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역별 업무 매뉴얼 ‘최선’아닌 ‘차선’에 불과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시행령(이하 의기법) 계도기간 종료가 이달 말로 다가왔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는 해결책으로 업무 세분화 카드를 빼들었지만 개원가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달래주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지난달 9일 복지부와 치협,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김원숙)가 참여한 11차 TF에서 도출된 1차 합의안이 전국 치무이사연석회의에서 처음 공개됐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김현숙·이하 간무협)가 9차 TF부터 불참하고 있지만 합의안이 충분한 효력이 있다고 치협은 설명했다.
합의안에는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 충전, 임시 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제거,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 등 8개 업무영역을 세분화해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시했다. 치아본뜨기의 경우 △트레이 시적 △인상재료 혼합 등 준비 △치아본뜨기 △초기경화 후 트레이 유지 △트레이 제거로 업무를 세분화하고 치아본뜨기 이외는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조율했다. 또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 업무의 경우 방사선 촬영을 제외한 필름 고정과 방사선 사진현상 및 정착 등을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찾았다.
치협 강정훈 치무이사는 “의기법에는 업무명만 명시하고 있어 그 업무에 수반되는 모든 행위가 치과위생사만 할 수 있는 업무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번 합의안이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직역간 업무범위 논란에 효율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라는 계도기간 동안 치협의 대책을 기다려온 개원가의 기대에는 ‘역부족’이라는 불만의 소리도 컸다.
대구지부 김성학 치무이사는 “지금까지 치협의 대책을 기다려 온 개원가에 법 준수 외에 대안이 없다고 하면 간호조무사만 근무하는 30%에 육박하는 회원을 불법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협 강정훈 치무이사는 “주어진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답을 도출하기에는 부족했다”며 “3월 이후 별도의 TF를 구성해 치과간호조무사제도 도입 등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답변했다.
박영섭 부회장은 “진료 편의를 위해 치과위생사의 업무를 법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로 의기법 개정안이 출발했지만 논의를 거치면서 직역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며 “당장 법적 해결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진료보조업무 논란은 여전히 지속될 듯
1차 합의안 공개에도 불구하고 치과위생사의 진료보조 수행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안개속으로, 향후 고소·고발전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실제 간무협은 봉합사 제거 등과 같은 진료보조행위가 치과위생사 업무범위에 명시되지 않은 불법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강정훈 치무이사는 “치과위생사 업무범위에 진료보조업무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치아 및 구강 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가 명시돼 있는 만큼 상식적인 수준의 보조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술 보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조업무는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지부 김기원 치무이사는 “상식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구체적이지 않다”며 “고소·고발전이 시작되면 실제로 많은 개원가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치협 박영섭 부회장은 “3월 이후 국민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직접 느끼고, 현행 법령의 불합리함을 알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치과의사법이나 치과간호조무사제도를 신설하는 방향을 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8년 시행을 목표로 대한간호협회와 간무협 등이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간호인력개편안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간호인력개편안에서 치과계와 관련이 깊은 부분은 1급 간호실무인력과 2급 간호실무인력으로 변경될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다. 그간 진료보조업무로 묶여 업무범위가 모호했던 174개 항목이 법적으로 명시될 계획이다. 이 논의에서 현 간호조무사 인력이 어떠한 업무범위를 부여받는가에 따라 치과계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치협은 치과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간호인력개편 협의체 참여를 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다.
치협 기태석 여론수렴위원장은 “치과위생사 중심의 보조인력제도가 되면 경영압박이 더욱 커진다”며 “양쪽 끈을 놓지 않고 치협이 잘 조율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희수 기자 G@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