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지난 1일 시행 예정이었던 ‘비콘태그’로의 의료폐기물 배출방식 변경이 6개월간 유예됐다. 환경부는 향후 6개월간 기존 배출자 인증카드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치협을 비롯한 의협, 한의협 등 3개 의료인단체의 요청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단순히 시행일정의 연기일 뿐, 비콘태그 구입에 대한 국고보조 등 의료폐기물 배출방식 변경에 따른 실질적인 지원은 뒤따르지 못했다.
급작스런 제도 변경, 개원가 혼선 가중
환경부는 지난 4월 4일 의료폐기물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며 의료폐기물 인수인계방식 개선안을 담은 고시안을 확정·공포했다. 고시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배출자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이 기존의 ‘배출자 인증카드’에서 비콘태그 방식으로 변경된다.
지금까지는 의료폐기물 수집·운반 업체가 배출자 인증카드를 소지하면 수집·운반자가 배출장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배출시기나 인수인계량을 임의대로 한국환경공단의 ‘올바로시스템’에 입력할 수 있었다. 개정 고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수집·운반자는 비콘태그가 부착된 배출장소, 즉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야만 배출자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고시 변경에 따라 의료폐기물을 배출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제도시행일인 10월 1일 이전까지 비콘태그를 설치해야 했다. 관련 고시를 지난 4월 확정·공포했다고는 하지만, 8월에서야 각 의료인단체에 협조공문을 발송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치협은 8월 9일 해당 사실을 공문을 통해 각 지부에 알렸고, 서울시치과의사회를 비롯한 각 지부는 각 구회에 공문을 발송함과 동시에 10월 1일까지 비콘태그를 설치해야 한다는 문자를 전 회원에 발송하는 등 홍보하기 바빴다. 거기다 비콘태그 구입에 따른 비용은 물론이고, 제도 변경에 따른 행정적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곳곳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치협 등 의료인단체 문제점 적극 어필
치협 등 의료인단체는 개원가의 혼선을 방지하고자 행동에 나섰다. 먼저 3개 의료인단체는 공동 촉구안을 환경부에 발송, 급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달 7일 3개 의료인단체가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의료인단체들은 비콘태그 구입에 따른 비용문제, 까다로운 로그인 절차와 올바로시스템을 통해서만 비콘태그 구매신청이 가능한 점, 그리고 장비 오작동 발생 가능성 등 관련 제도의 문제점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협 송호택 자재표준이사는 비콘태그가 고장날 경우에 대한 대처방안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비콘태그 안에 들어가 있는 배터리의 수명은 길어야 2년으로 한시적이다. 즉 2년마다 비콘태그를 새로 구입하거나, 배터리를 구입해 교체해줘야 한다. 전원을 연결하는 타입의 비콘태그도 있지만, 기계의 특성상 오작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환경부에서는 이와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비상용 비콘태그 한 대를 추가적으로 구매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송호택 자재표준이사는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거나 고장이 날 경우, 당장 의료폐기물 배출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고장이 날 경우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 법 적용의 예외조항을 둔다던지 상세한 법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경부는 만약을 대비해 비상용 비콘태그를 비치해 두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에는 아무런 대책도 못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후 환경부는 의료인단체의 요청을 일정부분 받아들여, 지난달 20일 향후 6개월 간 기존 방식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의료인단체에 발송했다. 환경부는 공문에서 “비콘태그 설치 지연, 인수인계방법 미숙지 등으로 인해 제도 시행초기 의료폐기물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환경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을 한 달여 앞둔 9월 5일을 기준으로 약 9만여개에 달하는 의료폐기물 배출 의료기관 중 비콘태그 주문을 완료한 곳은 54.1%로 절반을 간신히 넘긴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대로라면 제도가 안착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담해야 할 비콘태그 구입비용 총 36억원
국고보조 등 현재 환경부와 협의 중
6개월간 기존 방식과 병행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원가의 불만은 여전하다. 의료폐기물 배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에 따른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모두 의료기관에 전가시키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실제로 비콘태그 구입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올바로시스템에 게재된 비콘태그의 최소 구입비용은 3만7,500원. 여기에 약 3,000원에 달하는 배송비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환경부에서 밝힌 대로 의료폐기물 배출 의료기관을 9만 곳이라고 가정했을 때, 비콘태그 구입에만 총 36억4,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송호택 자재표준이사는 “일차적으로 의료폐기물 수집운반자들의 과실로 발생한 문제인데, 의료폐기물 배출자인 의료기관이 그 책임을 함께 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콘태그 구입에 대한 국가의 보조금이라도 지급돼야 한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환경부와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