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은 인도 히말라야가 원산지였다. 인도에서 유럽으로 처음 레몬이 들어 왔을 때 모두가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긴 것은 오렌지와 비슷한데 맛은 강한 신맛으로 먹기 거북해 못 먹을 과일로 인식되었다. 그 후로 서양에서 레몬은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내용이 없는 불량품을 상징하는 은어가 되었다.
경제학자 애컬로프는 이런 레몬을 ‘레몬 마켓’ 이론에 사용했다. 그는 중고차 시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경우를 예로 제시했다. 중고차 시장에 처음에는 다양한 품질의 차량이 존재한다. 그런데 구매자와 판매자는 중고차 품질에 대해 아는 정보가 다르다. 구매자는 잘 모르는 반면 판매자는 잘 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판매자는 품질을 잘 알기 때문에 제값을 받으려고 하는 반면, 구매자는 품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비슷하다는 생각에 평균가격으로 차량을 구매하려 한다. 이러다 보면 좋은 것은 안 팔리고, 품질이 낮은 것만 판매가 잘된다. 이렇듯 안 좋은 물건일수록 더 많이 구매되는 상황을 경제학에서 역선택이라 한다.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중고차는 점점 더 품질이 나빠지고, 점차 구매자로부터 외면당하다가 결국엔 시장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애컬로프는 시장이 위축되는 것을 넘어 붕괴할 수도 있다는 레몬시장이론을 제시하고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번 주, 치과신문 인터넷 인기기사 1위가 ‘강남 임플란트 30만원대 충격’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제 치과 임플란트 시장은 ‘레몬 마켓’이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레몬 마켓’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구매자가 생각하는 평균가격이다. 판매자가 생각하는 품질은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최저가는 평균가를 낮추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은 점차 자신이 생각하는 평균가격에 부합하는 치과를 찾게 되고, 어느 시점이 되면 모두가 그 가격에 맞추거나 아니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서 판매를 포기하게 된다. 임플란트보다 브릿지를 권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치킨게임을 넘어 공멸의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해당 치과는 아마도 30만원 임플란트를 유인용 미끼상품으로 사용하고 다른 진료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그 미끼 가격이 시장을 ‘레몬 마켓’으로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자신도 피해를 입게 된다. 다 같이 손실을 보거나 시장 자체가 붕괴되는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환자들이 제값을 받고 진료하는 의사를 비양심 의사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다. 이것은 성실한 치과의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의료의 질을 하락시킬 위험성이 높다. 그곳에서 생각 없이 혹은 어쩔 수 없어서 그런 치료를 행하는 월급의사도 나중에 개원을 하게 되면 결국엔 자신이 무심코 붕괴시킨 시장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노벨위원회에서 애컬로프에게 그냥 상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이론은 사람의 마음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것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그 치과가 생각을 바꾸고 상식에 준하는 가격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비난받을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플란트 가격은 처음 400만원대에서 시작했다. 그 후 대중화되면서도 최소한 250만원 이상은 유지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장한 모 치과그룹에서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100만원대로 낮아졌다. 이 역시 ‘레몬 마켓’이론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최저가 등장은 품질을 모르는 환자에게 평균가격이 하락하는 인식을 주었고, 그 이상 가격에서는 구매하지 않으므로 판매자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 30만원 임플란트가 빠른 정보망을 통해 확산된다면, 환자가 생각하는 임플란트 평균가격은 하락을 피할 수 없고 애컬로프가 예상한 시장의 붕괴가 재현될 수 있다.
글을 쓰는 5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이다. 어쩌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치과 시장 붕괴를 필자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치과의사 손에 치과시장이 붕괴되고 모두가 같이 동반 하락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