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RO
형사 사건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의뢰인의 사무실이나 진료실, 집, 차량을 압수수색하는 현장에서 영장집행에 대한 대응을 한 경험이 수 차례 있었습니다. 그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영장을 집행하기 전 수사관들은 영장을 제시하여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118조), 수사관마다 제시하는 스타일이 제 각각이라 매번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하여 수사관과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습니다. 특히 혐의 사실이 여러 가지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일부러 영장의 기재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문맥과 표현이 이상한 문장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경험하였습니다.
의료인과 관련한 보험사기 사건,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등에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다수 경험하였습니다. 따라서 의료인 여러분들도 압수수색과 관련한 내용에 대하여 알아 두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 관련 판례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경우에 피압수자에게 반드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을 방지하여 영장주의 원칙을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물건, 장소, 신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도록 하여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불복신청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과 영장 제시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피압수자로 하여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영장에 필요적으로 기재하도록 정한 사항이나 그와 일체를 이루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나아가 압수·수색영장은 현장에서 피압수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그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영장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그 장소의 관리책임자에게 영장을 제시하였더라도, 물건을 소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를 압수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사람에게 따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은 그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고 한다)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
■ 기존 압수수색 영장 제시의 문제점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법원은 필요한 때에 한정하여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사료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 또한 법원은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피고인의 신체, 물건 또는 주거, 그 밖의 장소를 수색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
또한 영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등을 기재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114조 제1항).
현재의 형사소송법에는 수사관이 영장을 집행하기 전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18조)고만 규정하고 있어 압수 내지 수색을 받는 입장에서는 영장에 기재된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그 영장의 기재대로 제대로 집행이 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도 수사기관은 은근 슬쩍 영장의 범위를 벗어난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것이 빈번하고 그로 인하여 별건 수사 논란이 발생하였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하여 압수된 증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인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다시 확인할 방법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2022년 1월 11일 형사소송법 개정
위와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 제118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즉, 영장집행 시 영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사본을 교부하도록 규정하였습니다.
현행 | 개정안 |
제118조(영장의 제시) 압수 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 | 제118조(영장의 제시) 압수 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하고,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에는 그 사본을 교부하여야 한다. 다만, 처분을 받는 자가 현장에 없는 등 영장의 제시나 그 사본의 교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또는 처분을 받는 자가 영장의 제시나 사본의 교부를 거부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
■ 시사점
수사기관은 앞으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시 대상자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그 사본도 교부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대상자들은 적법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하는지를 영장 사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향후 오해로 인하여 범죄 혐의를 받게 되어 갑작스러운 압수 혹은 수색을 받게 되는 경우에 반드시 사본을 확인하면서 수사가 적법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압수수색 과정에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므로, 만약 압수수색을 받게 되는 경우 이미 선임된 고문 변호사 등이 있는 경우에는 수사관에게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하고 변호인이 도착하기 전까지 압수수색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