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치아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3가지 건강인 육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치아는 먹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정상적인 치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비해 무치악 환자의 삶의 질이 40% 가량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신감 상승 등 성형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질 향상이 10% 수준이라고 하니 치아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문제는 치아를 직접 다루는 치의학에서 이와 관련된 연구가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연구 역시 치의학이 아닌 심리학 분야의 연구결과다. ‘무치악이 삶의 질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 최용근 원장은 이와 같이 한 쪽으로만 치우친 치과계의 학문적 편식을 꼬집었다.
최 원장은 “세미나나 학회에 가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파노라마다. 파노라마 사진을 보면서 빈 부분을 어떻게 채워 넣는가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치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연구는 등한시한 채 테크닉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는 치과계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 원장은 “단순히 비어있는 부분을 채우는 덴티스트리가 아니라, 이것을 채워줌으로써 삶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에 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고급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들을 치과의사들이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최용근 원장은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를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뭔가를 결정할 때 영향을 미치는 갖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치과에서도 치과의사의 기술 외에 많은 것들이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며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철물을 장착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보철물 장착을 통해 환자의 삶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그리고 사용 시 불편함은 없었는지 등 추가적인 변수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근 원장은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국민들 사이에서 실추된 치과의사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최 원장은 “미국의 경우를 보면 치과의사들이 매우 존경받는 직업군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치과의사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군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일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원장은 “국내에서의 치과의사는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지나치게 경쟁만을 일삼는 집단으로 비춰지는 등 국민들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충분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치과의사들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만큼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때로는 언론을 통해, 때로는 일선 개원가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알림으로써 실추된 치과의사들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영선 기자/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