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해보니 기공실 싱크대 밑 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하수관 연결 부위에 감아놓는 검정 테이프가 세월이 지나며 삭아서 발생한 일이다. 필자가 손수 검정 테이프를 새로 교체하고 물을 부어 확인한 후에 마무리 지었다. 개원한 지 20년이 되어가니 요즘은 늘 있는 일이다. 개원 초창기에는 인테리어 업자에게 전화하고 빨리 오지 않는다고 하루 종일 노심초사를 했었다. 사실 업자에게 연락이 되어도 업자가 다시 배관공에게 연락을 하여야 하고 그 기술자들이 내원하기까지는 며칠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럴 때마다 성질이 급한 필자가 직접 고치다보니 이젠 웬만한 것은 직접 고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보통 검정테이프 수명이 10년 정도이니 검정테이프로 마감한 공사는 대부분 10년이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검정테이프가 사용되는 곳은 다양하다. 우선 전기시설이 많고 다음으로 배수시설 연결부위이다. 압력을 받지 않는 곳이라면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적지만 컴프레셔나 석션 등과 같이 압력을 받는 기계의 연결부위나 물이 흐르는 배수관련 부위는 조금만 상해도 누수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요즘은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검정 테이프가 있는 부위를 먼저 점검한다. 검
어제 문자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밤이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동차 운전 중에 누군가 차 유리창에 달걀을 던지면 그냥 지나가라는 내용이었다. 닦으려고 와이퍼를 움직이거나 워셔액을 품으면 단백질이 더욱 달라붙어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되고, 운전이 어려워져 차에서 내리면 그때 괴한들이 달려든다는 내용이었다. 으슥한 곳에서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던 방법이 이젠 달걀 던지기로 진화된 모습에 씁쓸한 마음이다. 한 모임에서 외제차를 타고 온 제자에게 절대로 남들이 보는데서 아이들을 태우지 말고 주차장에서는 늘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던 노파심이 살아났다. 익산 여약사 주차장 납치 살인사건 이후로 필자에게 생긴 트라우마가 노파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얼마 전 외국 출신 의사 모임에서 수의사를 하다가 치과의사로 전향하신 분을 뵈었다. 필자는 농담으로 “사람은 말이 많은 반면 동물은 말을 못하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직업 우선 순위가 ‘장의사>수의사>치과의사’라고 생각하는데, 왜 수의사에서 치과의사로 전직하셨는지요?”라고 물었다. 필자의 농담에 선생님의 답변은 놀라움이었다. ‘법적으로 동물은 사람이 아니고 물건으로 취급을 한다. 따라서 수술 등으로 맡아 놓은 반려견은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원장님들께 여쭤봅니다. 원장님 치과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얼마나 되나요? 6개월, 1년, 3년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치과 관련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치과들이 직원을 구인하는 공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구인글을 읽어보면 치과들의 복지가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보장, 주5일 근무는 기본이고, 숙소제공, 매달 인센티브, 근속연수에 따른 추가 보너스, 학비 지원 등 대기업들 못지않게 다양한 복지제도를 마련해둔 치과들이 참 많습니다. 이렇게 좋은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치과들이 많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 직원들의 이직률은 높은 편입니다. 몇 년 전 치과 병·의원의 치과위생사 이직 사유와 직업만족도, 원장 리더십과 치과위생사들의 직무 상관관계 등을 심도 깊게 다룬 연구논문이 발표되어 관심을 받았습니다. 논문 내용 중, 치과위생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치과위생사의 직장 선택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요?(중복답변 허용)라는 질문에 81.8%에 달하는 90명의 치과위생사가 ‘좋은 근무환경’을 선택했으며 △좋은 임금(76.4%) △직장의 안정성(33.6%) △높
