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비 무이자 할부’를 내건 신용카드가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을 위한 카드사의 특별한 서비스인 것으로 광고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모든 부담은 의료기관에 전가된 ‘말로만’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카드사의 권유로 가맹점 계약을 했지만, 환자가 부담해야 할 할부 수수료까지 의료기관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부당한 것 아니냐”면서 “비용 부담이 줄어 환자가 늘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결국 진료비의 일정부분을 할인해주는 셈이 돼 치과의 부담은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병원비 결제 시 최장 6개월 무이자 할부 및 포인트 추가 적립 혜택’을 내건 카드사 광고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혜대상은 모든 카드 고객들이지만, 대상 진료는 비급여로 제한돼 있고, ‘치과, 성형외과, 안과 등 수도권 60여 개 제휴병원’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표현돼 있다.
7~8%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담하면서라도 환자를 유치하고 싶다는 의료기관을 제휴병원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홍보를 돕고 있는 셈이다.
제도 도입 당시 복지부는 카드사와 제휴는 가능하나, 카드사가 안내문 등을 통해 해당 의료기관을 소개하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현재 각 카드사는 카드 이용 고객에게 맞는 병원을 직접 연결해주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는 방법, 또는 제휴병의원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직접적인 환자연계에 나서고 있다. 여전히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카드사는 부담이 없어 좋고, 고객들은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좋고, 병의원은 환자 유치가 쉬워서 좋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의료기관만 불리한 무이자 할부 시스템을 도입할 지에 대한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