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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치매 환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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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한 주에 한 번 장모님 댁에 간다. 세 처남들과 교대로 치매의 장모님을 돌보기 위해서다. 정말 생각지도 않았다. 그리 다정다감하고 활력 있고 경제력 있던 장모님이 이리 되실 줄을. 군의관 때 관사 입주가 늦어지자 전셋집을 알아봐 주시고, 개업장소도 의논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던 총기 있는 분이셨는데 말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께 죄송하지만 결혼 후에는 오히려 장모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눈 듯하다.

 

지난 겨울만 해도 집에 모셔 갈비를 구워 드리면 무척 좋아하셨다. 말씀할 때 순간적 판단과 이성은 멀쩡하시고, 옛날 좋은 기억은 잘 반복하셨다. 함께 담소하며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감사함인지 새삼 느낀다. 점차 기력이 쇠약해지셔 병원을 거처 요양병원에 잠시 계시다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성화에 다시 집으로 모신 상태다. 그간 식구들이 별 에피소드를 다 겪었다. 오늘 아침에도 새벽에 홀로 나가서 계단에 앉아 계신 것을 소동 끝에 처남이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고령화 시대가 되니 치과에 치매환자도 많이 내원한다. 뇌 변연계의 감정적 자존심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스스로 밝히는 경우는 전혀 없고, 자녀나 간병인이 간혹 귀띔을 한다. 지금은 사회문제화 되어서 많이 오픈돼 있지만 과거에는 쉬쉬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전에는 고령 환자들은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이해를 못하고 기억을 못해 진료에 애먹은 일이 다반사였는데 필자가 그 나이에 접어드니 이해되고 측은지심이 생긴다. 실제 책을 읽어도 지식축적과 재현이 쉽지 않고, 어제 점심 뭐 먹었느냐고 갑자기 물어보면 금방 말하지 못하고, 사람 이름 생각 안 나는 것은 보통이다.

 

치매 환자가 틀니를 할 단계가 되면 참 난감하다. 구강위생이 불량하고 탈장착을 힘들어 하며 분실 우려가 있어서다. ‘착한 치매’는 식구나 간병인에게 교육을 시키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혼자 방치된 듯한 ‘나쁜 치매’는 어두운 앞날이 그려져서 해주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치과의사들은 치매를 비롯한 장애인 진료를 위한 연구와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이 결과물은 2008년 스마일재단에서 발간된 ‘장애인 치과진료 가이드북’에 잘 서술돼 있다. 대단한 분들이다. 존경심을 표한다. 부분틀니 설계 시에 착탈이 쉽도록 clasp arm을 두껍게 하라든지, 주된 유지 장치는 주로 전치부에서 얻도록 한다든지, I-bar보다는 Aker가 적절하다는 내용은 잊기 쉽지만 중요한 금과옥조다.

 

장모님도 집에서 넘어진 적이 있다. 앞니가 빠졌다고 처남이 놀라 모시고 왔다. 난 직업상 우선 턱이 골절되었을까 염려했다. 다행히 전치만 치경부 파절되고 턱은 건재했다. 임플란트나 브릿지 보철을 해 드릴까 고민하다가 치근 신경치료 후 Flexible PD를 해드렸다. 불편하지만 사위로서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뵐 때 검사해 드리면 좋아하신다. 공간, 시간 개념은 없어졌지만 아직 치과의사 사위는 잘 기억하고 반겨하신다(고맙습니다).

 

치과대학 시절 배운 생리학에서 기억 작용에 관여하는 신경생리 기전과 관여하는 단백질이 생화학적으로 규명됐다는 구절이 아직 생생하다. 의학 발전을 과신했었는데 아직 완치는 요원하고 투약도 진행을 늦추는 정도다. 레이건 전 대통령도 걸렸던 걸 보면 치매이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는 듯하다. 하지만 ‘전국 노래자랑’ 프로그램의 S사회자 경우를 보면 그 분은 치매 없이 백세를 넘길 듯하다.

 

장모님을 어떻게 편히 모시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하튼 그 분 덕에 오늘 우리가 있는 것이므로 매일 매일 중대 과제다. 세 분 과제는 잘 마무리해 드렸는데 이제 한 분이 마지막 여정을 힘들게 가셔서 안타깝다. 도리와 효심으로 장모님 모심과 후손 가족들의 평안 사이에서 중용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순간순간 하시는 덕담은 어떤 땐 녹음이라도 해둬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와 닿는다. 부디 고종명(考終命)을 맞이하시길 빌 뿐이다.

 

*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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