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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구회장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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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렬 논설위원

구두 몇 켤레는 닳아 없앨 각오로 여기저기 개업자리를 알아보다가 송파구에 개업했다.

 

개업자금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공휴일까지 진료하는 열성으로 몇 년을 보냈다. 임상실력의 부족을 느끼면, 세미나를 쫓아다니면서 채워나갔다.

 

빚을 웬만큼 청산하면서 사는 집을 조금씩 늘려나갔다. ‘이정도면 되었다’라는 안분지족을 느끼기보다는 항상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쉬지 않고 뛰었다.

 

그럴 즈음 당시 송파구회장으로부터 공보이사의 결원이 생겼으니 남은 임기만 채워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구회 일에 뛰어들었다.

 

여유없이 개업과 더불어 석·박사과정을 밟아나가는데 몰두하고 있었기에 구회일은 나에게 큰 부담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원고청탁을 해야 하는 등 너무나 생소한 일이었다. 그래도 선배들의 강력한 권유를 매몰차게 뿌리칠 수 없어서, 참고 견디면서 주어진 업무를 완수하려고 노력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고, 이제 내가 구회장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알을 깨는 고통이 따랐지만, 알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환경으로 나와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경험한 것이 훨씬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알을 깨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제 나는 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금까지는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에만 반응을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송파구치과의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회장이라는 말 자체가 두 어깨를 누르고 있기에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압박감을 느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전임 회장들이 남겨 놓은 어록이나 업무들을 되새기면서, 답습하려고 노력한다. 아직까지는 나의 색깔을 나타내기엔 너무나 여유가 없다. 유지만 하자. 회무를 빼먹지 않고 유지만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같이 고민하고 기꺼이 함께 짐을 짊어져주는 부회장들이 있어서, 그래도 힘이 난다. 전임 회장들이 전해주는 팁들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함께 일할 이사들을 선임하는데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나의 이사시절에도 그랬듯이 모두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남는 것 없는 궂은 일에 손을 담그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생활반경을 지키려고 하지, 새로운 환경으로의 도전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는 것 같다. 비생산적인 일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구회에 봉사한다는 개념으로 부탁해도, 개인적인 업무가 바쁘단다. 치과의사의 한계와 정체성에 심한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나의 부덕의 결과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된다.

 

그러나 회장으로서 멈출 수 없는 책임감은 나의 무한 인내력과 지혜를 창출하게 하고, 또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동료들의 도움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구회업무는 이제 시작이다.

 

이제 감히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한다.

 

회무일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에 접하는 사람들에게, 함께하는 동료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쳐주는데 주력할 것이다. 새로운 만남이 재밌고, 즐거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만 불만을 수근대지 않고, 서로의 수다를 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결책들을 도출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많은 다양한 취미들을 발산할 수 있는 환경들을 조성할 것이다.

 

이것을 밑거름으로 송파구치과의사회라는 거목을 잘 가꾸어 갈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구회원간의 친목도모를 통하여, 회원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치과의사의 품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 싶다. 회원간의 신뢰를 깊이 쌓음으로써 서로의 믿음을 강화한다.

 

그 믿음과 더불어 불법에는 엄격하고 집요한 공격을 가하여 불법들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고자한다.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가지고, 과욕을 부리지 않고, 주위의 이웃들을 돌아보고, 다양한 삶에 대한 즐거움으로 분위를 가져가면,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들은 스스로 꼬리를 감출 것이라고 믿으며 기꺼이 내 어깨에 맡겨진 책임들을 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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