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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지하철과 구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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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53)

대부분 여자는 다 알고 남자는 거의 모르는 단어 중에 하나가 ‘구르프’이다. 구르프의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외래어 단어가 일본식으로 변화된 것으로 유추된다. 영어식 명칭은 ‘헤어롤’이다. 아침에 지하철을 탈 때면 심심치 않게 머리에 구르프를 한 젊은 여성들을 자주 본다. 호기심에 조금 관찰해보면 10여년 전과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예전에는 본인이 잊어버리고 나온 사실을 창피해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알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는 느낌이다.

 

이 경우는 두 가지로 생각된다. 우선 타인의 시선에 대해 무관심해진 개인주의다. 지하철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젊은 연인들을 자주 목격한다.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머리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착용하는 경우가 요즘은 더 많은 듯하다. 또 하나, 시기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이후에 좀 더 그런 추세가 증가했다. 당시 판결을 준비하던 이정미 대법관이 출근길 헤어롤을 머리에 붙이고 출근하던 모습이 기자들에게 노출되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여성의 모습으로 보였고, 이는 직무에 소홀했다고 인식되던 여성대통령과 묘한 대비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머리 스타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심지어 통치권자 지휘가 절실했던 세월호라는 중요한 시점에서도 머리를 올렸던 여성대통령과 대비되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역사적 순간의 정점에서 차분하게 판결문을 낭독했던 대법관 모습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런 극적인 대조가 고스란히 함축된 것이 대법관 헤어롤(일명:구르프)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여성 머리에 헤어롤은 거울을 안 본 창피한 여성의 이미지에서 일하는 당당한 이미지로 변화되었다. 이젠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는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구르프 정도는 머리에 달고 나와도 되는 것으로 인식이 전환되었다.


이처럼 2020년을 맞이한 우리 사회는 의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혼은 이젠 사람들 삶 속에서 당연하게 있을 수 있는 일로 정착되었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다양성으로 수용되고 있다. 아들을 선호하던 시대에서 딸 선호 시대로 바뀐 지 오래되었고 결혼한 자식들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말을 수용하는 부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것은 과거 집단 가족중심사회에서 대를 잇는 자가 모든 것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대를 이어도 얻는 것이 없고 대가없이 불편과 구속만 증가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아들 선호는 수명 60세 시대에서 아들이 얼마 남지 않은 부모의 노후를 조금 책임지면서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명 백세 시대에서 20~40년의 노후 기간을 지닌 부모들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아들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노인들도 남은 노후를 스스로 해결해야 되면서 아들선호사상이 무너졌다. 심지어 능력 있는 부모세대가 자식세대를 계속 케어해야 하는 캥거루족이 늘어나면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자식들 생각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변화하는 것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늘 변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일 뿐이다. 요즘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미스 트로트 경연에서 송가인이 배출되고 최근 남성과 나이 제한 없는 경연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세상은 늘 너무 앞서는 듯하면 과거를 동경하는 복고현상이 나타난다. 트로트열풍은 심리적인 복고현상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모두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며 힘겹게 따라가던 자신들 모습을 잊고 살았다. 구성진 트로트 한 자락에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한 현실이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구르프를 한 여성을 만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비로소 필자도 사회에 적응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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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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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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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