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구름조금동두천 18.6℃
  • 맑음강릉 16.3℃
  • 맑음서울 19.9℃
  • 맑음대전 19.7℃
  • 맑음대구 21.1℃
  • 맑음울산 17.6℃
  • 맑음광주 20.9℃
  • 맑음부산 18.7℃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5.4℃
  • 맑음보은 18.5℃
  • 맑음금산 17.4℃
  • 맑음강진군 19.3℃
  • 맑음경주시 17.4℃
  • 맑음거제 18.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낭만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26)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치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아보험 개시일이 2개월 뒤여서 미리 치료받고 차팅을 나중에 해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필자는 교정전문이라 치료가 어렵다고 밝히고 다른 치과를 가셔도 그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보험회사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임과 그렇게 하지 말 것을 완곡하게 권했다. 물론 그 뒤로 연락이 없었고 필자 또한 일부러 전화해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은 미련이 있을 테니 여기저기 알아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문제는 보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 명의 진료도 있다. 외국생활을 하다 오거나 밀린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은 경우에 간혹 형제나 친한 지인 명의로 진료받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 병원이나 치과에도 종종 있어 왔다. 과거에는 묵인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건강보험과 출입국관리소의 정보가 공유돼 출국한 사람이 진료를 받으면 전산에 100% 걸리게 돼 있다.

 

요즘 외국인 진료로 건강보험료 손실을 받고 있어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말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아는 사람이라서, 혹은 정에 못 이겨서라는 표현으로 용인되는 시절을 넘어섰다. 치아 치료받을 때가 되어 일부러 보험에 드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곳이 보험회사다. 어쩌면 그들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의 그 마음을 역이용하는 곳이 보험회사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아는 사람이라서 편의를 봐주는 것을 용납할 만큼 마음이 여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김영란법은 종합병원 예약에도 의사나 관련자들이 개입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직접 진료하는 의사더라도 위급사항이 아니면 다른 환자 앞에 예약을 끼워 넣어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게 되었다. 굳이 해야 한다면 맨 마지막에 넣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김영란법이다.

 

우리 사회는 기득권자들의 잘못된 모습으로 상처받아 사회 전반에 불신이 심어졌다.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사건이나 장자연사건 등은 국민의 주목을 받는 대표적인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원한 결말 없이 끝나가면서 불신은 더욱 심화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정하게 딱 자르기 어려웠던 한국적 정서는 완전히 사라지고 있고 용납되지도 않는다. 필자의 지인이 젊은 사람이었다면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자칫 서로 불편해질 수 있는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60세가 넘은 분이다 보니 시대감이 떨어진 듯하다.

 

필자도 요즘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리는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인터넷뱅킹만 사용하다가 어느 날 은행에서 모바일뱅킹은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고 권유해 모바일로 바꾼 지 2개월이 됐다. 아날로그 시대에 젊음을 보낸 필자는 아날로그에 향수가 있다. 새롭게 변하는 시대에 주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재미있고 잘나 보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다. 애플에서 만든 풍성하고 섬세한 음향의 헤드셋보다 진공관 전축에서 나오는 고즈넉한 소리가 더 정겹다.

 

최근 또 한 시대가 바뀐 느낌을 받는다. IMF 이후 리먼사태, 대통령 탄핵을 지나온 시절이 최저임금(소주성)이라는 시대적 사건을 겪으며 사회전반의 경제 구조가 변해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구조의 변화는 생각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변화에 주도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심리현상은 고립과 우울이다. 7개월 영아 방치 사망사건 등 요즘 이해되지 않는 사건 뒤에는 분명히 고립과 우울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약간 불법이라도 사회정서법인 정(情)으로 용납하고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이젠 철저히 고립돼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누구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사회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승객보다 독서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던 아날로그 시절이 그립다. 택시에서 내릴 때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기보다 현금 결제를 하고 “잔돈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던 낭만이 그립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데이트폭력의 심리
수능만점자였던 의대생이 데이트 폭력을 넘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최근 데이트폭력이 급증했다. 3일에 1명꼴로 데이트 사망이 발생한다고 한다.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겪는 것이다. 통상 데이트폭력 가해자는 친절하게 잘해주다가 서로 간에 트러블이 생기는 날부터 조그만 폭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점점 강도가 증가하며, 항상 ‘폭력→사과→애걸→맹세→협박’이란 동일한 패턴을 반복한다. 심리학적으로 데이트폭력 원인은 간단하다. 집착이다. 어려서 사랑하거나 신뢰했던 사람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멀어졌거나, 심리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꼈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한 경우에 집착이 심해진다. 이들은 헤어짐을 이별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버림받음으로 인식한다. 버림받는다는 인식은 단지 상상만으로도 절망에 빠지고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될 수 있다. 인기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악역 배우의 마지막 대사인 “내 것이 아니면 남의 것도 될 수 없다”가 집착 심리의 전형적인 말이다. 심리적으로 그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속한다. 이들은 과거에 버림받은 경험에 대한 반발심리로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