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힘들 정도의 겨울추위를 흔히들 ‘칼바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추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새들은 지나가는 가을의 끝을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애써보지만 차가운 동장군 앞에서는 낙엽이 되어 흩어져간다. 그래서 동장군은 가을의 흔적들을 저만치 밀어내기 위하여 차갑고 거센 바람으로 나타나서 겨울이라는 계절의 성곽에 입성한다.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하여 바람이 많이 분다. 아니 바람이 많다기보다 바람에 민감해지는 계절이다. 추위에 더해지는 바람은 더없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다. 혹독한 추위라도 바람이 없으면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그 추위에 바람까지 불어오면 체감으로 느끼는 추위는 배가 된다. 그래서 겨울에는 온도계로 측정한 추위와는 별개로 바람을 계산한 체감온도라는 것이 실제 추위라고 이야기 한다. 혹독한 추위의 겨울이 과거와 비교하여 고통스럽지 않고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이유는 날씨의 변화보다도 실내난방과 겨울 옷들 때문이다. 지금이야 겨울이라는 계절이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지만 난방과 옷가지가 변변치 않았던 이전에는 겨울은 견디기 힘든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
조선시대 고종이 즉위하고 2년 지나 대원군이 경복궁 재건을 발표하던 1865년에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수학교수였던 수학자 루이스 캐럴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책을 발간했다. 한 소녀가 꿈속에서 토끼굴에 떨어지고 이상한 트럼프의 나라로 여행하면서 겪는 신기한 일들을 그린 동화이다. 어린이를 좋아하고 어린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했던 작가는 학장 집에서 하숙하던 옥스퍼드대학 교수 시절에 학장의 어린 딸 앨리스와 놀면서 만든 이야기를 그녀의 이름을 주인공으로 하여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그 책은 당시 어린이들을 어른의 부속물로 생각하던 풍토를 해학적으로 비평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오늘 문득 아침에 눈을 뜨니 필자가 마치 토끼굴에 떨어져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가 37세 시절의 눈으로 20년이 지난 지금을 바라보니 너무도 이상한 나라에 와있는 느낌이다. 미국대통령의 이름이 트럼프란다. 연봉 13만불 이하의 외국인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연봉 13만불이 넘으려면 국내에서는 대기업 임원이나 중소기업 사장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는 동화 속 트럼프 나라 하트여왕의 느낌을 준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어 한국기업
외래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던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뜬금없는 질문을 받는다. “지금 나에 대한(우리 아이에 대한) 치료가 잘되고 있나요?” 이에 필자는 순진하게 초진 모형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진행돼온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그 뒤에 다시 환자의 질문이 따라온다. “그럼 진료가 언제쯤 끝날 수 있나요?” 여기에 대해 다시 초진 시에 설명한 차트를 리뷰하면서 처음에 계획한 것과 특별하게 달라지는 것이 없을 거라는 대답을 한다. 그 뒤에 다시 질문이 들어온다. “내가(아이가) 여름방학에 여행을 계획하려는데 그전에 끝날 수는 없는 것인가요?” 이 마지막 질문을 들으면 그제야 비로소 환자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만 이때 필자의 마음은 속았다는 느낌, 당했다는 느낌에 화가 올라온다. 처음부터 “여름방학에 일이 있으니 그때까지 치료가 끝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면 될 것을 빙빙 돌려가면서 질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상대에게 굴욕감을 주거나 허탈하게 하고 화를 나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우선 그 내면의 심리에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심리가 깔려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가을의 흔적은 아직도 이곳 저곳에 남아있건만 어느새 차가운 바람은 서둘러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이제 머지 않아 추운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군인들은 혹독한 추위를 대비한 병영생활을 준비할 것이고, 관공서에서는 산불이나 폭설을 대비한 월동준비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좀 더 두터운 겨울 옷들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이전에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서 꺼내 추위를 맞이할 것이다. 긴 겨울을 견디기 위해서 가을에 거두어들인 배추나 무로 김치나 깍두기 그리고 동치미를 담았던 조상들의 지혜는 참으로 대단하다. 아무튼 겨울은 다른 어떤 계절보다 준비할 것이 많은 계절인 것 같다. 그만큼 추위라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람을 위축시키게 만든다. 그래서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것들이 필요하다. 추위를 막아주는 옷이나 난방시설도 필요하지만 특히 따끈한 음식을 유난히 찾게 되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추운 겨울,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밥이 생각나고 얼어붙은 손을 녹여주는 따뜻한 하얀 찐빵도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하얀 옹심이가 들어간 달콤한 단팥죽이나 호박죽은 겨울의 또 다른 별미다.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전의 시대에 따뜻하
지난 일요일 필자가 20년간 활동했던 학회의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원로 교수님들의 축사와 지나온 발자취 강연을 들으며 젊었던 시절의 추억과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오랜 시간을 같이 활동해온 많은 선생님들이 새삼 반가웠다. 이렇듯이 우리 주변에서 조금만 돌아보면 의미를 지닌 기념일이 많이 있다. 얼마 전 동창회로부터 내년에 졸업 30주년 행사를 한다는 편지를 받았다. 벌써 필자의 나이가 그런가하며 새삼 놀랐다. 기념일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 속의 이벤트로서 긍정적인 평가일 때는 개인에 있어서는 연륜이나 경륜으로, 단체나 국가는 역사로 표현된다. 반면 부정적인 경우에는 적폐, 폐단, 구습, 악습이란 표현이 따라온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평가가 유지되는 경우도 있지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팩트(역사적 사실)로 보는 이들과 평가 시점의 가치로 보는 이들로 나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념일은 작게는 개인적으로, 크게는 범국가적인 의미가 있다. 교정의인 필자에게는 의미가 있는 기념일은 올해가 현대 치과교정학의 창시자인 Angle 선생이 최초의 교정 장치인 E Arch 장치를 만든 지 110년 되는 해이다. 그의 제자이며 현대 교정학의 학문적
