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이가영 기자 young@sda.or.kr] 약물관련 악골괴사(Medication 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이하 MRONJ)에 대한 치과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RONJ는 골다공증 치료제 및 항암제와 같은 특정 약물의 장기 복용과 관련된 심각한 합병증이다. 단순히 치과적 문제를 넘어 전신적 약물치료와 치과진료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로 치과와 의과 모두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열린 주요 학술대회에서도 MRONJ를 다룬 강연이 높은 관심을 받으며 인기 세션으로 자리 잡았다. 인구 고령화로 골다공증 및 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며 MRONJ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발치나 임플란트와 같은 기본적인 치과 치료에서도 질병의 위험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MRONJ는 발병 시 환자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치료가 까다롭기 때문에 예방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환자에게 사전 설명 없이 치료를 진행한 후 문제가 발생하면, 시술을 담당한 치과의사가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 치과의사의 신중한 임상적 판단이 요구된다.
이에 본지는 △고령화 △변화 △업데이트 △분쟁 △협진 △최초 등 여섯 가지 키워드를 따라 전문가 견해를 통해 MRONJ의 임상적 중요성을 짚어보고, 올해 상반기 발표될 ‘2025 MRONJ 포지션 페이퍼’를 살펴보려 한다.
다음은 MRONJ와 관련된 질문이다.
위 사례는 MRONJ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치과에 방문한 경우를 가정해 만든 문제다. 각 질문에 대한 정답과 해설을 먼저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데노수맙을 2년간 복용한 65세 환자의 발치 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다. 해당 환자 진료 시 가장 적절한 대응은 환자에게 발치의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설명하고 골다공증 치료 의사에게 치과 치료 중 약물 복용 중단을 위한 협진을 의뢰하는 것(③)이다. CTX 검사는 보조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두 번째 사례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정맥 주사를 1년 이상 투여받은 암 환자의 치주치료 시 고려사항이다. 치주염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꼼꼼한 구강관리와 비침습적 치료가 기본이며, 턱뼈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방사선 촬영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침습적 수술을 고려하기 전 충분한 예방 조치와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무리하게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MRONJ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침습적 수술은 마지막 단계로 검토해야 한다(④).
두 질문은 MRONJ 위험 환자 진료 시 치과의사가 고려해야 할 사항과 적절한 대응 방식을 담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MRONJ의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 그리고 긴밀한 협진과 체계적인 판단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MRONJ는 약물에 의해 유발되는 턱뼈의 골괴사로, 주로 골다공증 치료제나 암 치료제로 사용되는 특정 약물의 부작용으로 발생한다.
△현재 또는 이전의 골흡수억제제 투여 및 면역억제제 혹은 혈관형성억제제 투여 병력 △악안면 부위에서 골 노출 또는 구강 내, 외 누공을 통해 탐침되는 골이 8주 이상 지속 △악골에 방사선 치료의 병력 또는 명확한 전이성 골종양이 없음 등 세 가지 특징을 보이는 경우 MRONJ로 정의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 관찰된 질환으로, 특정 약물 복용 환자에서만 나타나는 데다 대중적으로도 덜 알려져 있어 다른 흔한 부작용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편이다. 치과에서도 흔히 접하는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생소한 분야로 여겨지곤 했다.
타 질환에 비해 발생률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최근 인구 고령화에 따라 MRONJ를 유발하는 약물, 즉 골다공증 및 암 치료제 사용이 크게 늘면서 MRONJ 발생 위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골다공증 약물 복용자가 많아진 만큼 치과에서도 언제든 관련 환자를 만날 수 있다. 더 이상 ‘특수 질환’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령화’ 로 골다공증 환자 증가, MRONJ 발생률도 높아졌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골다공증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중 상당수가 골다공증 또는 골감소증을 앓고 있는데, 골다공증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비스포스포네이트와 데노수맙 등의 약물이 보편화된 상황이다.
