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복지부 유권해석 중에서 자동차정비업소나 구두수선업소 등은 상호에 ‘병원’이나 ‘클리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유권해석이 있다. 즉 ‘구두병원’, ‘옷수선병원’, ‘시계병원’ 등 유사업종에서의 이같은 용어 사용이 금지되는 것이며,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기관이 아니면 의료기관의 명칭,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산림청은 생활권역 수목에 대한 전문화된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무의사’ 자격 제도를 신설하고, 2019년 3월 제1회 자격시험을 거쳐 수목치료기술자인 전문가를 ‘나무의사’로 명명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명칭 수정을 요구한 적도 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그런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환자가 구두병원의 병원이라는 글자만 보고 구두수선업소에 들어가거나 ‘나무의사’를 찾아가서 자기 병을 치료해 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 조항의 입법취지를 보면 어디까지 허용해 주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다.
예를 들어서 탈모관리센터나 피부관리실에서 병원과 비슷한 명칭의 상호를 사용하거나 흰색 가운을 걸치고 녹십자 마크를 사용하고 있으면, 이는 병원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환자가 혼란을 일으키는 수준을 넘게 되는 것이다. 즉 의료기관과 유사한 분위기를 만드는 닥터마케팅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허용해 줄 수는 없는 문제다. 법이라는 것은 구두병원은 허용해 주고, 탈모병원은 허용해 줄 수 없다고 구분 짓기가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비의료계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이 사용하는 경우에도 단순히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일상적인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그 단어가 법률적 용어라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의’ 명칭과 관련해서는 치과계에서 오랜 기간 논쟁이 있었고, ‘전문병원’도 복지부 지정을 받은 병원만 사용이 가능하다. ‘전문’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식당이나 상점에서도 그냥 쓰는 용어지만 의료와 관련해서 함부로 잘못 사용하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 치과에서 진료과목 표방이 금지되던 시절에는 진료과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불법이었다. 이런 문제는 주로 간판이나 광고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알고 있는 치과의사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의원과 병원은 구분해야 하기에 간판에서도 ‘치과의원’의 ‘의원’ 글자가 빠지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통상적으로 “홍길동치과에 간다”고 이야기하지, 명확하게 “홍길동치과의원에 간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를 하는 경우 이런 법률적 용어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을까? 특히나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는 요즘 일상적인 단어선택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법이고 처벌까지 받아야 한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계약서 작성하듯이 하나하나 단어까지 맞는 용어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취지는 벗어나서도 안 되는 것이다.
건강과 관련된 산업에서는 건강보조치료나 식품을 의학적 치료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많은 아이디어로 접근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전문’ 등의 단어나 표현을 쓴 것만으로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다. 치과의사들도 이런 취지는 이해하면서 준비를 해야 하지만 작은 실수로 심한 처벌을 하는 것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