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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치과계와 의협사태, 건국전쟁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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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영상매체는 역사책보다 각인 효과가 신속하고 탁월하다. 영화 ‘건국전쟁’은 국민이 오해하거나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깨닫게 해준다. 이승만 대통령의 제1 업적은 한반도의 공산화 저지다. 국가 수립을 넘어 농지개혁, 경제개발 기초수립,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등 업적이 넘치지만, 그간 독재자와 부정선거 이미지가 덧씌워져 논란이 많았다. 1960년 3월 15일 부정선거를 보자. 경쟁 후보였던 민주당 조병옥은 선거를 앞두고 신병 치료 차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는 2명 이었기에 사실상 단독 후보가 된 이승만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부통령 선거가 문제였다. 이기붕은 고령의 이승만 사후에 대비한 권력 창출 과욕에 부정을 자행했다. 영화에서 원로 재미교포가 증언한 이 부분 인터뷰 모습을 목도한 순간 필자는 새삼 알았던 사실을 확연하게 재인식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초중고 시절, 해방 이후 근세사가 교과서에 서술됐지만, 선생님의 자세한 강의를 들은 적이 없었다. 선생님들도 정치적 좌우 논쟁에서 벗어난 객관적인 역사 강의를 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시험에 출제되지 않았으므로 공부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국사 과목 강의는 일제 강점기와 해방까지가 끝이었다. 미 군정, 건국과정의 정쟁, 한국전쟁사는 단편적 강의였다. 그 이후는 내가 알아서 재미로 어떻게 서술돼 있는지 눈으로 한번 보면 끝이었다. 그러니 왜 좌우 논쟁이 생겼고, 왜 공산주의자들이 출현했는지, 주요 정치인들의 행적이 어땠는지 무지했던 것이다. 국민이 역사 공부를 해야 왜 민주주의가 인류가 창안한 월등한 체제인지 알 수 있고,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해방 후 건국시대 치과계 선배들의 업적을 되살펴 보자. 1947년 의치(醫齒)일원화 운동이 있었다. 이는 의료계 공직을 일반의사들이 독차지하자 열등의식과 반발감에서 나온 것이었다. 박명진 학장 등의 반대로 무산되었기 다행이지, 합해졌다면 의과에 속한 분파로서 미국 주도의 치의학 발전에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경성치의전 문제, 즉 국립서울대학교에 편입 여부를 둘러싼 1946년 국대안 파동도 선배들의 예지로 좌우 이념대결을 뚫고 잘 귀결됐다. 그러지 않았다면 한의과 대학같이 영원한 사립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1954년 이후 육군 치무활동의 활발함은 선진 치의학을 전수받는 통로가 되었다. 유학 군치의관들(유양석, 백명석 대위)이 서울대보다 앞서서 미국의 선진 치의학을 도입한 것이었다. 또한 1959년 서울치대 6년제 숙원을 이뤄냈으며, 입치사들의 한지면허교부를 반대하여 성과를 이뤄냈다.

 

선배들의 역사적 행동이 치과계의 반석이 되었던 것이다. 삶이란 먼저 간 사람들의 신세를 지는 일이다. 현재 논쟁 사안들과 치과인들의 행적이 한 세대만 지나면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역사 앞에서 숙연하고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의사 증원사태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 여파는 치과계에 닥칠 것이다. 충북의 치과대학 신설을 김영환 지사가 공언했고, 국립교통대도 치대 유치 정책토론회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신설공약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까가 충분히 학습됐고 그 한계도 가늠해볼 계기가 됐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신설 정책논의에 치협이 동반된 적이 없었다. 결정된 후 반발, 촉구, 지적이 악순환될 뿐이었다.

 

서울대병원 전면 휴진을 하루 앞둔(이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면 전공의 복귀와 증원중단 명분 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 불투명하다. 전공의들도 이제 눈치 보지 말고 각자의 길을 갈 때가 온 듯하다. 스스로 서야 할 이립(而立)의 나이 아닌가. 언론도 이제 그만하라, 돌아오라, 해도 너무 한다는 식의 칼럼이 주류다. 휴진의원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국민과 여론을 이길 수 있는 단체는 없다. 의협회장의 저항력과 행동력은 그 자체로 대단하다. 치협회장이라면 어떤 지도력을 발휘할까 생각하게 한다. 한국 최고의 집단지성 향배가 안타깝다. 역사는 반복되니 곧 우리 고민거리로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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