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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봉사 실천하는 치과인 탐방]-26 김종범 원장(서울꿈나무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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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으로부터 전파된 ‘행복 바이러스’

“김종범 원장님 사진은 없는데요.” 김종범 원장의 진료봉사 사진을 요청했을 때,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가 한 대답이다. 김종범 원장의 사진이 없는 이유는 사진을 촬영할 경황이 없다는 것. 거부반응이 심한 중증장애인을 전담해서 치료하는 김종범 원장이기에 사진을 촬영할 시간조차 없어 그간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17년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봉사

서초구 보건소 장애인치과는 1996년 개설됐다. 故 기창덕 박사의 건의로 서초구 보건소에 장애인치과가 설립됐고, 김종범 원장은 개설된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달에 두 번씩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대학에서 소아치과를 전공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장애인도 치료를 많이 했었죠. 지금은 돌아가신 기창덕 박사님의 권유로 장애인치과에서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1995년 개원을 했던 터라 정신이 없긴 했지만, 대학교에서부터 장애인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10년만 해보자는 마음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김종범 원장. 하지만 10년을 훌쩍 넘겨 17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 김종범 원장은 이제는 20년을 목표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개설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치과의사는 김종범 원장이 유일하다.

 

“봉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인력 부족은 물론이고, 장비나 재료 등 부족한 것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예약을 못 잡을 정도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장애인들을 돌봐줄만한 치과가 없었거든요.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이 서초구를 찾았습니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치과 그리고 지난 2005년에 문을 연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의 모토가 된 셈이죠.”

 

물밑 듯이 몰려오는 장애인들. 김종범 원장은 중증장애인만을 전담해 치료하고 있다.

 

“장애인도 신체장애와 정신지체, 뇌성마비, 자폐 등 멘탈 관련 장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주로 의사소통이 안되는 중증장애인들을 전담하고 있는데요. 체어에 장애인을 위치시키고 치료하거나, 거부반응이 심해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수면 진정요법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안되다 보니, 환자의 통증 정도를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이제는 이 환자가 단순 공포심에서 비롯된 반응인지, 아니면 정말 치료 시 발생하는 통증으로 인한 거부반응인지 캐치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17년, 어느덧 청년이 된 장애인

17년 동안 봉사를 이어온 김종범 원장이기에 기억에 남는 환자도 많았다. 암기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자폐아 환자부터, 4살 때 처음 인연을 맺은 장애인이 어느덧 20살의 청년이 되기까지의 그 모든 성장과정을 모두 지켜봐온 환자도 있었다.

 

“영화에 보면 자폐아 중에 특정 능력이 뛰어난 장애인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12년 동안 치료를 해오고 있는 자폐아가 있는데요. 그 친구는 암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 대한 진료차트가 거의 책 한권 분량인데, 날짜부터해서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까지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그런 환자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4살 때 처음 치료를 해주고, 21살 청년이 된 지금까지 진료를 해주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 친구의 경우 뇌성마비에 정신지체 등 정말 복합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 친구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장애가 심했는데, 21살 청년이 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더라고요. 성장과정을 쭉 지켜봐 왔는데, 장애 증상도 많이 호전돼 지금은 건강한 축에 속합니다.”

 

장애인들을 곁에 자주 두다 보니 장애인에 대한 김종범 원장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심지어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귀엽기까지 하다고.

 

“처음에는 장애인이라서 ‘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얘기로 좀 불편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바뀌더라고요. 거리감이 많이 없어진 것이죠.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쩔 때는 너무 순수한 모습에 사랑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장애인으로부터 배운 교훈

김종범 원장은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봉사를 통해 얻는 배움이라고 말했다. 물론 봉사를 하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보람도 느끼고 하지만 장애인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대답에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봉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재화나 능력을 기부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많은 대가를 얻고 있습니다. 이 대가라 함은 바로 행복의 기준인데요. 예전과 비교했을 때 행복의 기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비장애인의 경우 공부도 잘해야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어야 하고, 키도 커야 하고, 여러 가지 고민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때 칭찬도 받고 만족감도 얻으니까요. 행복의 기준이 굉장히 복잡한 거죠.”

 

“하지만 장애인은 달라요. 한 번 안아주는 것에서, 또는 얼굴을 바라보고 한 번 웃어주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저렇게 단순한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왜 그런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할까’하는 생각이 들게 되죠. 장애인들을 곁에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크게 얻은 게 있다면 이 행복의 기준이 많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지금도 사소한 것으로부터 행복감을 찾으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얻는 행복. 장애인으로부터 얻은 김종범 원장의 가장 큰 교훈이었다. 김종훈 원장은 달라진 행복의 기준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또한 행복 바이러스 전파를 위한 소박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제 봉사는 제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리고 제 능력이 닿는 한 봉사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 아이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기회가 닿는다면 해외에서 봉사를 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영선 기자/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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