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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몽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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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81)

필자가 치과의사라서 그런지 ‘몽니’란 단어를 들으면 왠지 치아 중의 하나처럼 느껴진다. 아픈 사랑니보다 조금 더 아픈 치아 같은 느낌이다.


몽니는 사전에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 부리는 성질’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순수한 우리말이고 준말은 ‘몽’이다. ‘몽니’라는 말에는 투정, 심술, 훼방, 트집, 욕심 등의 뜻이 포함되어 있다. 한마디로 ‘몽니’는 ‘몽을 부리는 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강자의 용어가 아니고 약자의 용어이다. ‘갑질’이 강자의 용어라면 ‘몽니’는 약자의 용어라고 하겠다. 약자의 처지에서 강자에게 정면으로 대들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화가 나서 강자가 하는 일에 슬쩍 초치는 행위가 몽니다. 그러나 이외에도 상대방이 그다지 잘못한 일도 없는데 공연히 트집을 잡아 심술을 부리는 등 괴롭히려 드는 사람들의 행동에 사용하기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뒤에서 시끄럽다. 젊은 여성은 빨리 내려가려는데 앞 노인이 가운데를 막고 서서 조금 먼저 지나가겠다고 하자 일부러 비켜주지 않아서 시끄러웠다. 결국 젊은 여성은 노인을 피하여 내려갔고 이에 노인은 자랑스러운 듯이 일부러 비켜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 어이없는 생각에 돌아보니 70대 초반의 등산복 차림의 노인이었다. 더불어 자랑스러운 듯이 “한쪽으로 타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심하다. 그래서 나는 중간에 탄다. 에스컬레이터 고장을 막고 다른 사람이 걸어다니는 것을 막아야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순간 생각나는 단어가 ‘몽니’였다. 에스컬레이터 회사가 잦은 고장에 대한 핑계로 사용한 말을 그대로 믿은 결과다. 더불어 치과의사회관 앞에서 농성을 벌렸던 ‘어버이연합’의 모습도 떠올랐다.


평소 같으면 모르는 사람과 좀처럼 잘 말을 섞지 않는 필자이지만 그날은 그런 이유인지 “손주 같은 젊은 친구가 회사나 수업에 늦을까봐서 빨리 가려는데 등산을 가시는 어른 분이 좀 비켜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에스컬레이터는 젊은 친구들이 벌어서 낸 세금으로 운행되는 것인데요. 그들이 빨리 가서 일하는 것이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날까봐 천천히 가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어르신께서 작은 공중도덕보다 바쁜 젊은 아이들에게 조그만 배려해주시면 어떨지요”하고 말을 던졌다.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눈치도 필자의 의견과 비슷한 듯하니 당신도 조금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별말씀이 없었다.


몽니와 따라 다니는 단어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노인이다. 그럼 왜 몽니와 노인은 같이 붙어 다니는 단어가 되었을까. 이는 심리학적으로 매우 간단하다. 개인요인과 환경요인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이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쇠퇴하거나 오류가 생기면서 기존에 지니고 있던 심리적 프레임이 점점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인은 심리적 프레임이 강화되어 점점 변하기 힘들어지는 반면에 환경은 급격히 변하여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연성의 결핍으로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도 감소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변하려는 노력을 멈추면 완고한 노인을 넘어서 고집불통의 노인이 된다. 이 정도 되면 사회는 물론 가까운 친인척이나 가족들도 회피하게 된다.


이와 같은 개인적인 몽니도 있으나 사회적인 몽니도 있다. 우리사회의 전통적 유교사상인 노인공경을 이용한 사회단체의 몽니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어버이연합의 몽니이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전경련 돈이 들어갔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이승만 정권의 이정재와 유지광이 떠올랐다. 더불어 그들의 똘마니 행동대원들의 지금 쯤 나이가 대략 70대 중후반 쯤 될 테니 과거의 경험을(?) 살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른이란 나이를 든다고 어른이 아니다.


단지 세월이 지나 늙었으면 그냥 노인일 뿐이다. 치과의사도 빼줄 수 없는 몽니를 스스로 제거했거나 제거하려 노력하는 이가 어른이다. 노인과 어른의 차이다. 노인은 증가하는데 어른이 점점 줄어드는 사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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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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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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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