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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명분과 실리는 균형과 이탈이 반복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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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헌 논설위원

영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의 전시 상황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나 전쟁씬보다는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의 불꽃 튀는 논쟁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면서 몰입도를 극대화시킨 영화라는 평이다.

 

2018년 3월, 제40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는 ‘투쟁을 통한 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현 협회장이 당선되었다. 의사들은 강경한 투쟁을 원했고, 실제 공약으로는 의료제도 개혁 분야에서 건강보험 단체계약제 추진, 비급여 전면 급여화 및 예비급여 철폐, 수가 정상화, 의약분업 제도 개선 등을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를 하였다.

 

지난 6월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최초 세 단체(치협, 의협, 병협) 결렬로 건정심에서 2021년 수가를 의결하게 됐다. ‘수가협상’이라고 쓰고, ‘수가통보’라고 읽는다는 이야기와 수가 결정과정의 문제점, 건정심의 구조적 한계 안에서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수가인상률을 1.99%로 묶고도 보험료율을 결정하지 못할 정도로 내년 건강보험재정 상황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가 너무 큰 상황이다.


그런데 의협의 3년 연속 협상결렬이라는 최초의 결과에 대해서 내부적인 우려의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선 직후부터 수가협상 불참과 건정심 탈퇴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면서 ‘잘못해도 1%대, 잘해도 3%에 불과한 수가 인상을 위해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은 올해에도 수가협상 ‘결렬’이라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대정부 투쟁이라는 기조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다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수가협상은 당일 하루에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나 모든 협상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기 전 물밑 작업이 이뤄지게 되는데, 의협의 경우 정부와의 대화 중단 선언으로 대부분의 채널이 단절돼 의협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차피 저수가이고 협상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의견도 있지만, 협상과정에서 0.1%대의 가감은 협상단의 협상능력과 상황에 따라서 나올 수 있는 수치다. 0.1% 올리는 것이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협상이 결렬되어서 건정심에서 의결하는 경우 패널티로 최종 제시안의 0.1%를 삭감해서 결정하였다. 올해 투입된 재정을 기준으로 0.1%에 약 470억원에 해당되며 병협 같은 경우 0.1% 인상을 더 받으면 260억원 정도가 된다.


더구나 인상률만큼 중요한 것이 추가재정의 규모이다. 같은 인상률이라고 해도 재정규모가 늘어남에 따라서 몇 년 전에 비해서 절대금액 자체의 차이가 있고, 한 해 한 해 재정규모가 늘어나게 해 놓고 인상률을 곱하는 것은 인상률이라는 단순한 숫자보다는 저축에서 복리의 개념이므로 몇 년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치협은 1.5%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지금까지는 매년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지도 않았고 부대조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2018년까지는 가장 높은 환산지수를 유지하였다. 올해는 0.1%의 협상이 아니라 1%대의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으므로 결렬이라는 카드로 자존심이라도 지켰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앞으로 건강보험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 안개속이며, 보장성 확대에 따른 불이익을 받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인 시점에 와 있다. 가장 최악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치협은 이제 당시 남한산성에 있었더라면 최명길인지 김상헌인지 깊은 고민과 현명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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