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쇼’가 있다. 눈과 귀가 즐거운 쇼, 그리고 입과 손가락이 바쁜 쇼!
눈과 귀가 즐거운 쇼란, 춤과 노래, 묘기와 마술 등 다채로운 공연으로 보는 눈이 휘둥그레해지고, 귀가 즐거워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쇼를 말한다. 남자 치과의사라면 소녀시대, 원더걸스, 아이유 등을, 여자 치과의사라면 빅뱅과 2PM, 비스트와 같은 아이돌 스타의 공연이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만 해도 흐뭇한 걸 어찌하랴).
반면 입과 손가락이 바쁜 쇼란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터져나올 것 같은 욕 때문에 입이 근질거리고, 저절로 삿대질을 하게 돼 손가락이 바빠지는 쇼를 말한다. 이런 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요즘 우리 치과계에서 공공연히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런 입과 손가락이 바쁜 쇼가 아닌가.
‘눈 가리고 아웅’을 넘어, 이제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쇼를 선보이는 경지에 이른 몇몇 네트워크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어 좋긴 하나, 덕분에 입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아플 정도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하지만 원래 내가 양(덤핑이 아닌 제대로 된 수가라는 주장)’이라고 외치던 제1막이 끝나는가 싶더니, ‘사실은 내가 키다리 아저씨(치과대학에 장학금, 기부금을 주겠다고 하여 또 논란)’라고 대놓고 고백하는 제2막이 이어졌다.
그리고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을 뿐인데 어째서 왕따?(치과계가 나를 왕따시키고 있다는 죄인 광고로 또, 또 다시 논란)’라고 호소하는 제3막이 이제 막 시작한 참이다.
중간에 안볼 수 있으면 안보면 되고, 중간에 나갈 수 있으면 나가면 될 텐데 치과계 일원인 이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바라건대 이왕 할 쇼라면 제대로 된 쇼를 보여줬으면 한다. 제대로 된 쇼란, 그래도 공감할 만한 무엇이 있어야 하고 마음을 움직일 만한 진정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안보이니 보는 사람이 괴로운 쇼가 될 수밖에.
참신하지도 않은 재미없는 꽁트를 선보이고는 “어때? 완전 재밌지? 기발하지?”하고 떼를 쓰는 개그맨처럼, 공감할 수도 진정성이 담기지도 않은 얘기를 늘어놓으며 “어때? 나 잘하고 있지? 나 불쌍하지?”라고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니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쇼를 하려거든 이제 제대로 치과계 동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고 박수까지 받을 수 있는 멋진 쇼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이토록 재미없고 한숨 나오는 쇼만이라도 이제 제발 그만 그쳐주었으면 하는 건 너무 큰 소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