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경,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원 의대반 조기 교육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글을 기고했는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사교육이 열풍을 넘어 ‘7세 고시·4세 고시’라는 광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국내를 넘어 외국에서조차 그 심각성이 거론되는 형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학원을 ‘hagwon’이라는 고유명사로 기록하여 한국만이 지닌 기형적인 학원 형태를 암시적으로 표현하며 “한국의 치열한 학업 경쟁이 6세도 안된 영유아를 사교육 학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한국 6세 미만 아동 47.6%가 학원에 다니며, 심지어 2세 미만 아동의 25% 정도가 사교육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영어유치원 등록금은 월평균 150만원 정도라고 소개하며, 학원은 큰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로 인해 가계 부채가 늘고 내수 소비를 위축시키며 심지어 출산 기피로 인한 인구 위기의 원인으로 평가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0.75명의 원인이며, 과도한 교육비 지출로 인하여 노후를 대비한 저축이 어려워지면서 노인빈곤의 원인이 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심지어 가구 소득의 1/3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38세 공무원의 경우도 소개했다.
FT는 먼 나라의 이상한 현상을 보도했지만, 우리에게 이 내용들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4세 때 영어유치원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발달심리학에서 큰 문제가 된다. 만3세(4세)는 어휘력이나 이해 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이때 모국어에 대한 정확한 발음을 인지하고 형성하는데, 외국어와 모국어가 혼재되어 버리면 모국어에 대한 정확한 발음과 발성을 숙지하지 못하게 된다. 즉, 언어발달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는 의사전달 문제를 유발하고 결국에는 말더듬이나 정서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자신감의 상실이나 어눌한 발음 때문에 또래들로부터 소외되는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4세 고시’는 7세 고시나 초5 의대반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 ‘4세 고시’는 아동의 언어발달을 막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물론 부모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한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영유아 발달과 아동심리를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위험한 교육이다.
4세 때 정확한 발음과 발성을 형성하지 못하면 차후에 언어 교정을 하더라도 쉽게 고쳐지지 않으며 치료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4~5세 아이들은 단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어려운 상태이므로 이때 억지로 말하기를 강요당하거나, 모국어가 확립되기 전에 이종의 언어가 충돌하면 적당히 발음하거나 얼버무리거나 단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넘어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결국 아이는 스스로 언어 구사 능력을 개발하지 않고 포기하는 역효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근 부정확한 발음 등으로 언어치료를 받는 아동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원인으로는 특수교육대상 아동의 증가, 다문화 인구의 증가, 사고나 뇌혈관 장애 등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통 언어발달장애라 표현하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지체와 장애는 다르다. 지체는 정상적인 언어발달 단계를 밟아가지만 시간적으로 늦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장애는 언어발달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발달 언어 형식을 나타내는 경우나 혹은 어느 특정 단계에서 언어발달이 멈춰 있는 경우다. 4세 조기 외국어 교육에 따른 문제는 언어발달지체보다 비정상적인 언어 형식을 보이거나 발달이 멈추는 장애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 교육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최근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동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조기 영유아 영어 교육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조기교육에 대한 엄마의 욕심이 아이의 언어발달장애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아이들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놀이터가 없고 같이 놀 친구가 없다. 학교에는 친구가 없고 경쟁자가 있고, 집에는 따뜻하게 맞아주는 엄마가 없고 감시자가 있다. 같이 대화할 가족이 없고 스마트폰이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의 정서는 어떻게 발달할지 의문이며 걱정이 앞선다. 4세 고시·7세 고시는 교육을 빙자한 심각하고 위험한 아동학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