다른 치과에서 교정치료 중인 환자가 내원했다. 철사가 찔리는 등의 간단한 이유가 아니고 기존 치과에 대한 불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 주기를 원한다면 자칫 골치 아픈 상황에 본의 아니게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진다. 누구나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의 잘못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듣는 사실만으로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주소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말의 진실성이 몇 퍼센트인지도 같이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환자는 자신이 다니는 치과가 TV에 나쁘게 방송된 뒤에 병원이 임시로 문을 닫은 상태여서 내원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다행 아닌 다행으로 환자와 치과 사이에 발생한 문제보다는 일방적으로 치과에 발생한 문제라서 긴장을 조금 늦출 수 있었다. 환자에게 주소를 물으니 안면비대칭을 개선하기 위해 교정치료를 시작했다고 했다. 성인이 안면비대칭을 수술을 통하지 않고 교정치료로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주소와 치료방법이 일치하지 않는 환자 이야기는 필자에게 여러 가지 상황을 의심하게 하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의사는 옳게 설명을 하지만 선택을 하는 환자 자신이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경우다. 일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고 행사를 위해 오랫동안 서있었던 기억 그리고 선생님들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듯하다.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게 가장 괴로운 날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란법’은 학생이 강의하는 선생에게 캔커피 하나를 주는 것도 막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무료강연을 제외하고 학교 당국에 사전 신고를 하는데 가장 곤란한 것이 강연료를 적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서는 성의껏 준비하고 강의 끝나면 마음을 담아서 강연료를 주고받는 것이 미덕이었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사전에 얼마 줄 것인지를 묻고 미리 적을 것을 강요한다. 한마디로 모양 빠지는 일이다. 연자가 전화해서 얼마 줄 것을 묻는 것은 우리 전통적 관습과 거리가 멀다. 조선시대 서민 교육기관으로 서당이 있었다. 서당은 원래 정해진 학비가 없다. 부모님들이 훈장선생님 문 앞에 각자 성의껏 놓고 갔다. 보리쌀이든 홍시든 놓인 것을 받기 때문에 누가 놓고 간 것인지도 몰랐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아이 부모는 많이 놓고 가고 어려운 이는 어려운 대로 성의를 표하면 되었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방법으로 선비
미국 서정시인 프로스트가 방황하던 20대 시절에 썼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주었고, 필자 또한 읽을 때마다 지난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다양한 회한을 느낀다.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늘 크고 작은 길을 선택한다. 어떤 때는 사소하고 어떤 때는 삶의 방향이 전환된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난 뒤 되돌아보아 선택이 성공한 경우엔 기뻐하고 잘못된 경우엔 후회도 한다. 하지만 길은 성공과 실패와 같은 극단적 선택의 경우보다는 ‘같은 듯 다른 삶’ 혹은 ‘다른 듯 같은 삶’의 선택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그의 시가 잔잔한 공감을 준다. 누구나 삶을 뒤돌아보면 잔잔함 속에 역동적인 전환점들도 있다. 어떤 때는 우연처럼, 또 어떤 때는 필연처럼 오기도 하고 스스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강요당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길을 걸어 왔고 그렇게 갈 것이다. 늘 같은 길인 경우가 더 많다. 늘 같은 길이더라도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같은 길은 없다. 어떤 때는 꽃이 피어 있고 어떤 때는 눈길이기도 하다. 똑같은 모양의 은행잎도 없지만 아주 다른 모양도 없듯이 매일이 같을 수도 있으나 똑같지도 않다. 늘 크고 작
