르는 것들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과정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마무리에 대한 알림이 추분이다. 삶에서도 시작과 끝이 있다면 그 과정이 있다. 삶에서의 과정을 인생이라 부른다. 그래서 시작과 끝보다는 그런 과정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생에 비유한다면 5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을 의미할 수도 있다.

추분에는 1년간 농사지은 것에 대한 수확을 시작할 준비를 하여야 한다. 이제부터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목화를 따고 고추도 따서 말린다. 그 외 잡다한 산나물들도 거두어들여 잡다한 가을걷이를 시작한다. 모든 농작물은 서리를 맞으면 못쓰기 때문에 한 달 남은 상강 이전에 모두 마무리를 해야 한다. 무척 바쁜 시기인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시간은 인간들에게 준비할 여유와 알림을 준다. 그런데 그 모습은 낮과 밤의 길이가 공평하게 똑같은 모습으로 온다.

이런 똑같은 모습에서 내일부터는 달라질 것이란 준비를 해야 하지만, 통상 인간들은 지금의 공평에 머물고 그 공평이 변화되는 것을 거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 중에 어둠과 밝음이 공평한 날은 딱 2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공평한 날이 딱 2일 뿐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법칙에서 공평함보다는 불공평의 질서가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불공평의 질서 속에서 반년에 한 번씩 공평함을 준다. 더불어 변화가 시작됨을 알려주며 준비하고 대비할 것을 가르쳐준다. 추분은 지나온 일과 행하여 온 것들의 결과를 평가받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춘분에 뿌린 씨를 잘 길렀다면 추분에 수확할 것이 많겠지만 뿌려 논 것이 없거나 비록 뿌렸다 해도 관리하지 못했다면 추분에 거두어 드릴 것이 없다.

정해년 추분날 아침에 50대 중반을 지난 필자는 지금이 삶의 추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삶의 추분에서 자신을 바라보니 더 원하는 것도 더 바라는 것도 없다. 이제는 마음속에 미운 사람도 없다. 공평하게 평형을 이룬 듯하다. 추분이니 이제 바빠지는 것이 남았음을 인식한다. 벌리는 것이 아니어도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를 실천해야 하는 바쁨이 남아있다. 세상의 어수선함에서 벗어나는 수고를 해야 함이 남아있다. 필자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나눠주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해야 하는 바쁨이 남아있다. 지난 시간들이 세상이 그러하듯이 늘 불공평하였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 불공평함의 운동장에서 필자는 우측인 적도 있었고 좌측인 적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추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반듯하여졌다. 다시 운동장은 기울어질 것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필자가 선택할 수 없는 춘분이라는 운동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필자의 생각과 판단에 의해 우측과 좌측을 선택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이제 필자는 운동장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달리는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인생에서의 추분은 아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추분을 맞이하여 변화될 인생의 운동장에 어떤 모습으로 참여할 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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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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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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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