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를 중심으로 한 소송단(대표 김민겸)이 서울시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등과 함께 제기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1항과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이 제기한 의료법 제45조의2 제2항 등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이 기각됐다.
헌재, 보고에 환자 개인정보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
헌법재판소는 오늘(23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고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먼저 김기영 재판관은 보고의무 조항에 관한 법정의결 요지를 설명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보고의무조항은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 기준, 금액, 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보고의무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법률에서 직접 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는 그 유형과 종류가 다양하다. 보고의무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고, 보고의무 조항의 입법목적과 개인정보보호법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보고대상인 진료내역에는 상병명, 수술 시술명 등 비급여의 실태파악에 필요한 진료정보만 포함되고 환자 개인의 신상정보는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보고의무 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비급여는 급여와 달리 사회적 통제기전이 없어 국민들이 비급여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바탕으로 진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다. 그동안 시행됐던 표본조사의 방법으로는 비급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병원마다 제각각 비급여 진료의 명칭과 코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진료내역을 추가로 조사할 수밖에 없으며, 보고된 정보는 입법목적에 필요한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관련 법률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보고의무의 이행에 대한 노력이나 시간도 의사의 진료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설명의무조항,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 선택권 위한 것”
설명의무조항에 대한 법정의결 요지는 이영진 재판관이 설명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설명의무조항은 의료법 조항에 명시된 의료기관 개설자의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의무의 이행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상위법령의 위임범위 내에 있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명의무조항은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비급여 항목과 비용을 알아야만 지불능력, 비용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해당진료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지정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도 설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의 설명의무 부담은 완화하고 있다”며 “설명의무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관 4인 반대의견,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 요소 충분
다만 총 9명의 재판관 중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의료정보의 수집과 제공을 규율함에 있어서 반드시 입법자가 법률로서 수집되는 의료정보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정해놔야 한다. 그런데 보고의무 조항은 환자의 광범위한 의료정보가 포함된 진료내역을 보고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제공되는 진료내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관해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보고의무 조항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포괄위임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보고의무 조항의 입법목적이나 관련 조항과의 체계적 해석 등을 통하더라도 하위법령에서 어떠한 범위의 진료내역을 보고대상으로 정할 것인지 그 대상을 예측하기가 어렵고, 개인정보보호법에 감염정보에 관한 규정이 있다고 하여 보고대상인 비급여 진료내용의 범위가 이에 따라 지정될 것이다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보고의무 조항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소지도 다분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선애 재판관은 “진료내역에 포함되는 상병명, 수술 시술명은 개인의 정신이나 신체에 관한 단점을 나타내며 사생활의 핵심을 이루는 비밀”이라고 정의하면서 “비급여 진료에 관한 정보는 매우 민감한 의학정보로서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비급여 진료를 받기도 한다는 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보고의무 조항은 보고대상의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내역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국민의 비급여 진료에 관한 정보 일체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 자신의 의료정보 제공을 거부할 권리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급여 정보와 비급여 정보가 더해지면 국민 건강에 관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가 권력의 감시 통제 하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요구되는 정보의 적정한 이용 처리에 대한 감독 내지 통제 장치도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보고의무 조항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 한계와 무관한 사적 진료계약의 영역에까지 국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서 건강보험 제도의 건전한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료 수준이 저하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보고의무 조항은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 및 과잉금지원칙에 관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송단 김민겸 대표 “치과계 열망 저버린 잘못된 결정”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 후 소송단 대표인 서울지부 김민겸 회장은 “정부의 일방적인 비급여 자료 공개 및 보고에 대한 부당성과 우리 국민 진료내역 등의 외부 유출을 우려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치과계의 바람이 무너져 내렸다”며 “비급여 소송단은 그간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오늘 ‘합헌 결정’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듣게 됐다. 소송단 대표로서 치과의사 회원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민겸 회장은 “비록 위헌소송을 이기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패배한 것도 아니다. 다시 한 번 치과계 중지를 모아 비급여 관리대책의 부당함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관련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헌법재판소 판결에 숨어있는 복지부를 반드시 심판하고, 오늘 헌법재판소 판결이 국민 구강건강을 위해 진료현장에서 헌신하고 있는 치과계의 열망을 저버린, 국민들을 도외시한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것을 반드시 알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