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신종학 기자 sjh@sda.or.kr]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16일 홈페이지 개편을 통해 치과의원 및 의원 등 의료기관비급여 진료비 공개방식을 기존 나열식에서 의료기관별 세부정보를 표시하고, 해당지역 중간값과 범위로 표시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박태근) 측은 정부가 치과계 의견을 수렴해 기존 비급여 진료비 공개의 나열식 방식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 및 보고 제도 위헌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개방식 변경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급여 공개보고 ‘완전 폐지’ 최우선
서울시치과의사회 소송단(이하 서울지부 소송단) 대표이자 비급여공개저지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급여공개저지비대위) 위원장인 서울시치과의사회 김민겸 회장은 지난 23일 치과전문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심평원 홈페이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방식 변경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민겸 회장은 “심평원 홈페이지의 공개방식 변경은 고무적인 일이나, 소송단의 비급여 관련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보고 의무의 완전 폐지’에 있는 만큼 최근 헌법소원에 보조참가인으로 동참한 치협은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보다 적극적인 ‘비급여 진료 공개 및 보고 의무’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강제 공개로 인한 의료상업화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포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리 추구 목적의 일반 가격비교 어플이나 사이트 등에서는 여전히 비급여 진료비 비교를 쉽게 할 수 있고, 심지어 최근에는 국내 유력 생보사인 쫛쫛생명에서도 치아보험 상품 소개에 ‘치과 가격 비교’를 제공하겠다고 주요 일간지에 버젓이 광고하고 있다”며 “심평원 홈페이지에 ‘나열식’ 진료비 비교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러한 ‘땜질식 처방’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 및 보고 의무가 초래한 ‘의료소비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충청북도치과의사회 이만규 회장도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공감했다. 이 회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 문제의 핵심은 민간 플랫폼 업체가 그 자료를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자료를 가격비교 사이트 등 플랫폼 업체들이 이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소비자는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을 통해 검색하지, 심평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김민겸 회장은 “민간 보험사에서조차 치과보험 상품을 광고하면서 치과진료비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을 보면, 결국 이 제도는 보험사 등 거대자본에 환자는 물론, 의료공급자들인 치과의사들이 휘둘리고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비급여 공개방식이 일부 변경됐고, 설사 조금 개선된 점이 있다고 해서 2년 차 비급여 진료비 공개 자료제출을 앞둔 치과계가 자료제출에 자발적으로 협조한다면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방식 변경으로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의료상업화 우려는 불식될 수 없고, 현재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치협, 공개자료 제출 거부 철회 수순?
오는 9월, 2년 차 비급여 진료비 공개자료 제출 및 행정예고를 앞두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에 대한 개원가의 혼란도 적지 않다. 이에 치협 집행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겸 회장은 “치협은 최근 심평원의 홈페이지 개편을 나열식 공개방식의 개선으로 간주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비급여 공개자료 제출 요구에 다시 협력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포털사이트에 만연해 있는 비급여 진료비 비교 플랫폼들의 실질적인 개선이 있을 때까지 비급여 공개자료 제출을 거부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급여 공개 및 보고 제도 관련 위헌소송과 관련해 지난 5월 헌재 공개변론에서 헌법재판관은 정부 측에 의료계 단체와 충분한 상의를 했는지를 물었고, 정부 관계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심평원의 비급여 공개방식 단순 변경을 환영 일색으로 반기는 것이 과연 위헌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민겸 회장은 “치협 집행부는 심평원의 홈페이지 개편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위헌결정이 나올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줄 것을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치협 비급여비대위는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복지부에 부당한 공개방식 개선과 비급여 보고의 문제점을 역설했고, 현재까지 공개자료 미제출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막아내고 있다. 비급여 보고 시행을 적극 저지 중이며, 2022년도 비급여 공개도 나열식 공개방식 개선이 안 되면 자료 제출은 없다는 입장으로 최선을 다해 저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급여 공개방식 변경에 따라 공개자료 제출 거부 입장은 선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치협 비급여비대위원장 신인철 부회장은 “현재 비급여 보고와 관련해서는 유관단체와 협력해 적극 저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위헌소송의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나열식 공개방식이 변경됨에 따라 공개자료제출 거부 입장은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혀 사실상 거부 입장이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