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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싸고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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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13)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요즘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 ‘비급여 진료비 고지 의무화 의원급 확대’를 반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행하고 있다. 진료비 공개 확대를 위한 의료법 개정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으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바뀐 법에 의하면 의원들은 홈페이지에 의료수가를 공개해야 하고, 치료 전에 의무적으로 비급여수가를 설명해야 한다. 거기에 심평원에 비급여 수가를 연2회에 보고하고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 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입법예고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심평원은 ‘우리지역 좋은 병원 찾기’ 서비스를 운영하고 비급여 수가를 최고·최저가로 비교하여 보는 것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심평원은 전 국민건강보험을 시행하면서 의료기관이 의료행위에 대해 청구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평가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즉 의료보험과 무관한 비급여는 상관없었다. 물론 그동안 100:100이란 표현으로 항목을 설정하여 100% 환자부담이란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강제로 1년에 2번씩 신고하라고 하지는 않았다. 어찌 마치 필자가 공산주의사회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제 의료사회주의에서 의료공산주의로 넘어가는 단계인 듯한 느낌이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한가지. 의료 저수가다. 의료 저수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장 비열한 의료기관 간 수가경쟁을 시키겠다는 저의가 보인다. 기사를 보며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지역 좋은 병원 찾기’의 좋은 병원의 기준이 무엇일까. 어떻게 심평원이 무슨 기준으로 좋은 병원이라고 정할 수 있을까?

 

10여년 전 선친께서 살아생전에 부모님 두 분이 시장에 다녀오시면 어머님과 종종 동일한 주제로 말다툼을 하셨다. 이상주의자이신 선친께서는 물건을 주문할 때 “싸고 좋은 것을 주세요”라고 주문하지만, 현실주의에 실용주의자이신 어머니는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고 반론하셨기 때문이다. 싸면 나쁘고 좋으면 비싼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셨다. 물론 두 분 다 생각은 가성비였다. 적당한 가격에 가격대비 좋은 품질을 가진 물건을 원하셨을 것이다.

 

정부는 심평원에게 완장을 채워서 ‘싸고 좋은 의료’를 기획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싸고 좋은 의료’가 없다는 것은 알 것이다. 결국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가성비 높은 의료’일 것이다. 의원 간 가격 경쟁으로 최저 수가를 낮추며 하향 평준화가 목적이다. 하지만 1년에 2번 강제로 보고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너무 심하다.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의료는 공산품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행위다. 사람 행위에는 정성이라는 것이 있다. 성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은 100만원과 10만원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마음이 달라지면 경과와 결과도 달라진다. 그들은 수가를 낮추기 위하여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감수하려 한다. 그리고 의료 질적 저하에 대한 책임은 의료인들에게 전가할 것이다. 이런 정부의 움직임을 막을 방법은 이제는 헌법소원 외에는 없는 듯한 것이 안타깝다.

 

의료인들이 도덕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다면 지금보다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의료인들은 성추행, 탈세, 대리수술 등 나쁜 이미지를 키우면서 사회적인 존경과는 거리가 멀어져 왔다. 그저 돈이나 좀 버는 안정된 직업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고 심지어 의전원 4학년생들의 집단 의사고시거부 때에는 필요하지만 공공의 적 정도로 인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필자가 처음 개원하던 20년 전보다도 요즘 교정 수가가 전반적으로 더 낮다.

 

언젠가 한번 누군가로부터 필자는 비급여 수가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냐고 질문받은 적이 있었다. 이때 필자는 “진료 보는 것이 싫지 않고 그 환자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싫어지지 않을 정도가 최저 수가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었다. 싼 것은 당연하고 좋은 것은 옵션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자신은 어떤 진료를 받고 싶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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