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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의료인단체 자율권…당국은 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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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논설위원

새해가 왔나 했더니 벌써 경칩도 지나 완연한 봄이다. 그러나 계엄 이후 연일 혼돈의 연속이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에 새 지도자가 등장하면서 관세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한국은 거대한 풍랑 속에 놓인 작은 배와 같은 형국이다.

 

의료계도 이 거대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작은 돛단배와 같다. 의료계 전체가 시급히 개정을 요구하는 의료인면허취소법 개정문제나 치과계 숙원과제였던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에 대한 추진 등 각종 현안이 잠시 멈춰서 있는 듯하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우리 치과계 사정은 어떠한가. 이럴 때일수록 협회는 회원들의 구심점이 되어 회원들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더욱 강하게 주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노파심에 다소 걱정은 했지만 현재까지는 협회와 각 시도치과의사회(지부) 나름대로 회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나 각 지부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과연 언제까지 회원들의 구심점이 되어 회원들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기초기반이 매우 심각한 상태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인 협회는 자체적으로 영리사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협회와 각 지부를 움직이려면 회원들의 회비에 의존해야 한다. 회비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협회라는 거대한 조직은 영양실조에 걸려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조직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조직구성원인 회원들이 위험해진다. 인체의 생존 반응과 다를 바 없다.

 

10년 전인 2016년 협회비 납부율은 75%, 2017년도는 75.9%, 2018년도는 74.2%로, 대체로 십수 년간 협회비 납부율이 75% 전후로 유지됐다. 다소 저조한 납부율에 대해 우려는 했지만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현재 실정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근 협회장이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총 활동 회원 2만9,000여명 가운데 2021년에는 1만8,000여명, 2023년에는 1만5,000여명이 회비를 납부하고 있어 납부율이 52%로 급격히 내려앉고 있다고 발표했다. 협회장은 회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협회의 존립이 우려된다는 심각한 상황을 회원들에게 알렸다.

 

치협이 협회비 납부율을 높이기 위해 수십 년간 부단히 애를 써온 것이 사실이다. 2005년에는 미납회원에게 보수교육 강사 자격을 제외하기도 했고, 2018년에는 전문의자격시험 시 회비완납증명서를 갖추도록 했으나, 이 건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무산되었다. 2017년 직선제가 치러졌을 때는 선거인단에 등록하려면 각 지부에 가입돼 있어야 하고 입회비 등 미납회비가 2회 이하인 경우로 제한하기도 했다. 또 2022년 서울시치과의사회의 경우 지부회비 3회 미납 시 각종 정보제공 금지 및 조의금 수령 불가 등 제재 조치를 마련했으나, 이러한 노력들이 눈에 띌만한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협회가 오래전부터 눈독 들였던 것은 보수교육이었다. 보수교육 등록비를 미가입회원에게 차등 적용함으로써 협회 가입을 유도하려 한 것이다. 이는 회비납부를 끌어오기 위한 가장 오래된 방안이자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었고, 치협이 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조치이기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정부당국에 의해 제지당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만일 협회 방안이 계속 적용됐더라면 미가입회원의 가입률은 매우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협회에 위탁교육으로 진행되는 보수교육에 민원이 발생하는 것을 적극 차단해 왔다. 그럼에도 협회는 오는 4월 치러질 창립 100주년 종합학술대회 등록비를 차등 적용하는 방침을 세웠다. 번번이 제동이 걸렸었지만 그만큼 치협이나 각 지부의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에 대해 또 발 빠르게 제동을 걸어왔다.

 

각 지부마다 성명을 발표하거나 복지부에 민원을 넣는 방식으로 미가입회원에 대한 교육비를 차등 납부하는 방안을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서울지부 대의원총회에서는 참다못해 회비 미납자에 대한 관리와 이들에 대한 보수교육 관리 업무를 복지부로 이관시키는 방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필자는 이제 협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본다. 당국과의 힘겨루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왔으나, 협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단지 십수년 전 미등록 회원 등록비에 간접비를 산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선에서 의견을 조율했으나 그 간접비 액수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당국과 의견충돌이 심해 협회가 원하는 결론이 난 적이 없었다.

 

사실 이 문제는 치협 등 의료인 단체들과 각 지부들이 모두 함께 겪는 어려움이기에 임시방편적인 대안보다는 현실적이며 불변한 대안이 있어야 끝을 맺을 수 있다고 본다. 가장 바람직한 제도는 치과의사 등 의료인의 ‘협회 가입 의무화’다.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듯이 변호사협회는 협회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는데, 왜 의료인 단체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지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열어 끈질기게 답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정부가 각 단체들을 관리·통제하려 하는지 물어야 한다. 전 세계 각국 정부가 자신의 나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규제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고, 우리나라 역시 규제 완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왜 의료인단체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지를 물어야 한다.

 

변호사협회는 월회비 미납 시 과태료를 부과토록 법으로 정하고 있을 정도다. 매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서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에서 경유증표를 붙여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을 법원이나 검찰에 제출해야 하는데, 월회비를 미납할 경우 발급이 불허된다. 협회 가입뿐 아니라 변호사 업무를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유증표가 없으면 변호를 맡을 수가 없다.

 

이제 정부가 감독만 하는 시대는 벗어나야 한다. 변호사협회 외에 의료인단체에도 자율권을 과감히 이관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 당국, 국회와 끊임없이 논의하고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방법만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보수교육에 굳이 등록비를 차등 적용할 필요도 없어지고 협회 존립을 우려할 정도의 회비 미납 문제에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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