지난주 3년쯤 함께 근무하고 퇴사한 직원의 집들이 초대로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 직원과는 나이대가 비슷하여 공감대 형성이 수월해 함께 한 일들이 많아지면서 추억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주된 주제는 우리가 근무하는 치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분야에 근무하기에 누구보다도 서로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고, 조언도 해줄 수 있었습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치과와 이 직원이 근무하는 치과는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개원시기, 교정 진료만 하고 있는 점, 그리고 진료실은 치과위생사로만 구성된 점들입니다. 하지만 경영 방식에서는 많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원장님마다 진료 스타일이 다르듯이, 경영 방식도 다양하게 표현되나 봅니다. 요즘 이 직원은 직장생활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 걱정의 중심에는 원장님이 있었고, 원장님의 경영 방식으로 인해 직원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원장님은 환자가 궁금해하거나 불편해하는 사안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해결책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컴플레인하는 환자
시련과 감수는 자연의 법칙이다. 겨울의 혹독한 맹추위를 겪은 딸기가 맛있다. 수많은 망치질을 겪은 칼이 명검이 된다. 이를 재련(再鍊)이라 한다. 자연은 상생상극의 조화로 만물을 육성한다. 상생은 도움을 주고 용기를 주고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면 상극은 지적도 하고 힘도 들고 마음이 아프기도 한 것들을 말한다. 이 두 성질이 적절하게 배분된 것이 사물에 대한 자연의 법칙이다. 사물이 아닌 마음 또한 마찬가지다. 적절한 시련이 내면의 성숙을 만들고 튼튼한 마음의 프레임을 만들어준다. 시련을 만나면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음이 감수할 수 있는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상극에 의한 시련을 감수하고 극복하고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 상생이다. 이렇게 마음이 상생상극을 거치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요즘은 성숙한 인간형을 만나기 쉽지 않다.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어려서부터 엄마들이 아이가 감내할 시련을 제거해준 이유가 가장 크다. 시련을 경험하지 못하면 감수에 대한 사고가 형성되지 못하고 취사선택에서 주저한다. 하나를 선택하고 나면 포기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마마보이가 보이는 일반적 문제다.
요즘 대한항공 오너 가족 갑질 문화(?)가 세간의 화제다. 까도 까도 나온다고 양파 갑질 가족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들 가족 행동 양상은 대부분 화를 표현하는 방법에 문제를 보인다. 화(火)는 한의학 용어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오장육부에 모두 화가 들어 있으며 그것은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인간의 온갖 욕심과 감정이 지나치면 나타나는데 그 발동 장소가 모두 다르다. 몹시 화를 내면 간에서 발동하고 자주 화를 낼수록 간이 손상을 받는다. 과음이나 과식을 하면 위에서 발생하며 위장을 해친다. 성욕이 지나치면 신장에서 발생하며 신장이 상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몸의 군주인 심장에서 화가 발생하면 사망한다.」 즉 현대식 표현으로 심장마비 돌연사이다. 화(火)가 온화하면 온기로 사람 몸의 움직임을 주관한다. 격화되어 지나치면 병이 된다. 화의 성질은 온화하면 생명의 원천이 되지만 강하면 다른 물질(오행)을 태워버린다. 금(金)의 기운을 녹이면 폐가 손상되고, 토(土)의 기운을 증가시키면 비장이 상하고, 목(木)의 기운을 태우면 간이 상하고, 수(水)의 기운을 말리면 신장이 상한다. 따라서 화가 강하면 해로움이 매우 크고 변화가 매우 빠르며 증상이 뚜렷하
며칠 전 약국에 들렀을 때 약사는 조제실에 있었고 대기실에는 다섯 살 정도 여아와 초등학교 2~3년 정도로 보이는 오빠, 그리고 30대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아파서 약을 타려고 온 듯 했다. 필자도 같이 기다리게 되었고 그동안 본의 아니게 듣게 된 그들의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아픈 딸에게 건넨 엄마의 첫 말은 필자에게 충격이었다. “○○야, 아파서 우울하지 않아? 엄마는 네가 아파서 아주 우울해” 말 한마디에 우울이란 표현이 두 번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아픈 아이를 대하는 엄마는 “많이 아파? 기운 없어? 힘들지? 약 먹으면 좋아질 테니 조금만 참아”처럼 몸에 대한 이야기와 위안을 주는 대화를 한다. 그 엄마는 자신의 우울 원인 제공자인 딸이 우울하기를 바란 듯한 질문을 던져 놀랐다. 그 때 오빠의 말은 필자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엄마가 ○○해주기로 했는데 여기 와 있어서 나는 정말 우울해” 오빠는 ‘우울’이란 표현을 당연한 듯 강조하며 감정을 나타냈다. 불과 3분 동안 그들 가족 대화에서 ‘우울’이란 표현이 10번 이상은 나왔다. 5세 딸도 초2~3년 오빠도 아직 ‘우울’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어린 나이이다. 그런 아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