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FOMC와 시장 반응
금융위기 이후 가장 험난했던 4월의 주식시장을 마감하고 미국 현지 시각 5월 3일과 4일에 FOMC가 열렸다.
5월 FOMC에서 연준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50bp의 빅스텝 금리 인상(평상시는 25bp씩 인상)에 나섰다. 이날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75~1.00%로 50bp 인상하고 앞으로 두 번 정도의 FOMC 회의에서 50bp씩 금리 인상을 더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오는 6월 1일부터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50bp씩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번에 75bp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 번에 50bp씩 인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75bp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5월 FOMC에서 발표된 내용은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매파적이지 않았고, 반등의 변곡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5월 4일 주식시장은 크게 반등했다. 그러나 상승은 하루밖에 지속하지 못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5월 5일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5% 이상 하락했고, 5월 12일에는 장중에 1만1,108포인트까지 하락하며 저점을 형성했다. 5월 FOMC 이후 첫날 상승분 이후 무려 1,500포인트 이상 다시 하락한 것이다.
5월 11일에 발표된 미국의 4월 CPI 지수도 8.3%로 시장의 전망치보다 좀 더 높게 나왔고 주식시장의 하락을 부추겼다. 5월 12일이 돼서야 마침내 나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3.82% 상승하며 하락의 흐름을 겨우 진정시키게 된다. 주식시장은 언제 쯤 길고 깊은 하락을 마치고 마침내 반등할 수 있을까?
주봉으로도 6주 연속 음봉으로 마감한 미국 증시는 5월 12일을 저점으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우 지수는 지난주까지 7주 연속 하락했는데, 다우 지수가 7주 연속 하락한 것은 2001년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2012, 2011년 이후 최장기간 동안 하락했다. 현재 경제상황이 부정적이고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주식시장의 흐름이 추세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의 반등이 주가가 급락한 후 임시로 소폭 회복하는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식시장이 역사적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고, 추가적인 빅스텝 금리 인상이 예정된 6월 FOMC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반등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된다.
연준의 기준금리 사이클과 장단기 금리역전으로 살펴보는 경제위기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 이후 지속된 ‘연준 풋(Fed PUT, 연준이 개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주식시장 하락세를 제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은 사라진 걸까?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자산시장의 급격한 하락을 의식해서 인지 ‘연준 풋’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듯한 대답을 했다. 과거에는 경제 사이클 상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에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가져갔었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곧이어 고점을 형성했다.
코스톨라니 달걀로 연준의 기준금리 사이클에서의 현재의 위치를 가늠해보면 투자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된다. 지금이 과거 사이클과 다른 점은 금리 저점(D) 이후 시작되는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고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과거 2015년(E)부터 시작된 기준금리인상 사이클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2018년 12월까지 3년의 기간 동안 경제 호황과 주가 상승이 일어나는 대세 상승 구간이 있었다.
이번 사이클의 특이점은 경기회복(E)과 -> 호황(F) 구간을 짧게 건너뛰고 바로 장단기 금리역전이 시작됐다는 것에 있다. 직전 사이클에도 경기회복(E)과 호황(F)을 거치는 대세 상승기 동안 긴축발작과 더블딥 우려, 유럽 발 경제위기, 중국 발 주가하락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지는 않았다.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보통 금리 고점(A) 전에 일어난다. 따라서 현재 5월 17일 기준으로 우리는 (F)와 (A) 사이인 ‘버블’의 가운데 구간을 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시장의 컨센서스나 연준의 계획에 따르면 목표 기준금리가 2.5% 이상으로 아직 한참 더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경제와 자산시장의 상황에 따라 다시 한 번 ‘연준 풋’으로 금리인상과 긴축의 강약을 조절하게 된다면 기준금리는 고점을 완만하게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기준금리 고점 이후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블랙스완으로 경제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Fed)이 경제 상황을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계획대로 인상할 것이라는 생각이 시장에 지배적이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에도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는 것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다. 또한 이번 5월 FOMC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재의 물가 상승에서 연준이 통화정책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이므로(코로나 봉쇄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등은 통화정책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바로 본격적인 경제위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오는 기간까지 반등과 마지막 상승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의 마지막 버블은 가장 화려한 불꽃을 피우게 된다. 2018년 12월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후 2020년 3월에 경제위기가 오기 전까지 미국의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2020년 초 시장 전망을 복기해보면 ‘반도체 빅사이클’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그 후에 우리가 잘 알다시피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대공황에 버금가는 역사적 하락장이 이어졌다. 진짜 위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이번 기준금리 사이클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불완전한 경향이 있으므로 곧 이어질 상승장의 기간이 짧고 상승의 폭도 낮아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하는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자산시장에는 다양한 전망이 혼재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천체를 관측해 항해하듯이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 녹아있는 나침반(기준)을 활용해 시장의 소음을 줄이고 계획적으로 투자한다면 어려운 시장 상황을 무사히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