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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마지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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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논설위원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지금 내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 딜런은 이제 막 6살이 됐다. 로건은 3살, 클로이는 겨우 18개월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것을 믿어왔으며,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모든 여정을 알려줬으면 한다”

 

‘마지막 강의’의 저자 랜디 포시는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을 가르쳤으며,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연구자다. 그는 종신교수로 재직하던 중, 2006년 9월에 췌장암 진단을 받게 된다. 당시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돼 2007년 여름 교수직을 사퇴한다. 암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음에도 그는 같은 해 9월 ‘당신의 어릴 적 꿈을 진짜로 이루기’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고, 이 강의 녹화본이 인터넷 등으로 퍼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많은 감동을 안겨준 그의 사연은 ‘마지막 강의’라는 책으로도 출간돼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랜디 포시는 이후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돼 2008년 7월 25일, 만 4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09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이 ‘마지막 강의’를 선물해 줬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꺼내 몇 번을 가슴에 담았다.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올해 다시 한번 책을 펼쳤다. 2014년에는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줄 친 부분을 필서 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자녀들이 인생에서 장벽을 만났을 때, 내 노트 중 한 줄이 금낭묘계(錦囊妙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2014년부터 독서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랜디 포시의 영향이다.

 

저자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 시간이 흘러 본인을 기억하지 못할 어린 자녀들에게 아빠를 기억하게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등 다양한 추억을 만든다. 광주광역시에 개업 중인 필자 또한 자녀들이 유치원에 입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년에 두 번 평일 서울 롯데월드를 방문해 추억을 만들었다. 현재 한껏 성장한 아이들은 지금도 롯데월드에서 피에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당시를 추억한다. 비록 돌고래는 없었지만 말이다.

 

시한부 6개월을 선고받은 포시는 왜 가족과의 추억을 만드는 대신 한 달의 시간을 희생하며 강의에 나선 것일까? 삼국지연의에는 금낭모계(錦囊妙計, 비단 주머니에 든 묘한 계책)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의 비단주머니 3개로 유명세를 탄 고사성어다. 오나라 손권은 누이동생인 손상향과의 혼담을 미끼로 유비를 오나라로 초청한다. 유비를 인질로 삼아 유비의 본거지인 형주를 취하려는 계략이었다. 이를 간파한 유비의 신하들은 초청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공명은 초청에 응하라며 유비를 호위하는 조자룡에게 금낭 3개를 건넨다. 이후 조자룡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금낭을 차례로 열어 위기를 모면한다.

 

자신의 죽음 뒤에 성장할 자녀들이 혹여나 장벽에 막혀 아빠의 조언이 필요할 때, 장벽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금낭묘계(錦囊妙計)를 남기고 싶은 간절함이 건강 시한 6개월을 앞두고 마지막 강의를 진행한 이유라 생각한다.

 

“장벽이 거기에 서 있는 것은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며,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보여줄 기회를 주기 위해 거기 서 있는 것이다”.

 

필자의 딸이 중학교 학생회장 선거 출마를 고민할 때, 출마를 격려하며 건네었던 ‘마지막 강의’ 속 한 문장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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