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불경기에 개원환경이 힘들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시기에도 매달 막내딸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으로 봉사활동을 나서는 치과의사가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최치원 대외협력이사는 ‘닥터 자일리톨버스’ 주무이사로 활동하며 봉사의 참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동행해준 아이와 부족했던 대화시간을 가지며, 봉사가 또 다른 여행이 되고 있다는 그의 봉사 여정을 따라가 봤다.
닥터 자일리톨버스 매월 운행
최치원 이사가 본격적으로 봉사에 뛰어들게 된 것은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이하 치협) 대외협력이사를 맡으면서부터다. 그전에는 정기적인 봉사를 하기보다 치과의사를 위한 각종 연구를 해왔다. 대외협력이사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두지휘해온 최 이사가 ‘닥터 자일리톨버스(이하 자일리톨버스)’를 처음 이끈 것은 올해 3월 광주 소화자매원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자일리톨버스는 롯데제과의 후원으로 치협이 운영하고 있는 이동진료버스다. 매달 전국 각지에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떠나고 있다. 하지만 일회성 방문보다는 꾸준히 인연을 이어갈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 봉사.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자일리톨버스가 가는 곳은 항상 지역 치과의사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
“치과진료는 지속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하죠. 치협이 봉사가 필요한 곳을 발굴해 찾아가면 지속적인 관리는 지부가 이어가는 협력체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이동진료 차량의 추가확보는 꼭 필요한 과제입니다”
치협은 현재 한 대인 이동진료버스를 늘리기 위해 롯데제과의 후원금 일부를 별도 적립하고 있다. 대당 수억원에 달하는 이동진료버스 마련을 위해서다. 이동진료버스의 추가 확보가 이뤄지면 더욱 체계적인 봉사가 가능하고 진료봉사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최 이사는 예상했다.
진료봉사가 지역축제로 승화되기도
최치원 이사는 “봉사의 가장 큰 적은 생색내기 위한 봉사”라며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는 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 이사가 말하는 봉사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봉사자와 수혜자 모두가 즐거워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흔히 봉사를 위해 노인시설, 장애인 시설을 찾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그런 시설들은 수혜가 겹치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공공의료의 손길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치협의 봉사는 공공의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치협의 봉사는 공공의료의 손길에서 소외돼 도움이 절박한 곳으로 가야해요. 공공의료가 할 수 없는 치협만의 힘과 역할이 있죠. 단순한 의료봉사가 아니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는 봉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최치원 이사는 지난 9월 다녀온 제주도 무의촌 봉사가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지난 9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성산초등학교를 방문해 초등학교 학생은 물론 무의촌마을 주민들도 진료했다. 청·장년층이 마을을 떠나면서 폐교위기에 몰리기도 했던 성산초등학교는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임대주택을 만드는 등 마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자일리톨버스의 방문은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즐거움에 춤을 추는 등 진료현장은 축제의 한마당이 됐다.
“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마을에 자일리톨버스가 오면서 축제가 벌어졌어요. 단순히 무의촌에 진료의 혜택을 준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활력을 주고 마을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마을이 성장해 무의촌마을을 벗어난다면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봉사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진료봉사 가이드라인 필수죠!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최치원 이사는 진료봉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준비중이다.
“봉사활동은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진료하다보니 의료사고 발생에 대한 주의가 부족한 면이 있어요.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책과 감염관리 등의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인 봉사가 이뤄져야 해요. 진료기록부 작성도 다른 사람이 봉사를 와도 파악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야 합니다.”
꾸준한 진료봉사가 가져다준 또 하나의 선물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최치원 이사는 자일리톨버스와 전국으로 봉사를 떠날 때마다 막내딸과 동행한다. 잠만 자기 일쑤였던 이동시간이 아이와 대화시간으로 바뀌었고, 봉사를 마치고난 저녁시간은 아이와 함께 지역의 곳곳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겼다.
최치원 이사에게 봉사는 치협 대외협력이사로 시작한 업무였지만 치과계 전체 봉사활동 체계를 잡아가는 여정이 됐고, 아이와 함께 해서 더 즐거운 삶의 활력이 됐다.
김희수 기자 G@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