오늘이 입동이다. 14시 38분이 입절시각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예전 같으면 김장 준비를 하려고 분주한 때여야 하건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아직도 방에 모기가 날아다닌다. 아직도 모기향을 피우는 필자는 입동으로 겨울이 시작되건만 환경 변화로 계절 인지능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것이 필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불과 2주 전 여의도에서는 벚꽃과 장미가 피었고 아파트 공원 앞 은행나무는 일찍 노란색으로 물든 잎을 떨치고 가지만 남아 가는데, 그 옆 단풍나무는 아직도 붉은 색으로 변하지도 않았다. 자연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24절기는 태양에 대한 지구의 위치를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절대로 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지구 내부의 문제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내부적 문제이다. 인류는 공전과 자전을 제외한 자연계의 질서에 변화를 주는 문제를 유발시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구온난화이다. 요즘 오징어가 금값이고 우리나라 바다에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열대성 어종이 잡히고 있다. 만약 인류가 스스로 자제하지 않고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지속한다면 자연계의 항상성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의 글이다. 초록이 지쳐 단풍이 가득한 계절이다. 어린 시절 단풍이라는 것이 초록이 지쳐 생긴다는 시적 표현의 힘에 감동을 받았었지만 사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라는 말이 그 시절에는 그렇게 와 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청명한 하늘을 보면서 눈이 부신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특히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내뿜는 강한 자외선 앞에서는 눈이 부시는 것을 넘어서 오랜 시간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운전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에는 푸르고 맑은 날씨가 오히려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려고 노력한다. 이전에는 선글라스를 연예인들이나 혹은 멋쟁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겼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대중화 된 것 같다. 아마도 눈 건강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선글라스의 색깔은 검은색이나 갈색이 많은 것 같다. 물론 파란색이나 초록색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검정이나 갈색을 많이
10월 31일은 미국의 대표적인 축일인 할로윈 데이다. 우연히 이태원의 할로윈을 보게 되었다. 이태원 근처로 가는 차량은 한강다리부터 밀렸다. 새벽 1시경인데도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할로원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인산인해였다. 필자의 본가가 이태원이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귀신복장, 좀비복장, 강시복장, 신혼부부복장, 캔디복장, 백설공주, 환자복장, 미라, 신데렐라, 스파이더맨, 토르, 아이언맨, 배트맨, 군인, 파자마파티, 해골 등 눈길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복장들로 매우 흥미로웠다.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복장과 분장을 통한 자기표현을 보면서 우리 민족이 가진 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대표 정서를 표현하라고 하면 대부분 ‘한(恨)’이라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에게는 ‘恨’이란 정서는 가슴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고유정서는 ‘흥(興)’과 ‘恨’으로 대별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興’이 많은 민족이었다. 신이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興’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노래방에 가면 대부분 모두가 가수만큼이나 노래를 잘한다. 모든 모임의 끝은 항상 노래방이다. 우리들의
필자의 지인 중에 ‘Free hearings’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원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 공원이나 홍대 앞에서 ‘Free hugs’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은 종종 접했다. 프리허그의 본래적 의미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되고 메마른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필자의 지인은 남의 말을 들어주는 목적으로 Free hearings를 시작하였다. 요즘 현대인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회에 이미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SNS의 영향도 매우 크다. 요즘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동료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나 모두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풍경이다. 동반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이 실례를 범하는 것이지만 이미 시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릴 만큼 많이 변해 버렸다. 그 만큼 누군가와 집중해서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암시이기도하다. 이런 사회적인 행태에 반기를 들어 Free hearings를 몸소 보이려고 시작하였다. 심리학자 맥코넬은 64명의 대학생에게 33개의 성격카드를 주고 자신을
필자의 지인 중에 ‘Free hearings’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원에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다. 공원이나 홍대 앞에서 ‘Free hugs’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은 종종 접했다. 프리허그의 본래적 의미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되고 메마른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필자의 지인은 남의 말을 들어주는 목적으로 Free hearings를 시작하였다. 요즘 현대인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회에 이미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SNS의 영향도 매우 크다. 요즘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동료가 한 테이블에 앉아 있으나 모두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풍경이다. 동반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이 실례를 범하는 것이지만 이미 시대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드릴 만큼 많이 변해 버렸다. 그 만큼 누군가와 집중해서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암시이기도하다. 이런 사회적인 행태에 반기를 들어 Free hearings를 몸소 보이려고 시작하였다. 심리학자 맥코넬은 64명의 대학생에게 33개의 성격카드를 주고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