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판결이 아닌 수사과정에서 사무장병원임이 확인만 되더라도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이 위헌 심판을 받게 됐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7월 3일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했고, 헌법재판소는 최근 관련법안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에 들어갔다.
환수처분 통지를 받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사후적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자 수사결과를 근거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은 2014년 5월 20일 신설됐다. 그러나 대전고등법원 행정재판부는 의료법인 A의료재단에 대한 요양급여지급처분 취소 소송 중 A의료재단이 민사재판에서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상고가 기각된 점, 그리고 형사사건 1심에서도 A의료재단에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건보공단이 A의료재단에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같은 사안을 놓고 벌어진 행정소송에서도 A의료기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대전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대전고등법원은 건보공단의 지급 보류 처분에 따라 A의료재단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A의료재단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부동산에 대해 임의경매 개시결정이 내려지는 등 사실상 폐업상태에 이른 점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면서 해당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이유로 △헌법상 기본권인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수행 자유제한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비용청구원은 헌법상 재산권의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 제한 △무죄 추정의 원칙 위반 등을 꼽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 이자를 가산해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 지급 보류 처분의 해제 사유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지급 보류 처분에 대해 권리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급 보류 규정이 아니더라도 건보공단이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결과를 통보받으면 의료기관에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되 동시에 의료기관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 또는 가처분 등의 보전처분을 하거나 담보권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며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