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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마음으로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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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편집인

오랜 기억 속에 남아있던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연극이 불현듯 떠오르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극 속에 있는 극’이라는 액자식 구성이다. 처음에는 아동극으로 기획되었던 것이 어른과 아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보는 극이 된 것이다.

 

모두가 아는 동화 속에 숨겨둔 또 하나의 이야기는 백설공주를 사랑했던 일곱 번째 난쟁이, 반달이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반달이는 일곱 난쟁이가 사는 작은 집에 새엄마 왕비를 피해 도망친 백설공주가 찾아오자,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새엄마 왕비의 끊이지 않는 주술과 계략 때문에 번번이 위기에 빠지는 공주를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내며 반달이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백설공주가 치명적인 주술에 걸려 영원한 잠에 빠져버리자,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난다. 반달이는 갖은 고생 끝에 먼 이웃 나라 왕자를 찾아 데려오면서 공주가 깨어나면 온 마음을 다한 춤으로 사랑을 고백하리라 결심한다. 하지만 왕자는 키스로 깨어난 백설공주에게 청혼하고, 말을 하지 못해 표현하지 못한 반달이의 마음을 백설공주가 알 리가 없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그녀를 사랑하는 반달이의 마음은 순수함을 잊고 있는 시대에 애잔한 감동을 남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반달이의 사랑은 늦가을 수능 시즌의 부모 마음과 다를 바 없다.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져버린 부모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그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 수능을 준비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고 정말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수험생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해 준 가족의 마음은 반달이 같아서 순수하고 따뜻할 것이다.

 

2001년 초연한 ‘백사난’은 12년간 2,800여 회를 무대에 올린 스테디셀러 공연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반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2005년 초연 후 얼마 전까지도 공연했던 무언극 뮤지컬이다. 프리마돈나를 꿈꾸던 발레리나가 첫눈에 거리의 춤꾼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역동적이고 박진감이 넘치는 비보잉과 우아한 발레가 만난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 공연이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발레리나 연습실이 있는 거리에 비보이가 하나둘 모여들어 춤을 추며 경합을 벌이면서,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꿈꾸며 발레 연습을 하던 발레리나는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화가 치민다. 분을 참지 못하고 나간 그곳에서 춤을 추고 있는 비보이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이후 프리마돈나의 꿈을 접고 길거리 댄서가 되어 사랑을 이루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랑을 가로막는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비사발’의 내용이다. 누구나 뜨거운 에너지와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많이 남는 공연이고 특히 기존의 공연 방식을 따르지 않고 새롭게 바꾸며 이슈로 떠오른 국내 순수 창작 공연으로 평가된다.

 

‘백사난’과 ‘비사발’ 두 공연 모두 친숙한 듯하지만, 색다른 시각의 공연이다.

 

1993년 이후로 30여 년간 익숙한 ‘수학능력시험’ 제도도 약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 아이의 초중고 학창 시절 끝자락에 그동안의 학업에 관한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수능 시험이, 태어나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유년기를 거치면서 더욱 깊어진 사랑받는 아이가 혼자 감내해야 하는 성적표는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나갈 인생의 마디일 것이다. 수능 시험이, 결과가 어쨌든 모든 것을 바쳐 자식을 사랑한 부모의 마음이 변할 리는 없지 않는가?

 

말을 하지 못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반달이와 다르게, 자신의 사랑을 위해 용감하게 변화했던 발레리나처럼 지금 수험생을 안아주며 표현하자. “지금까지 사랑하고 수고 많았다고.”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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