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4 (금)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의사 건축가 정태종 교수의 건축 도시 공간 눈여겨보기 (8)

URL복사

뒤집힌(Upside down) 현상학적 공간_센다이와 아키타

유리와 물을 이용하여 투명하게 만들고 주변을 비추어 기존의 관념을 깨는 뒤집힌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들의 작품을 대하면 저절로 그들이 창조한 공간에 빠지게 된다. 일본 센다이와 아키타에서 새로운 현상학적 경험을 해본다.


투명성을 이용한 현상학적 경계 흐리기


일본 동북지역 최대 도시인 센다이지만 시내는 생각보다 작다. 걸어 다니다 보면 투명한 유리박스가 눈에 띈다. 현대건축의 한 획을 그었다는 그 유명한 도요 이토(Toyo Ito)의 센다이 미디어테크(Sendai Mediatheque)1)다. 건축 입면에 사용한 유리가 주변의 모든 거리풍경을 반사해서 자신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듯하다. 또 유리가 너무나 투명해서 외부의 거리와 미술관 내부가 마치 경계 없이 연속된 공간같이 느껴진다. 건축물의 외피가 경계를 흐리게 함으로써 공간의 시각적 확장이 일어난다. 을씨년스런 날씨의 하늘 속 구름과 겨울날 앙상한 가로수 가지들이 현상학적 분위기를 극대화한다[그림 1].


기둥마저 잘게 쪼개기


센다이 미디어테크 내부로 들어가면 외부와는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이 나타난다. 로비(Lobby)는 텅 빈 채로 안내와 카페만 한쪽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입구에 가까이 있는 계단은 유리박스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반대쪽 엘리베이터도 원통형 철골구조 안에서 움직인다. 기능에 꼭 필요한 계단 등 건물 코어 빼고 나머지는 빈 공간. 그리고 건물 내부에 있어야 할 우리 눈에 익숙한 기둥이 안 보인다. 근대건축의 돔-이노(Dom-ino)2) 이후 건축에서 기둥은 절대적이었다. 커다란 기둥 대신 기둥을 잘게 쪼개서 다른 프로그램이나 실을 만드는 벽으로 사용해서 마치 기둥이 없는 듯한 건물을 만들었다. 외부에서 내부로의 투명성은 이런 내부 디자인으로 연결되어 현상학적 공간을 확장한다[그림 2].


죽음과 추모의 공간도 현상학적으로…


센다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걷다 보면 히로세(Hirose) 강 건너 삼나무가 우거진 즈이호덴(Zhuihoden Shrine)3)에 갈 수 있다. 센다이번(Sendai Domain)의 초대 번주로서 지역 산업, 경제, 문화를 발전시킨 다테 마사무네의 묘, 사당이다. 큰 기대 없이 산책 삼아 간 곳인데, 그곳의 사당들은 자연 속에 숨겨진 검은색과 황금색, 그리고 형형색색의 단청을 이용하여 세련되면서도 아름다운 모모야마 양식의 예술작품들이다. 죽음을 애도하는 비통의 공간에 건축을 이용하여 찬란한 아름다움의 노래처럼 현상학적 분위기를 그려냈다. 어디선가 L'Hymne a l'amour (사랑의 찬가)4)가 들려오는 듯하다[그림 3].


공간에 유머와 즐거움을 불어넣다


부풀려진 소재를 이용하여 특유의 유머 감각과 남미의 정서를 표현하는 콜롬비아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 전 세계 유명한 미술관이나 도시 공공 공간에 작품들이 있어 여행하면서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미야기 미술관(The Miyagi Museum of Art)5) 내외부를 감상하면서 다니는데 미술관 뒤쪽 눈에 띄지 않는 정원 한쪽에 있는 그의 조각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겪은 센다이의 무거운 철학적 분위기를 다 잊고 웃음이 절로 난다. 삶이 너무나 진지해서 그 삶을 심각하게 대하는 것보다 웃음으로 여유를 찾으라고 필자의 마음을 위로한다[그림 4].


내려다보이는 하늘-신이 된 듯한 체험


센다이에서 북쪽으로 4시간 거리 아키타. 이곳은 이누(Inu) 개, 쌀과 사케, 흰 눈으로 유명하다. 작은 도시라 많은 사람이 방문하지는 않지만, 아키타 현립 미술관(Akita Museum of Art)6)은 하늘을 내려다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아키타 미술관은 입구, 로비, 연결 내부 브리지 등도 좋지만 가장 좋은 공간은 2층 카페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1층 옥상 수공간이다. 외부에서는 수공간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데 내부카페에서 바라보는 수공간에는 뒤집힌 하늘이 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건너편 쿠보타 성터(Kubota Castle)도 보인다. 소도시 아키타에서는 여유로움을 즐기면서 철학적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진실은 내 앞에 있는데 너무나 작고 뒤집혀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그림 5].

 

 

※주석

1. https://www.smt.jp/en/
2. https://blog.naver.com/minimalarchitects/221116738760
기존의 내력벽으로 하중을 해결했던 것을 기둥을 이용하여 하중을 해결하고 벽체를 자유롭게 하여 다양한 평면구성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근대건축의 대가 르 코르뷔지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현대건축은 기둥 중심의 돔-이노의 개념을 외피나 캔틸레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바꾸고 있다.
3. https://www.zuihoden.com/ko/
4. https://www.youtube.com/watch?v=QvHph2zrMrA
5. https://www.pref.miyagi.jp/site/museum-en/
6. http://common.pref.akita.lg.jp/art-museum/">https://web.archive.org/web/20131022150025/http://common.pref.akita.lg.jp/art-museum/

 

 

 

관련기사

더보기
4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4분기 S&P500 자산배분 투자 전략 – 상승장 분석 및 리스크 관리

2025년 4분기, S&P500은 다시 한 번 역사적 고점 부근에 서 있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그 이면에는 글로벌 유동성의 정점과 경기 사이클 전환의 신호가 동시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자산시장 프랙탈 분석을 통해, 현재의 상승장이 어떤 구조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현재의 금리 국면을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으로 단순화해보면, 지금은 금리 인하기의 후반부, 즉 B~C 구간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이 동반되는 시점에 이뤄지며, 이때 자산시장은 일시적인 안도 랠리를 보이다가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면 상승세가 꺾이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2025년 9월 FOMC 이후 연준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계획이지만,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와 증시의 버블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약 40년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형 경기 둔화 사이클이 아니라, 인플레이션형 금리 인하기라는 점이다. 물가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인하되고 있어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