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최근 한의약의 표준화·과학화 기반 조성을 위해 범한의계가 참여하는 ‘근거중심 한의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발족하고 지난 4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추진위는 복지부 관계자를 비롯해 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한의학교육평가원, 한의학회, 한의사협회, 한방병원협회, 한의학연구원, 학계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됐다.
복지부 측은 “한의 특성상 유사 질환에 대해 환자별 치료법이 일부 상이할 수는 있으나 그동안 동일상병에 대한 치료방법이 의과나 치과에 비해 편차가 심하고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치료법도 시행됐다”며 “연구근거를 활용한 한의 진료의 표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이를 위해 근거중심 표준임상진료지침의 개발·확산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사업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범한의계가 참여하는 추진위는 올해 내에 30개 질환을 우선 선정, 내년부터 오는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진료지침을 개발할 예정이다. 개발된 진료지침은 대학 교육과정, 보수교육, 한방공공보건사업 등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일선 의료기관까지 확산되도록 공공 및 민영보험의 수가 개발과정에도 적극 활용된다.
복지부 측은 “범한의계가 주도하는 이번 진료지침 개발로 한의 진료의 질 상향 평준화와 근거 기반의 한의약 발전을 유도해 국민 신뢰가 증대될 것”이라며 “진료지침 개발 시 한의 진료비용과 치료효과 간 최적의 조합 모색이 가능함에 따라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등을 통해 한의약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한의약 표준화·과학화 관련 이 같은 청사진 발표에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4일 복지부의 이 같은 정책 발표에 대해 “한의약의 표준화·과학화를 위해 한의계 인사만으로 구성된 추진위 발족과 한의약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임상진료지침 정보센터 등과 관련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한의약 표준화 추진이 자칫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성명에서 “정부와 한의계가 의료계 참여를 배제한 채 추진위를 구성하고, 한의약 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는 것은 한의약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의도로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며 “추진위를 통한 한방의료행위 등에 대한 표준화·과학화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절대 안 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협은 정부의 한방 건강보험보장성 확대에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한의학의 쇠퇴를 막는 것은 의료일원화를 통해 이룰 수 있다며 사실상 사업 추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