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치과의사의 치과기공소 개설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기법 개정안을 두고 치과계와 기공계가 정면충돌했다.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치과의사의 치과기공소 개설권한을 제한하는 의기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지난달 20일 발의한 의기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로, 정춘숙·최연숙·이수진·강은미 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치과기공사협회(회장 주희중·이하 치기협)가 주관했다.
기공 “치과의사-기공사간 불공정거래 만연”
발제와 패널토론 등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기공계는 법리적 관점에서 위법요소 및 상충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개설자격을 부여하는 면허 문제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치과의사가 치과와 함께 치과기공소를 개설·운영하는 것은 의료법 제33조8항인 1인1개소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의기법 제9조 ‘의료기사등이 아니면 의료기사등의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사가 아닌 치과의사의 치과기공소 개설을 의기법 제11조의2를 통해 허락하고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면허를 가진 자에게만 개설권이 부여되는데, 치과기공사 면허 없이도 치과의사가 치과기공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기법이 의료기사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지도를 받는다는 것과 기공업무를 하고 치과기공소를 개설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기공계의 주장이다.
최연숙 의원이 밝힌 ‘소수에 의한 독과점 및 양극화 방지’라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도 기공계는 힘을 실었다. 패널토론에 나선 유진호 교수(마산대학교 치기공과)는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 사이에 형성된 관계로 인해 시장지배적 지위에 의한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치과의사가 직접 치과기공소를 개설·운영할 경우에는 더욱 그럴 수 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진호 교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치과 “독과점 양산? 주장만 말고 증거 제시하라”
치과계는 기공계의 이러한 주장을 현장에서 배포된 자료와 패널토론의 발언을 통해 반박했다. 먼저 1인1개소법 위반이라는 주장과 관련, 의료법 제33조8항은 둘 이상의 ‘치과’를 개설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만약 치과와 치과기공소를 동시 개설했다고 해서 1인1개소법 위반이라고 한다면 치과의사와 치과기공사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치과의사가 치과기공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한 의기법 조항이 의료기사가 아니면 의료기사 업무를 하지 못한다는 조항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가 이미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된다는 주장으로 맞받아쳤다. 의기법 제2조5항에 따라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는 ‘보철물의 제작, 수리 또는 가공’으로 명시돼 있는데, 이러한 치과기공사의 업무범위는 치과의사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면허범위에 포함된다는 것. 그러면서 치과보철물에 대한 최종책임은 치과기공사가 아닌 치과의사에 있음을 강조했다. 치과보철물이 균열되거나 파절됐다고 해서 치과기공사에게 책임을 묻는 환자는 존재하지 않는 만큼, 치과보철물의 제작 책임을 치과의사의 책임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치과계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석한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송종운 치무이사는 “어떤 직군으로부터 기존에 가지고 있던 권한을 제한하거나 빼앗기 위해서는 그 권한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단순히 말로만 주장하지 말고 치과의사가 개설한 치과기공소가 독과점을 일삼고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증거를 제시해 달라. 그러면 치협에서도 그들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표출된 치과계와 기공계의 신경전
치기협 주관으로 국회토론회가 진행되면서 이날 국회토론회 대회의실은 치과기공사로 만석을 이뤘다. 오전 9시 30분에 열린 토론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수백명의 치과기공사가 버스를 동원해 참여하는 등 개정안에 대한 기공계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패널토론 중 개정안에 반대하는 치과계 발언이 나왔을 때는 플로어에서 고함과 야유가 쏟아지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