문제는 이 약물들이 골밀도를 유지하고 골절을 예방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골 재생과 회복 과정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골흡수 억제 기전으로 뼈의 리모델링 과정을 방해해 상처 치유를 어렵게 만들고, 뼈 조직이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아 괴사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MRONJ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2023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골다공증 환자 중 △비스포스포네이트 △데노수맙 △혼합제제 등의 투약자와 연도별 MRONJ 발병 환자 수를 비교한 결과, MRONJ 환자 수는 2010년 55명, 2015년 107명, 2020년 159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골다공증으로 진단받고 약제를 투여한 6만5,987명 중 MRONJ가 발생한 환자는 총 258명으로, 0.39%의 발병률을 나타냈다. 골다공증 약제를 투여하는 환자의 MRONJ 발생은 치과 치료 유무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는데, 발치와 MRONJ 발생의 상관도가 가장 높았고, 기타 구강악안면외과적 수술과 치주치료도 MRONJ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 치료 경험이 있는 골다공증 투약 환자는 그렇지 않은 골다공증 투약 환자에 비해 MRONJ 발병이 4.6배 높았으며, 임플란트는 0.1배, 기타 구강외과 수술은 0.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RONJ 치료 권고안, 어떻게 ‘변화’ 했나
미국 구강악안면외과학회(이하 AAOMS)는 MRONJ에 대한 권고안을 수차례 개정하며 진단과 치료 지침을 구체화했고, 지난 2022년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최근 개정안에서는 먼저 MRONJ 정의의 범위를 확대했고, MRONJ의 주요 원인 약물로 면역조절제(로모소주맙 등)를 추가했다. 골다공증을 비롯한 관련 약물이 다양해지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MRONJ의 위험성을 보다 포괄적으로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치료 접근법에도 변화가 있었다. 앞선 2014년 권고안에서는 초기 단계에서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으로 권장했으나, 2022년에는 모든 단계에서 수술적 치료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약물 휴지기(drug holiday)’에 대한 부분이다. 기존 권고안에서는 비스포스포네이트나 데노수맙과 같은 골다공증 약물 복용 기간이 4년 이상일 경우, 치과 치료 전 일정 기간(2~3개월) 동안 약물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통계적으로 4년 복용 시점에서 MRONJ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과거의 데이터가 그 근거였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MRONJ 발생 가능성이 복용 기간과 무관하게 꾸준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는 4년이라는 특정 기간이 MRONJ 발생률과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특히 약물 복용이 4년 미만인 환자에서도 MRONJ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특정 기간을 기준으로 약물 복용 중단을 권고하는 것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한편 침습적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약물 사용 이력 △전신건강 상태 등 MRONJ의 위험 요인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환자 맞춤형 접근법’을 강조했다.
과거 권고안에서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환자의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약물 휴지기 등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치료 결정 과정에서 치과의사의 세밀한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더구나 MRONJ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치과의사가 관련 지식을 필수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약물 관련 ‘업데이트’ 된 MRONJ 지식 습득해야
그렇다면 관련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내원 시, 치과의사는 환자를 어떻게 진료해야 할까?
먼저 MRONJ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은 크게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 △RANKL 단일클론항체: 데노수맙 △Sclerostin 중화 항체(Romosozumab) 및 부갑상선호르몬 제제 등으로 분류된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다양한 골질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효과가 뛰어나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MRONJ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졸레드로네이트와 같은 강력한 약물은 악골괴사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노수맙의 경우 발병률이 비스포스포네이트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비스포스포네이트 치료 후 데노수맙으로 전환한 환자는 MRONJ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진료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골다공증 치료 신약으로 각광받고 있는 로소모주맙은 데노수맙과 비교해 척추 골절 위험을 75%까지 감소시켰으나, 일부 환자에서 MRONJ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비교적 최근 사용되는 약물이기 때문에 MRONJ와의 관련성에 대한 근거는 다소 부족한 상황이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MRONJ 위험군 환자의 치과 치료는 크게 보존적 처치와 수술적 처치, 부갑상선 호르몬과 같은 부가적 약제를 사용하는 부가적 처치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보존적 처치와 외과적 처치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별 상태를 파악한 후 필요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 치료에 앞서 현재 증상에 따른 위험과 이익의 비율(risk vs. benefit ratio), 수술 후 환자의 치유 능력, 환자의 구강 상태 및 기능 등 수많은 요인을 고려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Interview] 경북대치과병원 권대근 교수
“MRONJ, 몰라도 되는 시기는 지났다”
MRONJ, 치과계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골다공증 환자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골다공증 약물 복용자도 증가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병률이 높은 당뇨, 고혈압, 골다공증 환자도 크게 늘었는데, 이러한 만성질환은 MRONJ의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연구 결과[표1]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MRONJ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해당 데이터는 질병 코드로 집계된 통계로, 질병 코드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가 많아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 생각된다.
