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여부와 무관하게 개원의들의 출장진료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방에 개인의원을 운영하고 서울의 다른 병원에서 대가 없이 진료한 개원의를 두고 무죄라는 원심의 판단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업을 다르게 정의했다. 원심은 의료업의 정의가 대가의 취득 여부에 있다고 봤으나, 항소심은 업무의 계속, 반복성이 있는 의료업에 해당하는지에 무게를 뒀다.
전주지방법원은 최근 본인이 개원한 의원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3개월간 환자들의 안과 수술을 시행한 의사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전주에서 안과의원을 공동개설한 의사 A씨는 본인 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다. 2014년 군의관 전역 후 서울에 C안과를 개원한 B씨는 친분이 있던 A씨에게 수술 일부와 수술방법 지도를 부탁했다. B씨에게 부탁을 받은 A씨는 2014년 7월부터 같은 해 10월 말까지 C안과에서 환자 58명의 안과 수술을 했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특별한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에서는 의료법이 의료행위와 의료업을 구분하고 있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의료인은 다른 사람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돼 보수를 받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업 영위로 볼 수 없는 점,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이를 계속, 반복적으로 행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료행위를 통한 성과가 그 의료인에게 귀속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A씨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고려하면 의료업을 영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같은 원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본인 의원이 아닌 B씨가 개설한 병원에서 계속·반복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해왔고, 일정 기간에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안과 수술을 집도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해 이 사건 병원에서 사실상 의료업을 영위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A씨는 B씨가 개설한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환자 58명의 안과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의료업을 영위했으며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