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5 (토)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진료거부권

URL복사

송윤헌 논설위원

‘의사는 환자의 진료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무가 ‘의사는 어떤 경우와 상황에서도 환자를 무조건 진료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진료거부에 대한 처벌이 있다 보니 이를 무기로 의사를 압박하거나 의사의 윤리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진료를 거부하지 않는다. 더구나 경쟁이 심해지는 현재 경제상황에 비춰 본다면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려고 안달’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인이 진료를 하기 싫은 경우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틀니를 시작하면서 “못 씹어 먹으면 소송할테니 알아서 잘 하라”는 환자, 욕설이나 거친 행동을 하면서 의료진을 애먹이는 환자, 치과의 지시는 무시하고 내원일도 안 지키면서 낫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환자, 직원들에게 성추행적 행위를 하는 환자 등 의료진의 혈압을 올리는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진료를 거부하지 말라는 것이 어떤 경우라도 이런 비상식적인 환자도 굽신거리면서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독일에서 의사면허와 전문의 자격을 딴 가천대 이성낙 명예총장이 1970년대 말 독일에서 경험한 일을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주말 당직근무에서 술기운이 도는 환자가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이봐 노랭이 의사! 진료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이 총장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일단 기본 검사를 한 뒤 “심전도 검사, 방사선 검사 및 혈액 검사 결과, 환자가 거동하는 데에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안면의 타박상도 지혈이 된 상태라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점을 차분하게 설명한 후 분명한 어조로 덧붙였다고 한다. “본인은 이 순간부터 환자의 진료를 거부합니다”라고.

 

이러한 상황이 가능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 총장은 인턴교육에서 “여러분에겐 환자 진료를 거부할 권리가 분명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것은 결국 ‘환자 보호 개념’에 근거한다는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환자가 의사의 치료 방침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의사의 심리적 부담을 주는 부적절한 언어나 행동을 하는 경우, 환자와 갈등상태가 되면서 진료를 하게 되면 그릇된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다시 말해 의사의 환자 진료 거부권은 결코 의사의 권리 보호 차원이 아니라 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낙태금지가 위헌으로 판결나면서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시술거부권을 달라는 청원을 냈다. 보수적인 의료의 개념은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있고, 의사들은 힘들고 어렵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건강이 개선된 결과를 생각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의 진료를 하게 된다. 그런데 건강서비스에 해당되는 의료가 생기면서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게 되었다. 문신이나 피어싱은 의료행위의 범주에 속하지만, 환자를 건강하게 해 주는 의료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낙태시술도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한 의료행위는 아니므로 시술자의 양심과 윤리관에 반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대다수 의사가 낙태시술을 거부하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여성의 권리도 제한받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현명한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진료거부권이라는 어색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극소수 환자의 진료방해가 되는 상황에 대한 논의도 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본인의 진료를 방해하는 환자도 진료를 받을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하는지, 더구나 그 환자로 인해서 다른 환자의 진료도 방해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의료진에게 책임만 묻지 말고 사회적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4분기 S&P500 자산배분 투자 전략 – 상승장 분석 및 리스크 관리

2025년 4분기, S&P500은 다시 한 번 역사적 고점 부근에 서 있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유동성의 정점과 경기 사이클 전환의 신호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자산시장 프랙탈 분석을 통해, 현재의 상승장이 어떤 구조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현재의 금리 국면을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으로 단순화해보면, 지금은 금리 인하기의 후반부, 즉 B~C 구간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이 동반되는 시점에 이뤄지며, 이때 자산시장은 일시적인 안도 랠리를 보이다가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상승세가 꺾이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2025년 9월 FOMC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지만,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와 증시의 버블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약 40년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형 경기 둔화 사이클이 아니라, 인플레이션형 금리 인하기라는 점이다. 물가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인하되고 있어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