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3℃
  • 흐림강릉 14.4℃
  • 흐림서울 10.7℃
  • 박무대전 9.9℃
  • 연무대구 10.1℃
  • 구름많음울산 17.3℃
  • 구름많음광주 14.5℃
  • 구름많음부산 19.3℃
  • 흐림고창 14.8℃
  • 구름조금제주 20.4℃
  • 흐림강화 8.6℃
  • 흐림보은 5.5℃
  • 흐림금산 8.7℃
  • 흐림강진군 14.3℃
  • 구름많음경주시 14.3℃
  • 구름많음거제 12.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03)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6년에 만들어진 코미디물 영화로 당시 많은 인기가 있었다. 이 작품은 원래 미국 여류작가 로렌 와이버거가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처음 직장에 취업하면서 겪었던 일을 소재로 만든 첫 번째 소설이었다. 내용은 세계 패션 중심지 뉴욕의 패션전문잡지사에 생초보자 주인공이 취직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나는 대사는 “네가 지미 추의 구두에 발을 넣는 순간, 너는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다”이다. 이 한 마디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지미 추는 크리스찬 루부탱, 마놀로 블라닉과 함께 세계 3대 여자명품구두 중의 하나이다. 이런 최고의 명품은 나름 그 가치가 있다. 그런 최고의 가치를 맛보면 마약과 같이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설명한 듯하다.


세계 최고 명품들은 그 시작이 있다. 샤넬은 모자부터 시작하였고 페레가모는 구두부터 시작하였다. 그리고 프라다는 가죽상품업체부터 시작하였으나 가죽을 고집하지 않고 가볍고 실용적인 나일론 소재로 변화를 주면서 평범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었다. 너무 눈에 튀는 것보다 감추는 미학의 가치에다 미니멀리즘 경향이 접목되어 폭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때부터 명품 로고들이 작아지고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마디로 심플하지만 지적이고, 평범하지만 고급스러운 것을 추구하게 바뀌었다. 모든 것에는 명품이 있다. 옷, 구두, 시계 자동차 등등 수많은 종류의 명품이 있고 그것을 사람들은 즐긴다.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서 패션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패션의 최고는 조화와 분위기라는 것을 자주 잊는다. 하나의 패션을 위해서는 신발부터 머리띠에 손톱까지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너무 튀어도 안 되고 너무 죽어도 안 된다. 그런 조화가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마네킹에 걸린 옷을 사람이 입으면 사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여기서 우아해지기도 하고 천박해지기도 한다. 즉 그 사람의 내면의 세계가 표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내면이 명품을 소화시키면 빛이 나지만 명품에 치면 초라해진다. 예를 들어 옷은 두 종류가 있다. 감추기 위한 옷과 드러내기 위한 옷이다. 감추는 옷은 자신의 신체의 부족한 부분을 최대한 숨기는 옷이다. 즉 옷의 기능을 숨기는 것에 사용한다. 숨길 것이 많을수록 옷값이 비싸진다. 최악의 경우는 명품이라는 브랜드와 옷값 뒤에 몸을 숨기는 것이다. 드러내는 옷은 몸매가 명품일 경우다. 가급적이면 몸매를 드러내거나 강조하는 방향으로 옷을 만든다. 이런 옷일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그래서 동대문 옷이 패션의 종착지이다. 동대문 옷은 명품 몸이 아니면 입을 수 없다.


로렌은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는 말로 인간의 욕망을 단적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 것인지, 프라다를 입어서 악마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여기에서 한 가지 논리비약이 생긴다. 프라다를 입고 악마가 안 되는 사람은 없는가? 즉 프라다를 입는 사람은 모두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어쩌면 프라다를 입을 때 이미 모두가 악마의 유혹에 졌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아니 프라다를 선택하거나 그 이전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유혹에 진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로렌은 과감하게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라고 단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혹에 빠지지 않을 자라면 굳이 프라다를 입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네가 지미 추의 구두에 발을 넣는 순간, 너는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다.”라는 대사가 지닌 의미의 깊이는 여성으로서 지미 추 신발을 신어야만 정확히 알 수 있다. 남자인 필자가 지미 추 신발을 신어 볼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없다. 하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말은 느낌이 온다.


요즘은 너무 많이 보고 듣는다. 그 때마다 프라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너도 한 번 입고 신어봐…”. 로렌의 두 번째 소설은 ‘누구나 알 권리는 있다’이다. 무언가 우연치고는 묘하다. 우주의 기운인가….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