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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확실한 개런티와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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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67)

환자가 처음 내원하여 상담을 시작하면 필자는 늘 첫마디로 “무슨 일로 내원하셨나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환자에게 내원한 이유를 직접 묻는다. 이런 직접적인 질문에 많은 환자들이 “부정교합을 개선하고 싶어요”라는 답변을 한다. 마치 모범답안을 이야기 하듯이 대답한다. 

이 때 필자는 다시 한 번 더 “정교합이 아닌 상태를 부정교합이라고 합니다. 이는 마치 시험에서 100점인 정교합과 100점이 아닌 모든 점수를 부정교합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답변 말고 무엇을 개선하고 또 고치고 싶으신 것인지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 두 번째 질문에 다수가 “교정치료 받으러 왔습니다”라고 답한다. 필자는 다시 “필자는 교정의사여서 교정치료 밖에는 행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당신이 저를 만난 것은 교정치료를 위한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이는 택시를 타고 어디로 ‘모실까요?’라는 질문에 ‘운전해!’라고 답변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택시의 목적지를 질문합니다. 교정치료는 수단입니다. 수단을 통하여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3번째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질문을 3번 받은 환자들은 보통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문을 닫는 반응을 보인다. 이 같은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부정교합이라는 대단한 질환에 이환되었으며 그것을 교정치료를 통하여 개선하면 자신이 평소에 원했던 대단한 2차 이득을 얻을 것이란 ‘환자만의 소설’을 완성하여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정교합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교정치료를 받으려는 이유를 큰 사건으로 보지 않는 교정의사를 만나면서 기존 생각에 혼란이 생겨 답변을 주저하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환자는 상담 시간이 지루하게 길어진다. 치료목적과 이유를 환자와 정확하게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 주소와 치료목적이 일치해야 치료 후 불만이 적다. 상담 중에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교정치료의 이유를 심미보다는 기능적 이유를 토로한다. 

하지만 필자는 기능적 이유보다는 심미적 목적으로 접근을 한다. 환자에게 확실하게 개런티를 해줄 수 있는 것이 심미이기 때문이다. 기능은 환자에 따라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객관화를 시키기가 어렵고, 환자는 통상 느낌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치료가 종결된 후에 분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치료 시작 전에 확실한 개런티를 늘리고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초진상담에서 “이를 가지런하게 하고 싶어요”, “덧니를 개선하고 싶어요”,  “주걱턱을 개선하고 싶어요” 등으로 구체적 목적을 지닌 환자는 만족도가 높고 불만이 거의 없다. 반면 “부정교합을 개선해주세요”와 같이 애매한 목적은 엄밀하게 따지면 애당초 이룰 수 없는 목적이다. 치과 치료가 주어진 상태에서 최대한 개선된 교합을 만드는 노력인 것을 환자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치료의 한계와 유연성을 인정 못하는 환자라면 치료 후 불만족은 당연하다. 

필자는 치료 후에 벌어질 수 있는 문제를 처음 상담시간에 끌어들여 분쟁을 미리 유발시켜본다. 더불어 최종적으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치아를 가지런하게 하는 것과 지금 상태에서 가능한 양호한 교합을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만 결코 정교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여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명확히 구분을 지음으로써 막연한 기대를 포기시킨다. 

간혹 “교정치료하면 예뻐지나요?”, “예쁘게 해주세요”라는 질문에는 조금은 냉정하지만 “예쁘다는 것은 문학적인 표현이고 의료는 과학이라서 지금 상태가 표준보다 치아가 몇 ㎜ 정도 나와 있어서 몇 ㎜ 정도 들어갈 것이라고 밖에는 답변이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분쟁은 막연한 기대와 애매모호한 답변에서 시작될 수 있다. 분쟁 최소화는 확실한 개런티와 막연한 기대의 최소화에서 시작된다. 요즘 환자 기대치는 점점 상승하는 반면 의료진에 대한 믿음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진료 시작 전에 환자 주소를 해결하는 확실한 한방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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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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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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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