치과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관련 지식이 없으면 환자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이는 치과의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특히 MRONJ와 같은 복잡한 사례에서는 치과의사가 관련 약물의 특성과 전신질환의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
약물 중단, 환자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골다공증 환자, 특히 고령환자에게 골절은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이들에게 데노수맙과 같은 약물을 함부로 중단하면 파골세포 형성이 급격히 증가해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7년간 골다공증 약물을 복용하던 환자가 약물 중단 후 17개월 만에 척추 골절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치과 치료를 위해 치과의사로부더 데노수맙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고 약물 복용을 중단한 환자가 7개월 만에 척추 골절이 발생한 사례도 확인됐다.
약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골다공증 환자는 큰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치과에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환자에 대한 이해 없이 약물 중단을 강행한다면 향후 문제 발생 시 ‘약물 중단’을 결정한 치과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약물 중단 여부는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 매우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다.
MRONJ 위험군 환자가 치과에 내원했다면? 치료 전 MRONJ 발생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치료 동의서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환자의 약물 복용 이력과 전신 상태를 철저히 파악한 뒤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골다공증 치료를 이미 시작한 후 치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뿐만 아니라, 먼저 임플란트를 식립한 후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한 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 치료 약물을 복용하면 기존 임플란트 부위에서도 골괴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골다공증 치료를 시작하면 기존 임플란트 부위에서 골괴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한 후 정기적으로 구강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골다공증 환자 치료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골다공증 치료 전 구강검진과 치과 치료를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치과와 의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임플란트를 심거나 발치를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하며, 사전 체크는 필수적이다. 만약 환자가 복용 약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골다공증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에게 반드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의과 역시 치과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 대해서는 치과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치료 시작 전 환자에게 치과적 치료가 필요하진 않은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치과계에 전하고 싶은 한마디 골다공증 관련 치료 약제는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신약도 끊임없이 도입되고 있다. 환자 역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MRONJ는 발생률이 낮으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은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다. ‘몰라도 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새로운 술기를 익히는 데는 열의를 보이면서도 약물 공부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Ni-Ti 파일이나 엔도 모터 같은 새로운 기구, 혹은 새로운 임플란트 기술이 등장했을 때 이를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었다. 허나 타 분야 지식의 업데이트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있다. MRONJ의 경우 치과의사가 약물의 부작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더구나 치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관심이 낮은 것이 안타깝다.
치과적 술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술 전후 약물 관리에 대한 최신 프로토콜을 숙지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치과대학이나 치협 보수교육에서도 관련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 약물 체계와 치료 가이드 라인 등을 치과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
‘분쟁’ 피하려면 복용 이력 확인 꼼꼼히
만약 MRONJ 위험군 환자 치료 과정에서 MRONJ가 발생한다면 시술자인 치과의사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 2022년, 임플란트 치료 전 골다공증 약물 사용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치과의사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환자 A씨는 치아 흔들림으로 내원해 치과의사 B씨로부터 발치 및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으나, 이후 심각한 염증과 골수염이 발생했다. A씨는 장기간 골다공증(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을 복용 중이었고, 발치 후에도 관련 약물을 투여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치과의사 B씨는 시술 전 환자의 골다공증 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환자의 신체 기능이 손상됐다고 판단, 2,2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부규 교수(서울아산병원)는 “MRONJ 분쟁 사례에서 의무기록 부재는 치과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환자의 약물 복용 여부를 파악하지 않거나,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의료진은 방어할 방법이 없다. 기록의 부재는 곧 의사의 부주의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자가 약물 복용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치과의사가 복용 이력을 파악하고 약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미리 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은 의료진에게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치과의사는 문진표 작성, 동의서 및 설명 기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과-의과 ‘협진’ 통한 정보 공유 필요
