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8.6℃
  • 흐림강릉 15.6℃
  • 서울 9.5℃
  • 박무대전 11.9℃
  • 연무대구 13.5℃
  • 구름조금울산 18.5℃
  • 박무광주 15.5℃
  • 구름많음부산 18.9℃
  • 흐림고창 11.4℃
  • 흐림제주 19.4℃
  • 흐림강화 8.6℃
  • 흐림보은 7.3℃
  • 흐림금산 13.9℃
  • 흐림강진군 15.7℃
  • 구름조금경주시 18.5℃
  • 구름많음거제 14.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우리는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칼 포퍼-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75)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보건소로부터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니 인강을 수강하고 보고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2항에 의해 의료인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이다.


근래 생각하기조차 싫어 글쓰기를 차일피일 미뤄왔던 주제가 하나 있다. 아동학대이다. 최근 발생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과 천안 아동학대 치사사건은 학대를 넘어 잔혹함에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뉴스에 접하는 실상이 너무 참혹해 원인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모든 사건은 이유가 있고 동시에 발생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문제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범죄 문제로만 넘기면 안 된다.

 

창녕과 천안 아이는 모두 아홉 살이다. 창녕 아이 엄마는 27세 친모이고, 천안 아이 엄마는 43세 동거모이다. 창녕 계부는 35세로 친모보다 여덟 살 많았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천안 친부는 아이가 9세인 것으로 미뤄보아 동거모보다는 상당히 어릴 것으로 유추된다. 아마도 이 두 가정에서 지배적인 권력(경제력, 나이 차 등)을 지닌 사람에 다른 사람은 방임하거나 동조한 형태라고 생각된다.

 

심리학에서 아동학대를 개인적인 정신병리적인 문제와 사회적으로 사회심리학적, 생태학적, 문화적인 요인 등으로 원인을 파악한다. 심리적인 면에서 Merrill은 부모의 문제로 생각했고, Faller는 아동이 특별한 신체 조건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원인 제공을 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Merrill은 아동학대 부모를 4가지 유형으로 보았다. 우선 일반적이고 가장 많은 형태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만성적인 적개심과 공격성이 높아져 있는 부모이다. 두 번째는 강박적으로 엄격해 합리성이 결여된 부모이다. 셋째는 높은 의존성과 수동성을 지녀 미성숙하고 우울하며 무반응적인 사람이다. 상기 두 사건에서 종속적으로 동조한 부모의 상태로 생각된다. 넷째는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 극단적인 좌절을 가진 부모이다.

 

두 사건의 가정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4가지 유형이 여러 가지로 겹쳐있는 듯하다. 창녕 27세 친모는 4명의 아이가 있고 첫째가 피해 아동이다. 2년에 한 번 출산한 것으로 생각하면 대략 19~20세에 출생한 것으로 유추된다. 고3이거나 막 졸업하고 출산했다는 것은 부모 도움을 받지 못했음을 암시하고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친부와 헤어지고 계부를 만나 행복해졌다면, 친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 악몽이고 불행의 근본이라 생각해 자신의 딸이기보다 친부의 분신이란 생각으로 학대했을 것이다. 거기에 학대를 합리화할 우연이 겹치면서 강화됐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밥 한 끼를 안 주었는데 우연히 그날 돈이 많이 들어왔다면, 그런 학대행위를 합리화하며 타당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살기 위해 옆집으로 탈출한 것을 보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강하다고 판단되며 원인 제공자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천안 43세 동거모는 거짓말을 했다고 여행가방에 가두고, 오줌을 쌌다고 더 작은 가방에 가두는 것은 강박적 엄격함에 합리성이 결여된 전형적인 두 번째 유형으로 판단된다. 이런 동거모를 만나 고인이 된 아이의 명복을 빈다. 사건 내용을 보면서 순간순간 분노를 넘어 가슴이 탁 막히고 먹먹해 글을 쓰면서도 자주 멈춘다.


이런 사건이 동시에 발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의 축약된 것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20대, 살기 힘든 40대, 분노조절 장애 시대, 금전 만능주의, 한탕주의 등으로 모두가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런 스트레스가 사회적·신체적으로 가장 약한 자에게 표출된다. 아동학대와 노인학대다.


“우리는 금수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의 길, 열린 사회로의 길이 있을 뿐이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첫 장에 실린 글이다. 요즘 그의 글귀가 자주 생각나는 것이 안타깝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