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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어떤 결혼 조건이 던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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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98)

최근 결혼을 앞둔 예비 며느리가 원하는 결혼 조건이 시사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여러 가지 생각할 사회문제를 던져주었다. 지금 우리 시대상을 핵심적으로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잘사는 집안의 예비 며느리는 예비 시부모 측이 노후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예비 신랑에게 결혼 후에 노후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답을 시부모에게 직접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예비 신랑은 부모에게 결혼 지원이 어려우면 이거라도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말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과 싸움을 하였고 시어머니는 속상하고 자괴감이 들어서 내용을 공개하게 되었다. 이 사연은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보기보다는 지금 우리사회가 지닌 모습을 포장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사회는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시부모가 손주를 돌보아 주지 않을 것을 선언하면서 그나마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대가족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풍부한 경제적인 지원이나 손주돌봄 등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며느리 입장에서 시부모는 평생 혹이다. 아직 선진국 정도의 노인복지가 안 된 우리나라는 노후를 전적으로 개인자산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평균수명이 급격히 증가했고 노후는 모든 가정의 고질적 숙제가 되었다.

 

이미 시대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 있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믿는 시대가 아니다. 손만 잡아도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시대도 아니다. 결혼을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또 다른 미래에 대한 투자 가치로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투자에 있어서 예측 가능한 불안요소를 미리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 며느리는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서 시부모에게 그런 조건을 요구한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매우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결혼을 안 할 자신도 있다. 달리 생각하면 모든 것을 참고 수용할 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지만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접고 객관적인 것만 논한다. 예비 신랑은 여자친구 조건을 수용하면서 부모에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결혼할 수 있게 그 말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노출된 내용만으로는 부모 마음을 고려하지 않는 아들이 옳지 않은 듯이 보이지만, 그런 말을 들은 것 또한 인성을 가르치지 못한 부모 탓이다.

 

이 이야기에는 모두 네 명이 등장하는데 공통된 양상을 보이는 것이 하나가 있다. 네 명 모두 각자 자기주장만 있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

 

우선 예비 며느리가 시부모로부터 노후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말을 직접 듣겠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인 배려가 전혀 없다. 수십 년 뒤에 벌어질 일을 지금 확답받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중에 안주면 끝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에 있을 감정노동을 미리 차단하는 효과뿐이다. 아들 또한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 지난 세월에서는 여자 친구로부터 이런 요구를 들은 아들이라면 화를 내거나 여자친구와 싸움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부모에게 이런 요구를 한 것이 시대가 바뀐 것인지, 인성 문제인지, 사랑의 노예인지, 돈의 노예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특수한 가정사가 있을 수 있으나, 부모 마음을 배려하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말을 들은 아버지라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들에게 사과하기보다는 화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사연을 공개한 어머니 말 속에 자신의 섭섭함과 속상함과 분함은 있어도 자식이나 예비 며느리를 이해하려는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원래 인성이 부족한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사회가 각박해져 있을 수도 있다.

 

그 부모가 그런 아들을 만들었고, 그런 아들이 비슷한 여자를 만났다고 말하면 간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은 그 예비부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모든 가정이 처한 문제기 때문이다. 인성과 상식이 무너진 사회에서 가족 간의 배려가 사라지는 것이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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