이처럼 MRONJ는 진단과 치료를 위한 과정이 복잡한 데다 환자의 전신건강과 치과적 관리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치과와 의과 모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의 전신 건강을 관리하는 의과, 치과적 치료를 담당하는 치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MRONJ 관련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김진우 교수(이대서울병원)는 “이제는 고혈압이나 당뇨를 체크하는 것처럼 환자의 골다공증 약물 복용 이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이 치과에서도 필수가 돼야 한다”며 “치과는 MRONJ 발생 예방을 위해 의과와의 협업을 거쳐 치료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약물 중단의 경우 환자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양 분야의 충분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치-의과 간 약물 휴지기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미흡한 상황이다. 골다공증 치료를 담당하는 내과의 우선순위가 골절 예방에 있다 보니 MRONJ는 2순위로 밀려나는 상황도 생긴다. 의과에서는 골다공증 약물을 중단했을 때의 리스크가 MRONJ 발생 위험보다 더욱 크다고 보고 지속적인 약물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과에서는 약물 복용을 유지한 상태에서 치과 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MRONJ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MRONJ 발병률이 낮다는 인식도 질병의 위험성을 간과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초기 연구에서 MRONJ 발병률은 0.04%~0.1%로 보고됐는데, 이는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중 골다공증 치료제 복용자는 MRONJ 발병률이 수 배에서 수십 배 증가하고, 또 치과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이보다 훨씬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실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이 Multiple myeloma(다발성 골수종) 환자 1,600명 중 87명(약 5%)에 MRONJ가 발생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결국 치-의과 간 협진을 통해 MRONJ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진우 교수는 “치과 치료 시 내과와 협조해 약물 복용 여부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약물 휴지기를 설정해야 한다”면서 “만약 세심한 소통 없이 치과 치료를 진행한다면 치과의사들이 MRONJ와 관련된 책임을 과도하게 떠안을 수 있다. 내과에서는 골다공증 치료가 최우선 과제이고, 치과에서는 MRONJ 발생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 만큼 두 분야가 협력해 환자의 상태를 공유하고, 치료 계획을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학교일산병원 내분비내과 최한석 교수는 “협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간혹 치과에서 내과로 환자를 의뢰할 때 소견서만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실질적인 협진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환자가 복용 중인 약물, 예상 치료 기간, 치료의 시급성 등의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발치가 얼마나 긴급한 상황인지, 아니면 치료를 얼마나 미룰 수 있는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치과와 의과는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있지만, 각자의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MRONJ와 같이 치과와 의과가 모두 관여해야 하는 질환에서는 협진이 더욱 중요하다”며 “치료 계획을 명확히 공유해준다면 내과에서도 보다 안전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치-의과 공동 포지션 페이퍼 발표
이러한 가운데 국내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들을 필두로 관련 학회들이 MRONJ 관리와 예방을 위한 포지션 페이퍼(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대한악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대한골대사학회 △대한골다공증학회 △대한내분비학회 등에서 MRONJ 관련 20명의 전문가가 협동으로 MRONJ의 역학, 진단, 예방, 치료에 대한 근거를 기반으로 합의문을 작성하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학회에서 작성한 권고안이 아닌, 치과-의과 간 다학제 협력을 통해 나온 통합적인 권고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Interview] 이대서울병원 김진우 교수
“최초 치-의과 공동 권고안, MRONJ 치료 중요한 시작점 될 것”
포지션 페이퍼 추진 배경 AAOMS 등 해외 구강악안면외과의 MRONJ 치료 권고안이 존재하긴 하나, 국내에 적용할 만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임상가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었다. 관련 환자 역시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환자 치료와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치과-의과의 다양한 학회가 논의해 초안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면? 포지션 페이퍼는 약물 휴지기, MRONJ 예방 및 치료 가이드라인, 약물 종류별 위험도 등을 다룰 예정이다. 경구용 비스포스포네이트와 주사용 약물, 데노수맙과 같은 약물에 따른 휴지기 권장 기간도 포함되며, 치과와 의과의 적절한 협진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임상에서 가장 관심이 큰 부분은 약물 휴지기에 관한 것이다. 내과에서는 약물 휴지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고, 치과에서는 어느 정도 기간을 설정해 약물을 중단하는 것이 MRONJ 발생률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반영해 최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명시하려 노력했다.
다만, MRONJ라는 질병 자체가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연구나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명확한 기간을 제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포지션 페이퍼를 시작으로 추가 연구와 데이터 축적을 꾸준히 진행한다면 향후 보다 구체화된 치료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포지션 페이퍼 발표가 갖는 의의 15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근거 기반으로 작성된 공동 합의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MRONJ 위험 약물의 종류별 특성과 환자의 전신 상태, 골절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협진 표준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MRONJ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이해를 높이고, 치과-의과 간 정보 교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포지션 페이퍼에 그치지 않고 구강악안면외과 등 치과 분야에 더욱 강력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추가 연구를 바탕으로 내용을 보완하고, 교육과 협력을 통해 MRONJ 치료 체계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